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공신’ 윤석민 “어제는 울었지만…”

입력 2008.08.24 (00:38)

수정 2008.08.2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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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너무 많이 울었나봐요"
한국 야구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정상에 우뚝 선 23일. 윤석민은 활짝 웃고 있었다.
전날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격파한 직후 라커룸에 들어가자마자 울음을 쏟아낸 그였다. 그냥 흐느낀 게 아니라 대성통곡 수준이었다. 참고 참았던 울음이었기에 그 농도는 더욱 진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14일 베이징올림픽 대표 최종 24명 명단을 발표하면서 윤석민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8월 초 임태훈의 부진으로 대표팀 교체가 거론됐을 때에도 대표팀 코치진 일각에서 "윤석민은 안된다"는 반대 주장이 나왔을 정도로 그에 대한 원인 모를 거부감이 심했다.
하지만 윤석민의 오른손은 대표팀을 결승에 올려놓는 일등공신이 됐다.
그가 13일 미국과 첫 경기에서 6-5로 앞선 9회 초 무사 2, 3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5명의 타자를 1실점으로 막아내지 못했다면 한국은 9회 말 8-7 역전극을 기대할 수 없었다.
16일 일본전도 마찬가지. 0-0으로 맞선 6회 1사 2루에서 등판해 아라이 다카히로에게 2점포를 맞긴 했지만 2⅔이닝을 2안타 1실점으로 막아낸 윤석민 덕분에 또 한 번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18일 타이완전에선 세이브를 올렸고, 19일 쿠바전에 이어 22일 일본과 준결승전에서도 9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대표팀 투수 10명 중에서 가장 많은 5경기에 등판한 윤석민의 기록은 2승 1세이브(평균자책점 2.35).
고집 센 김경문 감독마저 막상 올림픽이 시작되자 위기의 순간에는 윤석민부터 찾을 정도로 그에게 의존했다. 워낙 자주 던진 탓에 23일 결승전엔 마운드에 올라가기 힘들 정도로 컨디션이 나빠졌다.
마음 속으로 수백 번도 더 상상한 올림픽 결승전 순간이었다. "올림픽을 너무 많이 기대했거든요. 그래서 처음 탈락했을 때에는 너무 많이 힘들었어요. 어제도 그 생각이 나서 뜨거운 게 북받쳐 오르더라고요"
올림픽 결승전 승리투수는 류현진, 세이브투수는 정대현이었지만 앞선 5경기에서 윤석민의 역투가 없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없었으리라는 걸 대표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23일 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윤석민의 얼굴에선 어제의 눈물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깊게 패인 보조개에도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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