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방지’, 발 빠른 KBO 총재 선임

입력 2008.12.16 (17:46)

프로야구 8개 구단 사장들이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사퇴 표명 직후 곧바로 후임 총재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한 것은 더 이상 '낙하산 총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유영구 이사장이 정식 KBO 총재가 되려면 1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공식 추천을 받고 구단주 총회에서 선출된 뒤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구단 사장들은 이례적으로 추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유영구 총재'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뜻이다.
구단 사장들이 전문 경영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너'인 구단주의 내락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전에 늘 협의하던 정부와 교감은 없었다.
이는 지난 1998년 박용오 당시 OB베어스 구단주를 총재로 선출하면서 사상 첫 '자율 총재'를 표방했던 것과 흡사하다.
1982년 출범 이후 사실상 정부가 미는 정치권 인사를 총재로 받아 들였던 KBO는 당시 자율적으로 프로야구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뒤 박용오 총재를 추대했다.
KBO가 정부와 사전 협의없이 총재를 뽑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자율 총재' 탄생은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박용오 총재가 "중립적 인사가 아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KBO는 "구단주는 중립적 인사여야 한다"는 정관 규정을 삭제하면서 맞서 끝내 박용오 총재의 취임을 관철했다.
이번에도 총재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유영구 이사장 추대 소식에 "선출 권한을 갖고 있는 구단들이 추대했다고 하니 문제를 삼을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선출하기 전에 상의했던 게 관례였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추대된 것이 아니니 18일 이사회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여 사전 협의가 없었던 데 대해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정부 역시 8개 구단이 자율적으로 뽑은 KBO 총재를 끝내 거부하기에는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크다.
KB0가 10년만에 시도하는 자율 총재 선출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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