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북한 루니’ 정대세, 여성들 인기 한몸

입력 2008.06.23 (08:49)

수정 2008.06.23 (14:35)

<앵커 멘트>

어제 열린 남북 축구 대결에서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북한의 루니라고 불리는 정대세 선수인데요.

축구에 관심이 없는 여성들도 정대세 선수는 잘 알더군요.

이윤희 기자!

경기장에서도 정 선수에 대한 관심 뜨거웠죠?

<리포트>

어제 경기 내용은 좀 지루했지만 그래도 중간 중간 화면에 비치는 정대세 선수 보는 재미만큼은 쏠쏠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은 첫 방문이라고 하죠.

정대세 선수 입국 때부터 누구보다 단연 주목을 받았는데,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입을 꾹 다문 북한 선수들과 달리 재치있고 여유있는 입담으로 국내 축구팬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오늘 <현장>에서는 북한 축구대표팀의 간판공격수 정대세 선수를 만나봅니다.

지난 19일 밤이었죠.

삼엄한 경비 속에 북한대표팀이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선수, 빡빡 깍은 머리, 180센티미터의 다부진 체격, 강인한 눈빛이 인상적인 24살의 정대세 선숩니다.

그는 최근 북한 대표팀의 공격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대세(북한 대표팀 선수) :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6년, 일본 J리그의 한 프로팀에 들어간 정대세 선수는 입단 1년 만인 지난해 12골을 넣으며 팀의 주축 공격수로 성장했습니다.

올 봄, 중국에서 열린 동아시아 대회에선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특히, 수비를 뚫고 단번에 골을 뽑아내는 저돌적인 플레이로 '북한의 루니'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인터뷰> 한준희(KBS 축구 전문 해설위원) : "수비수와 몸싸움에서 지지 않을 만한 능력, 여기에다 빠른 속도로 수비수를 돌파할 수 있고 양쪽 발을 잘 쓰는 정대세 선수의 기본 능력은 아시아 선수로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하는 공격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정대세 선수가 눈길을 더욱 끄는 것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제일교포 3세라는 점인데요.

남북 경기를 앞둔 지난 토요일 월드컵 경기장에선 대표팀의 마무리 훈련이 있었습니다.

정 선수는 우리 선수들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었는데요.

<인터뷰> 정대세(북한 대표팀 선수) : "김남일 선수인데...공격도 하고 수비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유틸리티플레이어 (여러 역할이 가능한 선수)라고나 할까..."

남북 모두 일찌감치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FIFA가 공인하는 첫 서울 맞대결인 만큼 각오도 남달랐습니다.

정대세 선수는 우리팀에겐 경계대상 1호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김남일(국가 대표팀 선수) : "(정대세 선수가) 골문을 위협할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슈팅 타이밍이나 개인 수비에서 강한 압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였죠.

5만 여명이 모인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는 정대세 선수를 응원하는 여성 팬들도 많았습니다.

<인터뷰> 이미란(서울시 성산동) : "너무 설레고 좋고요. 실제로 분단의 역사를 한 몸에 짊어지고 있는 청년이잖아요. 여러 가지 배울 점이 많고 선수로서도 멋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여서..."

양국 국가가 울려 퍼지고 곧이어 시작된 이 날 경기에서 정대세 선수는 전반 17분, 한국 수비 3명 사이로 과감한 슈팅을 날리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인터뷰> 권해효(탤런트) : "(정대세 선수는) 지칠 줄 모르고 험하면서 거친 것 같지만 문전 앞에서는 굉장히 세기가 있고 정교한 통제력, 몸싸움이라든지..."

이날 관중석에서는 통일기가 등장하고 양국 선수를 응원하는 파도타기 응원도 펼쳐졌는데요.

<인터뷰> 조성환(서울시 신월동) : "역시 대세는 정대세 선수고, 무승부로 끝났지만 남북한이 하나가 되는 모습이 아주 좋았습니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0대 0, 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인터뷰> 김정환(북한 대표팀 감독) : "홍영조 선수라든가 정대세 선수의 개별 돌파 능력과 속도, 여기에 근거한 전술적인 측면에서 득점 기회를 노렸는데 세 번의 공격에서 같은 수법을 썼습니다. 득점을 내지는 못했지만..."

불고기를 좋아하고 평소에는 랩을 즐겨 듣는다는 정대세 선수.

최근에 자신이 직접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밝힌 것처럼, 월드컵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해 본선에서 통일기를 휘날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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