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규, ‘개구리 번트’ 빛났다!

입력 2009.10.22 (21:34)

수정 2009.10.2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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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군단의 '날쌘돌이' 이용규(24)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켜 KIA 타이거즈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용규는 22일 잠실구장에서 계속된 한국시리즈 5차전 3회말 1사 1,3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현곤의 좌선상 2루타에 이어 김원섭의 내야안타가 터지면서 만들어진 절호의 찬스.
그러나 마운드를 지킨 SK 일본인 투수 카도쿠라 켄의 볼은 만만찮았다.
직구 최고구속이 149㎞까지 찍힌데다 슬라이더와 포크볼의 각도도 예리해 손쉽게 희생플라이를 쳐낼 수 있는 공은 아니었다.
이용규도 초구엔 강공을 펼쳐봤지만 백네트에 박히는 파울. 예상대로 때려내기 쉽지 않았다.
뭔가 짜내기가 필요한 상황.
조범현 KIA 감독은 볼카운트 1-1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스퀴즈 사인을 낸 것이다.
하지만 SK 벤치도 노련했다. KIA의 작전을 간파했고 포수 정상호는 피치아웃을 요구했다.
카도쿠라의 3구는 왼손타자 이용규의 바깥쪽 높은 쪽으로 빠졌다. '아차' 싶었던 이용규는 본능적으로 배트를 뻗었다.
그리고 정확히 배트 밑둥에 걸린 번트 타구는 기막히게 '힘 조절'이 이뤄지면서 투수와 3루수 사이에서 멈춰섰다.
3루 주자 이현곤은 홈으로 파고들려다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이용규가 스퀴즈를 대지 못해 협살당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번트에 성공한 이용규는 1루로 뛰어가면서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용규의 재치가 없었다면 KIA의 결승점은 자칫 기회 무산으로 바뀌어 SK에 흐름을 빼앗길 뻔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일본과 결승에서 김재박(전 LG 감독)이 번쩍 뛰어올라 성공시켰던 '개구리 번트'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이용규는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끈질긴 승부 끝에 좌전안타를 때렸고 나지완의 번트 때 2루에 안착, 결국 카도쿠라를 끌어내렸다. 이어 최희섭의 안타에 홈을 찍어 KIA의 천금같은 두 번째 점수를 올렸다.
이용규는 사실 맘고생이 많았다. 한국시리즈에서 이날 경기 전까지 10타수 2안타로 공격 첨병 노릇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4차전 때는 선발에서 아예 제외되는 수모까지 맛봤다.
조범현 감독은 하지만 경기 전 "오늘은 넓은 잠실이니까 (이)용규를 써야지"라고 믿음을 줬다. 이용규는 믿음에 화답하듯 번뜩이는 플레이로 귀중한 선취점을 선사했다.
이용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타격감각이 안좋은 편이라 스퀴즈 사인이 날 걸로 예상했다. 나한테 나올 작전은 스퀴즈 밖에 없었다"면서 "볼이 오더라도 무조건 성공해야 했다. 상대가 볼을 어설프게 빼는 바람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주먹을 쥔 것에 대해 "큰 경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선취점을 뽑지 못했는데 먼저 점수를 뽑아 1루로 가면서 그런 제스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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