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광적인 12번째 전사

입력 2010.06.07 (07:05)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나이지리아와 북한이 평가전을 치른 6일 밤(이하 한국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인근 템비사의 마쿨롱 스타디움.

템비사는 소웨토에 이어 남아공에서 두 번째로 큰 흑인집단거주지역으로,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은 일찌감치 나이지리아를 응원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나이지리아 응원복을 입은 흑인들은 나팔 모양의 남아공 전통악기인 `부부젤라'를 귀가 따가울 정도로 불어대면서 흥을 돋웠다.

하지만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고 몰려든 인파로 결국 경기 시작 전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남아공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날 경기 입장권은 무료로 배포됐다.

킥오프 시간이 다가오면서 입장권을 받아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려던 사람들과 입장권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출입구 쪽으로 점점 몰려들었다. 경찰차는 물론 한국 취재진 버스 등 경기 관계자들이 탄 차량은 인파 속에 묻혀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경찰이 앞쪽 차량을 통과시키려고 출입구를 열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서로 먼저 들어가려다 일부가 떼밀려 쓰러지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마를 다쳐 피를 흘리는 사람도 있었고, 줄줄이 쓰러진 사람들 밑에 깔렸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일행과 눈물의 재회를 한 사람도 있었다. 주인 잃은 신발들도 나뒹굴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경찰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경찰관 1명을 포함해 14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현지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수습 후 경기는 예정대로 열렸다. 1만 2천여석 규모의 마쿨롱 스타디움은 거의 꽉 찼다. 관중석은 예상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이지리아를 응원하는 흑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렵게 경기장에 들어선 나이지리아 팬들의 응원은 광적이었다.

이날 경기는 남아공에서 열렸지만, 나이지리아의 홈 경기나 다름없었다. 나이지리아에 대한 일방적 응원 뿐이었다.

후반 초반에는 일부 관중이 선수단 통로 쪽 난간을 넘어와 매달려 있자 경기감독관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경기를 잠시 중단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도 이어졌다.

킥오프 후 경기장으로 겨우 들어와 관전한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프로축구 수퍼리그를 시작하던 해(1983년) 그라운드 밖에 라인을 쳐 놓고 관중을 받았던 때의 우리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는 한국의 남아공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상대다.

한국은 오는 23일 더반에서 나이지리아와 16강 진출 여부를 가를 한 판 승부를 벌인다.

이 경기 역시 나아지리아의 홈 경기나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가 열릴 더반 스타디움은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나이지리아의 전력 탐색을 위해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정해성 대표팀 코치도 "더반은 나이지리아의 홈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훨씬 더 할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선수들이 느낄 압박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이런 분위기를 이야기해 줘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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