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커송구장 가장 높은 곳에 휘날린 태극기

입력 2008.08.23 (23:34)

수정 2008.08.24 (00:06)

KBS 뉴스 이미지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국-쿠바의 결승전이 열린 23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
뜨거웠던 11일간의 혈전이 끝난 뒤 우커송구장 드넓은 초록색 그라운드 한복판에 노란색 시상대가 마련됐고, 한국 대표 24명을 중심으로 쿠바, 미국 선수들이 시상대 뒤쪽에 도열했다.
먼저 `USA'라고 미국이 호명되자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차지한 미국 선수들이 시상대 위에 올라섰다.
본선 풀리그에서 한국, 미국에 진 데 이어 준결승전에서도 쿠바에 져 결승 진출엔 실패했지만 난적 일본을 꺾은 승리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 미국 선수들은 기쁜 표정으로 메달을 목에 걸고 꽃다발을 흔들었다.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했던가.
활짝 웃는 미국 선수들에 이어 `쿠바'가 호명됐지만 쿠바 선수들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늘 올림픽 야구장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만 서는 것에 익숙한 그들에게 은메달은 달가운 게 아닌 듯 싶었다. 방금 한국에 당한 2-3으로 1점차 패배의 뼈아픈 기억이 표정에서 베어나왔다.
하비 실러 국제야구연맹(IBAF) 회장이 미국과 쿠바 선수들에게 차례로 메달을 걸어준 데 이어 가운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순간 `코리아'라는 이름이 힘차게 구장에 울려퍼졌다.
이승엽(요미우리)과 류현진(한화) 등 태극전사 24명이 마침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고영민-박진만-정근우-이대호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됐고,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3경기에 나와 혼신의 힘을 다해 역투한 한기주(KIA)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5경기에서 2승1세이브를 거두며 결승 진출에 공헌한 윤석민(KIA)도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상대 한 가운데에는 이승엽이 우뚝 서있었고, 이승엽의 오른쪽 끝에는 쿠바와 결승전에 선발로 9회 1아웃까지 막아내며 승리투수가 된 류현진이 섰다.
좌우에 쿠바 국기와 성조기를 거느린 태극기가 우커송 구장 하늘 높이 오르기 시작했고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선수들은 물론 구장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들도 함께 따라 불렀다.
봉중근은 감격에 목이 멘 듯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렸다. 김민재도, 맏형 진갑용도 이순간 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는지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눈물은 잠시. 5분 후 시상대에서 내려온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누워 기념촬영을 한 뒤 꽃다발을 1루와 3루쪽 한국 응원단에게 던지며 활짝 웃었다. 3루쪽 관중에게 꽃다발을 던지는 윤석민의 얼굴이 우커송구장에서 펄럭이는 태극기처럼 활짝 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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