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야구' 두산 베어스는 뛸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SK 와이번스만 마음껏 두산이 지키는 2루를 훔치며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SK는 3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회 두 차례나 2루를 훔치며 선취점을 뽑아낸 데 이어 7회에도 나주환이 도루를 추가했다.
반면 두산은 1회를 빼고는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서도 9회 2사후 최승환이 단 한 번 도루에 성공했을 뿐이었다.
이 같은 모습은 1∼3차전에서도 되풀이됐다. SK는 1차전에서 세번이나 도루에 성공한 반면, 두산은 도루 실패만 한번 있었을 뿐이었다. 2차전에선 서로 도루 한 개씩을 교환했다.
발야구로만 보면 SK의 7대 2 압승인 셈.
플레이오프까지만 해도 발야구로 삼성 라이온즈를 마음껏 농락하던 두산이 한국시리즈 들어 갑자기 얌전해진 이유는 뭘까.
이는 다름 아닌 SK 배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 때문이다. 포수 박경완이 이끄는 SK 배터리는 수시로 1루 견제구를 던지며 두산의 도루 타이밍을 뺏었고, 1차전에선 2회초 겁 없이 도루를 시도하던 고영민을 박경완의 2루 견제구로 횡사시키며 두산의 발을 주눅들게 했다.
박경완은 시즌 중에도 8개 구단 포수들 중 도루 저지율 1위(0.436)를 자랑할 정도로 정확한 견제와 강한 어깨로 상대팀 주자를 2루 문턱에서 횡사시켰다. 박경완의 견제 능력을 잘 알고 있는 두산 주자들이 감히 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두산이 4경기에서 도루 시도가 단 세 번에 그친 진짜 이유인 셈이다.
반면 두산 포수 채상병의 정규리그 도루 저지율은 0.224에 불과했다. 10번 중 8번은 도루를 허용했다는 뜻이다. 이를 잘 아는 SK 주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두산이 지키는 2루를 제 집 드나들듯 편하게 드나든 셈이다.
박경완이 한국시리즈 들어 14타수 무안타의 지독한 빈타에 시달리면서도 팀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데에는 이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타격 성적은 저조하지만 두산의 발야구를 꽁꽁 묶어내고 있고 다양한 볼 배합을 주문하며 SK의 `벌떼 불펜'을 리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30일 경기 전에도 "박경완이 확실히 타격은 부진하다"면서도 "하지만 투수 리드나 두산 주자 견제 잘하는 것만 해도 된 것 아니냐"라고 무한 신임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