[세상보기]① 정치권, 공천 갈등으로 ‘정계 혼란’

입력 2008.03.09 (07:53)

<앵커 멘트>

여의도 정가에 공천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연일 공천 내정자가 발표되면서 계파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공천혁명을 선언한 민주당도 1차 공천자 명단 발표를 놓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치외교팀 윤영란 기자 자리했습니다.

윤 기자!

<질문 1> 한나라당 공천 진행 상황부터 먼저 알아보죠.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달 29일부터 공천 내정자를 발표했는데 현재까지 어느 정도 확정됐습니까?

<답변 1>

네, 공천심사위원회가 어제 서울 일부와 경기 등지에서 후보자 17명을 내정했는데요, 이에따라 전국 245개 지역구 가운데 160 곳의 공천이 내정 또는 확정됐습니다.

진행률이 대략 65%정도입니다.

서울 17개 지역구와 부산, 대구 등 영남권을 빼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천 심사를 마쳤습니다.

공심위는 오늘은 서울과 인천 나머지 지역을 심사하는데요, 하지만 전략 지역으로 분류한 서울 강남권과 당내 최대 승부처인 영남권에 대한 심사는 내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질문 2> 지금까지 서울부터 공천 심사가 이뤄져왔는데, 왜 서울 강남권과 영남권 공천은 가장 마지막에 이뤄지는 겁니까?

<답변 2>

네, 한 마디로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남권의 경우에는, 전체 68개 의석 가운데 63석을 보유하고 있어서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3선 이상 의원이 20명으로 32%에 이르고, 또, 평균 연령은 56.7세로 전체 평균인 51세보다 높은 편입니다.

결국 한나라당이 개혁 공천을 하려면 영남 지역의 교체 비율 역시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17대 총선 공천에서 이 지역 현역들의 교체율은 42.8%로, 10명 중 4명 꼴로 바뀌었습니다.

이번 교체폭을 최소 30%로 예상한다고 해도 현역의원 18명 이상이 탈락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영남권에는 친 이명박 대통령측 의원들 또 친 박근혜 전 대표측 의원들이 명백히 갈라져 있는 만큼 공심위가 계파 안배 없이 교체하기에는 정치적 부담 또한 상당히 큽니다.

지난 4일 심사에서도 소위 친이 - 친박간 안배 조율에 실패하면서 내정이 보류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당내 최다선이자 최고령인 이상득 부의장의 공천이 확정되면서, 다른 중진.고령 의원들에 대한 교체 명분이 약해진 것도 공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결국 영남권 공천이 가져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순서를 마지막으로 미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3> 이미 공천 과정에서 친이-친박측 현역 의원들 일부가 탈락하지 않았습니까?

소위 물갈이가 이미 시작된 것 아닌가요?

<답변 3>

네, 어제까지 발표된 160곳 가운데 지역구 의원 8명, 전국구 의원까지는 모두 12명의 현역 의원이 탈락했습니다.

탈락한 당사자들은 공심위의 재심을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6일, 친박측 핵심인 한선교, 이규택 의원이 탈락했을 때는 표적 공천, 대학살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탈락한 현역 의원들을 보면 친 박 측이 다소 많은데요, 이규택, 한선교 의원의 탈락에는 박근혜 전 대표까지 그동안 제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며 표적 공천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대표는 어제까지 공식 행사 참석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같은 박 전 대표의 이례적인 강한 발언이나 일정 취소는 개혁 공천에 대한 요구가 자칫 영남권에 몰려있는 박 측 의원들을 탈락시키는 도구가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박 측 의원들 역시 불안해하는 가운데, 영남권의 공천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자는 분위기여서, 내일이나 모레 발표될 결과가 당내 갈등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4> 윤 기자, 헌데 지금까지의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민주당에 비해 빛바랜 개혁 공천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4>

네, 그렇습니다.

일단 개혁 공천을 위해서는 계파 안배를 배격하는 것 만큼이나 도덕성 기준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 기준이 무뎌진 듯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당 윤리위원장이 도덕성 문제를 제기한 서울 은평갑과 강북을 지역 공천 내정자에 대해, 공천심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내정, 인준 보류, 재내정, 재심 요구라는 핑퐁게임을 벌였고, 현재 이들에 대한 재심이 진행중입니다.

또, 김대중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정덕구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충남 당진에서 공천이 확정됐는데요, 이에 대해 윤리위원장은 사람이 아닌 새를 공천하면 어떻하냐며 철새 공천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이 공천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하면서 한나라당에서도 대충 넘어갈 수 없다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당 지도부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벤치마킹했다, 한나라당은 아예 금고형은 공천 신청도 받지 않았다며 민주당에 대한 견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질문 5> 그럼 통합민주당 공천 진행 상황 이어서 살펴보죠.

사실 민주당의 경우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사람은 공천 심사에서 배제한다는 기준을 발표할 때만 해도 공천 진행이 탄력받는 것처럼 보였는데, 갑자기 지지부진한 느낌인데요?

<답변 5>

지난 5일 통합민주당은 진통 끝에 공천 심사 원칙을 확정했는데요, 정치 자금 관련이든 개인비리든 모든 형사범을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사람은 심사에서 예외없이 제외한다는 것입니다.

그 뒤 공천심사위원회는 곧바로 단독 공천신청 지역구 71곳 가운데 62명을 공천 적합으로, 9명은 공천 보류로 분류해 최고위원회의에 인준을 요청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공천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요, 하지만 최고위는 연 이틀의 논의 끝에 인준을 보류했습니다.

