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기수 봉사 가혹’ 축구팬 반발

입력 2009.03.11 (17:08)

수정 2009.03.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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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숙과 반성의 기회를 줘 팬들로부터 존경받는 선수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곽영철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장)

“선수 개인의 자존심과 인격을 짓밟는 가혹한 이중처벌로 철회돼야 한다”(축구팬)

그라운드에서 심판을 모독하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는 프로축구 전남의 공격수 이천수(28)에 대한 징계를 놓고 축구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프로연맹은 앞서 10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지난 7일 서울과 경기 때 오프사이드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해당 부심을 향해 `주먹 감자' 세리머니와 `총쏘기' 시늉을 했던 이천수에게 6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600만원 징계를 내렸다.
연맹은 또 출장정지 기간 열리는 세차례 홈경기 식전 행사 때 국제축구연맹(FIFA) 페어플레이 깃발을 들고 들어가는 기수로 나서라며 사회봉사 명령도 병과했다.
연맹 상벌위 규정 제16조는 `심판에 대한 판정 항의 또는 비신사적인 행위'에 2∼8경기 출장정지와 경기당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하게 돼 있다.
이천수의 돌출 행동이 이번이 세 번째여서 설사 심판이 모독 행위 장면을 보지 못했더라도 6경기 출장 정지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징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벌금 역시 출장정지에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논란은 '기수 봉사 명령'에서 비롯됐다.
상벌위 규정은 `경고.제재금.출장정지 징계와 함께 사회봉사활동을 부과할 수 있다"며 봉사명령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수위나 방법이 적정했느냐가 논란거리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07년 11월 아시안컵 기간 음주로 물의를 빚었던 당시 대표팀 주장 이운재에게 사회봉사 80시간, 우성용과 이동국, 김상식에게 사회봉사 40시간을 각각 지시한 적이 있다.
대개 사회봉사는 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하는 것이었다.
페어플레이 깃발을 들고 들어가는 방식의 사회봉사는 처음이라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특히 출장정지와 별도로 선수에게 심한 모욕감을 줄 수 있는 기수 봉사명령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프로연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이 같은 기수 봉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축구팬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김진홍이라는 팬은 "그라운드에 서야 할 선수에게 최고의 형벌은 출전정지인데 충격에 빠진 선수에게 식전행사 기수로 참여하게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라며 재심의를 주장했다.
또 다른 팬 박양태씨도 "이전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을 봤을 때 엄벌은 당연하지만 선수의 인격과 최소한의 자존심까지 짓밟는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연맹은 "이천수 선수는 과거 유사 사례가 두 차례 있었음에도 다시 반스포츠적인 행위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가중처벌 의미에서 기수 참여를 결정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기수 봉사 명령은 연맹이 이천수의 돌출 행동을 보지 못했던 해당 심판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으면서 이천수에게 모든 책임을 떠안긴 `여론 재판'이라는 주장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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