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공기업?’ 자율 총재 물건너 가나

입력 2008.12.22 (11:41)

수정 2008.12.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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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차기 총재로 추대된 유영구(62)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끝내 정치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진 사퇴함에 따라 '자율 총재' 선출이라는 사장단의 의지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프로야구와 오랜 인연을 맺었던 유영구 이사장은 구단 사장들로부터 추대를 받았지만 결국 전방위적으로 밀려온 정치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셈이 됐다.
유 이사장 추대 당시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던 야구계는 자진 사퇴 소식을 접한 뒤 프로야구를 자신들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정치권의 잘못된 인식에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8개 구단이 한국야구위원회(KBO)라는 사단법인을 설립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출범 당시부터 정치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상우 총재까지 역대 10명의 총재 중 1998년 구단주 출신으로 프로야구 수장에 오른 박용오 총재만이 '자율 총재'였고 나머지 9명은 모두 낙하산 인사였다.
이번 총재 인선을 앞두고도 일찌감치 낙하산 총재설이 나돌았지만 사장단은 전격적으로 유 이사장을 추대했다.
사장단은 유 이사장을 추대한 배경은 낙하산 총재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학습 효과'라고 밝혔다.
그동안 낙하산 총재를 모셔왔지만 야구발전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20년이 넘도록 모았던 기금 130억원을 고스란히 까먹었고 재정이 파탄난 구단을 인수할 마땅한 기업도 찾지 못해 혼선만 겪었다.
낙하산 총재의 심각한 폐해를 경험했으니 이제는 자율적으로 능력있는 인사를 추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전해진 반응은 상식 밖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하일성 사무총장의 상가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유감의 뜻을 전했고 여권 고위 관계자는 "KBO 총재는 문화부 소관"이라고 주장하며 KBO가 마치 공기업이라도 되는 듯한 인식마저 갖고 있었다.
절차상의 문제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인데 문화부는 사후 승인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정부가 낙점한 인사가 총재로 선임됐을 때 사전협의는 없었다.
여권에 널리 퍼져 있는 "KBO가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니 정부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논리 역시 스포츠토토 수익금을 정부 지원금으로 잘못 안 탓에 나온 것이다.
스포츠토토는 프로야구 경기를 통해 돈을 벌고 번 돈의 일부를 프로야구에 배당금 형식으로 내놓는 것을 정부 지원금으로 오해하고 있다.
아무튼 유영구 이사장이 총재직을 고사함에 따라 KBO 후임 총재 인선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장단이 다시 한번 의지를 모아 또 다른 '자율 총재'를 선출할 지, 정치권이 지명한 '낙하산 총재'를 받아들일지 올 시즌 500만명을 돌파한 프로야구 관중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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