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취임…미 역사 새 장을 열다

입력 2009.01.21 (02:06)

수정 2009.01.21 (06:5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에 공식 취임,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정오(미 동부시각) 영하의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만명의 청중이 행사장인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 주변 야외공원(내셔널 몰)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된 취임식에서 제4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로써 오바마는 77일 간의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공화당 출신의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인수받아 80%를 넘나드는 국민의 높은 지지 속에 본격적인 국정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이날 오바마의 취임식은 미국 노예해방을 선언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탄생 200주년의 해에 열린데다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 이튿날 치러져 미국의 인종문제진전과 민주주의 심화라는 역사적 의미를 보탰다.
오바마는 앞으로 2-3일 내에 예비각료들에 대한 상원 본회의 인준절차가 마무리되면 내각의 진용을 갖추고 당면 최대 국정현안인 경제위기 극복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문제 해결을 위한 집권청사진을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오바마 내외는 이날 오전 8시45분 역대 대통령들의 관례대로 성 요한 교회에서 비공개 예배를 본 후 백악관으로 이동,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내외와 함께 이임하는 부시 대통령 내외, 딕 체니 부통령 내외와 커피를 마시며 환담했다.
이어 오바마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 주관 아래 링컨 전 대통령이 지난 1861년 취임식 때 사용했던 성경에 왼손을 얹고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지킬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고 선서했다.
오바마에 앞서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도 존 폴 스티븐슨 대법관 주관으로 선서를 하고 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미국 수정헌법 20조는 신구 권력의 교체시점을 1월 20일 정오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의 임기는 이날 취임선서와 동시에 사실상 시작됐다.
선서 후 오바마 신임 대통령은 취임연설을 통해 집권 원년의 국정운영 방안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미국이 직면해 있는 최대 도전과제가 경제위기와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전쟁 수행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이들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단합과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특히 오바마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가에 대한 국민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미국의 건설'을 위해 미국민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오바마는 또한 `소프트 파워' 외교 구현, 기후변화협약 해결책 모색, 쿠바 관타나모 기지 폐쇄, 의료보험제도의 개혁, 질높은 교육서비스 제공, 서민들을 위한 파격적인 감세조치 등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이행에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오바마는 취임식 직후 상.하 양원 취임식 공동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오찬에 참석한 뒤 오후 2시30분께 의사당에서부터 백악관이 위치한 펜실베이니아가 1600번지까지 기념행진을 벌였다.
오바마 신임 대통령과 미셸 여사는 백악관 입성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는 워싱턴D.C. 일원에서 열리는 10개의 파티에 참석한다.
이날 오바마의 역사적인 취임식을 지켜보기 위해 200만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새벽부터 행사장에 모여들기 시작해 크게 혼잡했으나 경찰의 안내에 질서있게 따라 별다른 소란이나 무질서 행위는 없었다.
다만 워싱턴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인 지하철의 경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평소 30분정도 소요되는 비엔나역-메트로센터까지 지하철 운행이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리는 등 마비에 가까운 사태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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