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KBO 총재, 낙하산 이제 그만”

입력 2008.12.24 (07:06)

수정 2008.12.24 (07:19)

[홍유표 해설위원]

후임 총재 추대문제를 놓고 낙하산 논란을 빚어온 한국야구위원회 KBO 총재 인선이 난항 끝에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프로야구 7개 구단 사장들은 어제 이사회를 열고 총재 인선과 관련해 좀 더 시간을 갖고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10년 만에 낙하산 총재를 거부하고 민선 총재를 추대하려했던 프로야구계의 바람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6일 야구위원회 이사들인 구단 사장들이 모 재단 이사장인 유영구 씨를 차기 총재로 전격 추대함으로써 불거졌습니다. 이에 총재 승인 권을 쥐고 있는 문체부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유감의 뜻을 표하자 유영구 총재 후보가 자진 사퇴하고 이사회의 총재 인선이 내년도로 미뤄졌습니다.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기 전에 발 빠르게 민선 총재를 옹립하려던 야구계의 시도가 이번에도 먹히지 않은 셈입니다.
프로야구는 지난 82년 출범 당시부터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역대 10명의 총재 가운데 구단주 출신으로 수장에 오른 박용오 총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권 인사였습니다. 프로야구 사장단이 총재 인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자율 총재를 추대한 것은 역대 낙하산 총재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습니다. 돔 구장 건설과 프로 야구팀 창단 등 야구계의 숙원을 풀어줄 기대를 안고 모셔왔지만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야구인들은 “낙하산 총재의 결과로 1960년대 야구장이 그대로 남아있다며 총재직은 더 이상 국회의원이 잠시 쉬어가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총재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고 기웃거리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풍토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프로야구는 올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쾌거와 500만 관중 돌파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진정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발전에 더욱 기여할 사람이 마땅히 총재가 되어야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자리는 정치인에게 보상 차원에서 주는 감투가 아니라 명실 공히 한국야구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사람에게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미국 메이저 리그나 일본의 경우 정부의 승인 없이 구단주 투표로 총재를 결정합니다.
문체부도 이제는 한국 야구위원회 이사회에 총재 선임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게 해야 합니다. 야구계 또한 언제까지 정치권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 한국 프로 야구를 위한 길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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