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좌타자 천적 ‘삼진쇼 부활!’

입력 2008.10.30 (22:06)

수정 2008.10.3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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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좌투수 이승호(27)도 한 때는 삼진을 잘 잡는 투수였다.
2001년에는 삼진을 165개나 잡아 이 부문 2위에 올랐고 2002년에는 144개로 7위, 2004년에는 145개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5년부터 왼쪽 어깨 통증을 앓다가 2006년 말 수술을 했고 3년을 푹 쉬면서 그가 '닥터 K'였다는 기억도 잊혀갔다.
그러나 이승호는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그 기억을 화려하게 되살렸다. 30일 4차전까지 양팀 투수를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은 삼진(8개)을 잡은 이승호는 '깜짝 카드'에서 '필승 보증수표'로 탈바꿈했다. '부활'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정우람과 함께 이번 시리즈에서 개근 중인 이승호는 4차전에서도 좌타자 봉쇄 특명을 띠고 마운드에 올랐다. 3-1로 앞선 7회말 무사 1,3루 상황이었다.
첫 타자는 까다로운 오재원이었다. 그는 포수 박경완의 사인대로 변화구만 3개를 잇달아 뿌렸다. 유인구가 아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면서 볼 카운트 2-1의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시속 144㎞짜리 직구를 던져 파울을 유도한 그는 세 차례 파울 신경전을 더 벌인 뒤 역시 직구만을 노리던 오재원의 몸쪽에 144㎞짜리 직구를 박았고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했다.
계속된 1사 1,3루에서 이승호는 움츠러든 채상병을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포효했다.
찬스가 무산될 위기를 맞자 김경문 두산 감독은 우타 거포 최준석을 대타로 기용했지만 이승호는 그를 볼넷으로 거른 뒤 대타 이대수를 골랐다.
이대수가 이승호의 초구를 잡아 당겨 3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결국 이승호의 승리로 끝났다.
26일 1차전에서 구원 등판해 홍성흔에게 솔로포를 맞았으나 이후 무실점 행진 중이다. 이종욱과 김현수 두 좌타자를 막는데 혼신의 역투를 벌인 그는 이날까지 4경기 5이닝 동안 2안타 삼진 8개, 1실점으로 맹활약 중이다. 4차전 최대 고비를 넘긴 그에게 데일리 MVP가 돌아가는 건 당연했다.
매 경기 꼭 한 번씩 상대했던 이종욱과 김현수는 각각 4타수 무안타로 이승호에게 꽁꽁 묶였다.
SK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께서 정규 시즌 후반기 마운드가 어려웠을 때 이승호가 분전해 준 것을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리즈에서는 최고구속이 147㎞까지 찍히는 등 전성기 위력을 되찾고 있어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승호는 "올림픽 휴식기 때 공을 1천개 정도 던지면서 예전의 밸런스를 회복했다. 3년간 쉬면서 타자들 분석을 잘 못 했지만 후반기 많은 연구를 통해 이를 극복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오늘은 슬라이더가 잘 꺾여 주로 던졌다. 어깨 통증은 3-4월에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이승호의 팔 스윙이 빨라졌고 몸 자체 스피드도 빨라졌다. 원래 자기 볼을 되찾아 지금은 공 끝이 살아 있다"며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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