그대로 공천할 경우 수도권 현역의원 대부분이 재 공천을 받아,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모처럼 여론의 호응을 얻고 있는 '쇄신 공천'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박상천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박상천(통합민주당 공동대표) : "단수지역은 무조건 공천해야 하는가... 아니면 어떤 자료에 의해서 쇄신 공천이라고 볼 수 있을 때 공천을 해야 하는가..."

이에따라 공천심사위원회는 일단 후보자 확정 없이 어제부터 호남 지역 신청자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공심위는 호남 지역에서 현역의원 30%를 탈락시키겠다고 이미 예고한 상태인데요.

호남 지역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6.5대 1에 이를 만큼 신청자가 많기 때문에, 우선 2-4배수 압축 작업을 벌인 뒤 다시 2차로 압축하고, 경선 실시 지역을 분류할 예정입니다.

공심위는 호남과 경선이 필요한 일부 초경합 지역을 제외하고는 오는 12일쯤 공천 내정자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질문 6>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금고형 이상 공천 배제라는 심사 원칙 자체에 대한 반발 역시 상당히 크지 않습니까?

<답변 6>

공심위의 심사 원칙에 의하면, 결국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배제됩니다.

지역이나 계파 상징성이 있는 인물도 있고, 또 나름대로 지역에서 인지도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많아 당내에 파장이 더 큰데요.

이 가운데 김민석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자신을 공천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의 공개토론을 제안했습니다.

반면 비슷한 처지의 신계륜 사무총장은 개인적으로 억울하다면서도 다소 상당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과 신계륜 사무총장의 말 차례로 들어보시죠.

<녹취> 김민석(통합민주당 최고위원) : "우리사회가 지금까지 행해졌던 사법적 판단을 다 옳다고 봐야하나?혁명의 갈채를 받는다고 그 혁명이 모든 단두대의 처형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녹취> 신계륜(민주당 사무총장) : "제 개인적 억울한 측면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당이 전진해야 할 길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 길을 위해서 제가 가진 여러 가지 능력과 소신을 받쳐서 노력하는 것이 지금 현재의 저의 당면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 의원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 이상수 전 노동부 장관은 억울하다며 재심을 요청했습니다.

안희정 씨와 이호웅 前 의원 역시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하면서도 공심위의 재심을 요청한 상탭니다.

<질문 7> 윤 기자, 그런데 거물급에 대한 탈락 원칙을 강경하게 고수한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그 덕에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요?

<답변 7>

네, 개혁 공천을 지지하는 당원과 시민들의 선물과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는데요, 거의 `국민적 스타'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빵이나 음료, 꽃바구니까지 배달되고,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이게 당이 사는 길이다'는 류의 격려성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기는 박재승 위원장이 당내의 격한 논란 속에서도 금고형 이상 전력자에 대한 공천 배제 원칙을 지켜낸 것, 그러면서 거물급 정치인 11명을 단숨에 날려버린 뚝심 때문입니다.

대신 박 위원장에겐 공천특검, 저승사자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한나라당의 안강민 공심위원장도 박재승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법조계 출신에, 얼굴만 봐도 읽히듯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강골 중의 강골입니다.

별명이 포커페이스인 안강민 위원장은 오직 결과로만 말하겠다는 신중파로 며칠 전엔 회의 도중에 '못해먹겠다'며 문을 박차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두 위원장이 앞으로 공천 전쟁의 최대 화약고인 영남과 호남지역 공천에서는 어떤 뚝심을 보여줄 지도 관심사입니다.

<질문 8> 윤 기자, 자유선진당도 면접심사를 시작했잖습니까 이회창 총재가 가장 먼저 면접심사를 받았죠?

<답변 8>

네, 지난 금요일이었죠, 이 총재를 상대로 한 면접은 45분간 진행됐는데요.

전국정당을 외치면서 왜 서울이 아닌 충남에서 출마했나요? 또 총선 결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할 경우 당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이회창 총재의 답변 들어보시죠.

<녹취> 이회창(자유선진당 총재) : "현실적인 목표로 볼때 과연 그것이 효율적인 것인가, 우리는 지금 모양을 따지고 겉보기 따질때 아니다."

비례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조순형,유재건 의원은 면접을 보지 않았고 심대평 대표는 아직 지역구를 최종 확정하지 않아 면접 일정을 다음 주로 미뤘습니다.

자유선진당은 모레쯤 가장 당내 인재 풀이 많은 대전 충남 지역의 공천 명단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충청 지역 외에서는 극심한 인물난을 겪으면서, 공개적으로는 다른 당 공천 탈락자를 받지 않는다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한나라당 공천 갈등과 이탈 세력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질문 9> 진보 진영은 이번에 민주노동당, 진보 신당으로 나뉘어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전망이 어떻습니까?

<답변 9>

먼저 민주노동당을 살펴보면, 천영세 대표는 일단 불출마를 선언했고,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권영길 의원은 창원 을에서 재선에 도전합니다.

강기갑 의원 등 전국구 의원들도 모두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일단 예비후보자 73명을 정했는데요, 20여 명 정도를 추가로 예비후보로 정하고, 내일부터 14일까지 지역별 당원들의 찬반투표를 실시해 최종 공천자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이미 확정한 비례대표 후보자 11명 가운데 선출직에 대해서도 순번 투표를 벌입니다.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이 창당준비위원을 맡고 있는 가칭 진보신당도 주요 당직을 인선하고 수도권 출마자 19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오는 16일 중앙당 창당 대회를 앞두고 시당 추진위원회 사무실을 여는 등 본격적인 세 확산에도 나섰습니다.

한편 민주노동당 천영세 대표는 진보신당의 현역의원이 출마하는 곳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혀, 진보 진영간 제휴 가능성을 열어놨는데요.

하지만 관악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진보 진영 후보들간 맞대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총선에서는 양분된 진보 세력이 어떤 성과를 이뤄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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