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타자'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13타수 1안타(0.077)로 타율이 1할에도 못 미치는데다 두산이 연패한 2,3차전에서 전혀 중심타선으로서 활약하지 못했다. 특히 3차전에서 2-3, 한 점차로 뒤지고 있던 9회말 1사 만루의 천금 같은 기회에서 병살타를 쳐 경기를 내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겪으면서 자칫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갑작스런 김현수의 부진은 무엇 때문일까.
야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최고 수준의 타격 기술이 시리즈에 들어와서 갑자기 나빠질 수는 없는 만큼 타석에서 가진 부담감이 김현수를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김현수가 최근 타석에 들어설 때 자꾸 눈을 깜박인다. 이는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심한 부담감을 가질 때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특히 1차전에서 시즌 MVP(최우수선수) 경쟁자인 김광현에게 3연속 삼진을 당하고서 이를 빨리 만회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부담감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이 해설위원은 "현수의 최대 장점은 공을 노려서 치기보다는 물흐르듯 타격하는 것인데 타석에서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즌 때보다 방망이가 나오는 시간이 좀 늦어졌다"라고도 했다.
이순철 전 히어로즈 수석코치도 "1차전 김광현과 승부에서 완패,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부담을 갖게 됐다. 이런 부담감을 이겨내기에는 현수의 나이가 아직 너무 어린 것 같다"라고 언급하고 "2차전에서 부진을 털어냈어야 하는데 1차전의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결국 수렁이 길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박흥식 전 KIA 타이거즈 타격코치는 "타격 3개 부문 1위로서 시리즈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현수의 장점은 타석에서 적극성을 띠되 스트라이크존의 공에만 방망이가 나갔는데 지금은 좋은 공은 그냥 흘려보내고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나쁜 공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김현수가 부진을 탈출할 방법은 무엇일까. 심리적 압박감이 원인이 된 만큼 해법은 본인 스스로 부담을 이기는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 모두 공감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못할 수가 있겠느냐', '이건 보너스 게임이다. 나는 올해 할 거 다했다. 이제 즐기자'라는 식으로 긍정적이고 편안한 생각을 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김현수 본인 외에 팀에서 김현수를 도와줄 방법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순철 전 코치는 "김현수가 살아나려면 1,2번인 이종욱과 고영민(또는 오재원)이 많이 누상에 나가야 한다. 빠른 발을 가진 주자가 나가면 김현수에 대한 견제가 줄어들며 김현수가 부진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박흥식 전 코치는 "삼성에서 이승엽이 부진했을 때 다른 선수들보다 30분 전에 나오게 해 타격 문제점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슬럼프를 극복하도록 했다"라고 경험을 전한 뒤 "현수가 좀 더 편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3번보다는 2번이나 5,6번 정도로 타순을 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가 부진에서 탈출해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자칫 벼랑 끝으로 몰릴 위기에 있는 두산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