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억류에서 석방까지

입력 2009.08.13 (18:03)

개성공단에서 숙소 관리 업무를 하던 40대 초반의 현대아산 주재원 유모씨는 3월30일 오전 개성공단 현지에서 북측 당국자들에 의해 체포됐다.
북측 당국자들은 당시 유씨가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의 탈북을 책동했다는 등 혐의가 적힌 `포고문'을 낭독한 뒤 유씨를 데려갔다.
정부는 남북간 출입.체류 합의서에 명시된 피의자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유씨 접견을 하려했지만 북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신변과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4월3일 유씨 회사 책임자인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이 개성으로 건너갔으나 북측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접견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4월13일 "(피조사자에게)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 등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의 조치는 남북 합의서와 국제관례를 위반하는 매우 부당한 것이며 비인도적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에 대사관을 둔 영국, 중국 등에 유씨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대신 전달토록 부탁하는 등 외교적 노력도 병행했다.
조용하던 북한은 4월16일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장에게 "개성공단 관련 중대 사안을 통보하겠다"며 정부 당국자와 함께 4월21일 개성공단으로 들어오라고 제의했다.
그럼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측은 4월21일 유씨 문제와 관련, 진전된 입장을 내 놓으리라는 일반의 기대와 달리 `남한에 제공했던 개성공단 관련 기존 혜택을 박탈하겠다'고 윽박질렀다.
북측은 이어 5월1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하 총국) 대변인을 통해 유씨가 "(북한)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면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해당 법에 저촉되는 엄중한 행위를 감행했다. 해당 기관에서는 현재 조사를 계속 심화하고 있다"며 유씨 체포 후 처음 입장을 밝혔다.
이어 총국은 같은 달 15일 대남 통지문에서 유씨에 대해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 우리를 반대하는 불순한 적대행위를 일삼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자"라고 주장, 유씨의 행위에 우리 당국이 개입돼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정부는 6~7월 세차례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유씨 문제를 계속 제기했고 북측은 개성공단 토지임대료, 임금 등의 인상을 요구하며 유씨 문제는 의제로 삼으려 하지 않았다.
다만 7월2일 열린 3차 실무회담에서 북측 대표단은 유씨 문제에 대해 우리 측 대표단에 "인차(곧) 해결될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반응을 처음으로 보였다.
이때를 즈음해 현대아산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북측과 유씨 석방 문제를 본격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현대아산 서예택 관광경협본부장 일행이 7월 초 중국 선양(瀋陽)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을 가졌다.
현대아산을 매개로 한 유씨 문제 관련 협의에서 남북 양측이 입장차를 좁혀 나가던 와중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4일 금강산에서 열린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6주기 행사때 평양에서 온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만나 "여러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평양에 갔으면 한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대해 리 부위원장은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 돌아가서 연락해 보자'는 취지의 답을 줬다.
특히 4일 전격 방북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날 북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여기자 2명과 함께 귀국한 것을 계기로 유씨 석방을 위한 행보는 더욱 바빠졌다.
현 회장은 7일 북한 아태평화위로부터 방북 초청장을 받았고 10일 방북길에 올랐다. 현 회장이 방북길에 오르기 직전 남북간에는 8.15 이전에 유씨를 석방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으며 택일과 형식만 남겨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유씨는 현 회장 방북 나흘째인 13일 전격 석방돼 억류된지 137일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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