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정부, ‘새 총재 인선’ 갈등 계속

입력 2008.12.18 (17:33)

수정 2008.12.18 (17:42)

정부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인선 절차에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후임 총재 선출 향방은 유영구 추대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날 전망이다.
프로야구 사장단이 16일 차기 총재로 일찌감치 유영구(62)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대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뒤늦게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밤 모친상을 당한 하일성 KBO 사무총장의 상가에 조문을 간 최종학 문화부 체육국장은 사장단이 사전 상의없이 차기 총재를 추대한 사유와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도 않고 언론에 발표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절차상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KBO 총재에 앉히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권이 KBO 총재로 밀고 있는 인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종웅 전 국회의원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KBO가 문화부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면서 "총재 선임은 문화부 승인 사항 아니냐"고 덧붙여 문화부의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에 대해 KBO 이사회를 구성하는 8개 구단 사장단은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유영구 이사장은 야구단 차원이 아닌 각 그룹들이 뜻을 합해 규정에 따라 차기 총재로 추대한 것"이라며 "프로야구 총재는 규약에 따라 이사회에서 추천하고 구단주 총회에서 선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KBO가 정부로부터 토토 지원금을 받으니 정부에 뜻에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 KBO 관계자는 "토토 지원금은 오히려 정부가 프로야구를 이용해 사행사업을 한 뒤 벌어들인 수입금 중 일부를 사용료를 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토토지원금은 유소년 스포츠 등에만 투입되며 KBO 예산에 문화부로부터 받는 돈은 단 한푼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우리는 명확하게 유영구 이사장을 차기 총재로 추대했다. 유영구 이사장이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자진 사퇴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 판단은 당사자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영구 이사장 측근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정도 압력은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0년 전에도 `자율 총재'를 선출했던 KBO는 당시 박용오 OB 베어스 구단주를 총재로 추대했다가 정부와 마찰을 겪었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고 끝내 관철시켰다.
사장단이 이번 총재 인선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도 정치권의 압력이나 정부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그러나 23일 KBO 이사회가 열릴 때까지 명분과 여론을 등에 업은 KBO와 '법대로'와 '관행'을 앞세운 정부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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