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초월’ 막강한 SK 불펜의 힘

입력 2008.10.30 (21:51)

수정 2008.10.3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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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심쩍은 무언가가 눈에 띄었을 때 즉각 움직이지 않으면 분명 틈이 생긴다. 김성근 SK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마운드 운용의 철칙이다.
질과 양에서 두산을 압도하는 SK 불펜은 3경기 연속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SK는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불펜의 힘으로 3연승, 우승에 1승만을 남겼다.
김 감독은 이날 선발 투수 송은범을 1-1이던 3회 1사 2루에서 강판시켰다. 올해 두산을 상대로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0.80으로 썩 좋지 않았던 송은범이 역전을 허용해 흐름을 아예 두산에 내줄까 봐 김 감독은 가차없이 3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틈을 주지 않겠다는 냉정한 전략이었다.
선동열 삼성 감독이 강력한 불펜을 활용한 '지키는 야구'를 펼친다면 김성근 SK 감독은 풍부한 계투진을 앞세워 '뒤에서 뒤집는 야구'를 한다. 불펜이 상대 공격을 봉쇄하고 그 사이 역전에 성공해 리드를 지키는 방식이다.
이번 한국시리즈 2차전부터 세 경기 연속 선발을 5회 이전 동점 상황에 강판시킨 것만 봐도 김 감독의 구상을 잘 알 수 있다. 김광현, 채병용, 케니 레이번으로 구성된 선발진이 두산에 비해 강하기에 길게 던지게 할 수도 있으나 김 감독의 시선은 늘 그렇듯 선발보다는 불펜을 향해 있었다.
김 감독은 두산 공격의 주축인 이종욱, 김현수 등 좌타자를 철저히 막고자 좌투수 정우람, 이승호를 4경기 연속 투입하는 초강수를 썼다. 이번 시리즈에서 선발이 가장 빨리 강판한 4차전에서는 그동안 출전하지 않았던 가득염까지 투입하며 두산 좌타라인 봉쇄에 명운을 걸었다.
3회 1사 2루에서 등판한 가득염은 이종욱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미리 뛴 2루주자까지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4회에도 무사 1루에서 김현수를 3루수 직선타에 이은 병살 플레이로 잡아낸 가득염은 김동주 타석 때 사이드암 이영욱으로 교체됐다.
이영욱은 6회 이종욱을 상대하려고 등판한 정우람에게 바통을 넘길 때까지 1⅔이닝 동안 1안타만 맞고 무실점으로 잘 버텼다. 정우람은 이종욱과 김현수를 범타로 잡고 임무를 완수했다.
7회 두산 오른손 타자를 막고자 등판시킨 조웅천이 김동주에게 볼넷, 홍성흔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에 몰려 조직력이 어긋나는 듯 했으나 좌완 이승호가 좌타자 오재원과 채상병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2사 만루에서 이대수를 3루 땅볼로 유도하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이승호는 3-1이던 8회 이종욱과 김현수를 각각 좌익수 뜬공과 3루수 파울플라이로 요리하고 2사 1루에서 2차전 선발이었던 채병용으로 교체됐다. 채병용은 2사 만루에 몰렸으나 유재웅을 시속 144㎞ 직구로 돌려세우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SK 불펜이 허용한 점수는 19⅔이닝 동안 3점으로 계투진 평균자책점은 1.37로 철벽에 가깝다. 선발진이 16⅓이닝 동안 7점을 준 것 보다 적다. 우투수는 우타자를, 좌투수는 좌타자를 얼마나 잘 막았는지 성적으로 나타난다.
플레이오프에서 달아오른 두산의 방망이를 잠재우려면 스타일이 다른 투수로 돌려막아야 했기에 한국시리즈에서 SK 불펜진의 맹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됐는데 뚜껑을 연 결과 SK 불펜 조직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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