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식 축구’ 팬들의 갈증 풀어라!

입력 2008.06.23 (12:52)

축구대표팀이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3승3무(승점 12)의 성적으로 최종예선 진출권을 확보하면서 본선진출을 향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허정무호의 3차 예선 여섯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무패행진으로 최종예선에 진출했다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공격력과 헐거운 수비에 실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체력과 정신력, 전술의 삼위일체를 실현한 '히딩크식 축구'를 경험하고 안방에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생중계로 보고 있는 팬들에게 밋밋한 무채색의 허정무식 축구는 흡입력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큰 목표를 떠안고 있는 허정무 감독은 자기 만의 색깔을 가지고 최종예선에서 새롭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허정무호의 고난 행군
허정무호는 지난 1월 30일 칠레전(0-1패)을 시작으로 동아시아연맹선수권대회(1승2무)와 월드컵 3차 예선(3승3무) 등 10경기를 치르며 15골(8실점)을 뽑아냈다.
외견상으로 나쁘지만은 않은 성적일 뿐 아니라 칠레전 패배 이후 9경기 연속 무패(4승5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호성적에도 팬들이 답답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지적을 받는 부분은 지금까지 치른 10경기 중에서 한국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았던 국가가 칠레(47위)와 일본(38위) 뿐이라는 것이다.
FIFA 랭킹 100위 요르단과 두 차례 싸워 1승1무(3골2실)의 힘겨운 혈투를 벌이고, 북한(118위)과는 3무(1골1실)의 성적을 거뒀다. 그나마 투르크메니스탄(150위)과 두 차례 맞붙어 7골을 뽑은 게 성과다.
◇믿을 만한 공격수의 부재
허정무 감독은 월드컵 3차 예선 1~5차전까지 박주영(서울)을 선발 원톱 공격수로 풀 타임 기용했고, 박주영은 두 골을 뽑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박주영의 골은 모두 페널티킥골.
전문 프리키커이자 원톱 공격수로서 3차 예선을 치르며 필드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것은 허 감독에게 큰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원톱 요원인 고기구(전남) 역시 기대했던 포스트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고, 안정환(부산) 역시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선발로 출전시키기에 버겁다는 인상만 남기고 말았다.
여기에 해외파 설기현(풀럼)이 프리미어리그를 마친 이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서 오른쪽 측면에서 제 구실을 해주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정무호 공격라인의 위력이 떨어진 것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줄 부상에 빠지면서다.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두 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염기훈(울산)은 지난 4월 왼쪽 발등뼈(제5중족골) 피로골절로 수술을 받고 3개월 동안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 무서운 신인 조동건(성남)은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오른쪽 정강이뼈 피로골절로 탈락했고, 서동현, 하태균, 신영록(이상 수원) 등 젊은 공격수들도 잇단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돼 허정무 감독으로선 한정된 자원에서 공격진을 꾸려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이제는 색깔이 필요할 때
전술은 상대에 따라 변하는 게 원칙이지만 경기를 치르다 보면 그 팀을 대표하는 색깔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허정무호는 아직까지 무채색에 가깝다.
월드컵 3차 예선을 통해 '팀 빌딩'을 하고 있는 상황 임을 감안하더라도 대표팀의 경기력과 전술은 매경기 심한 편차를 드러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과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처음으로 고기구를 원톱으로 포스트플레이 전술을 펼쳤지만 허 감독의 실험은 고질적인 크로스의 부정확성으로 실패작이 됐다.
또 미드필더부터 공격수까지 이어지는 세밀한 패스도 매끄럽지 않았고, 상대 뒷공간을 노리는 롱킥 역시 번번이 잘렸다.
그러다 보니 약속된 플레이가 실종된 상황에서 선수의 개인기를 활용한 슈팅에 승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최종예선을 앞둔 허정무호로선 승리를 위한 확실한 전술을 마련해야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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