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런던올림픽에서 경기 규정의 변화와 급속도로 진행되는 전력 평준화를 상대로 훌륭한 방어전을 치렀다.
한국은 3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 양궁에서 남녀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세부종목이 4개인 양궁에서 한국이 금메달 3개를 획득한 것은 1988년 서울,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네 번째다.
결과를 살피면 매우 좋은 성적이다.
대한양궁협회와 코치진이 머리를 맞대 더 나은 국가대표를 선발하고 훈련방식을 개선했으며 선수들도 그에 맞춰 구슬땀을 쏟았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성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보면 그 지위를 앞으로 더 오래 지켜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황도하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양궁이 이제는 기록 종목으로서의 의미가 사라졌다"며 "기존의 훈련방식으로 더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고득점이 장점인 한국 선수들이 경쟁국 선수들보다 기량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에서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득점 합계 대신 세트 승점으로 승부를 가리는 경기 규정이 개인전에 도입돼 큰 변화가 예고됐다.
한국은 남녀부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획득해 결과는 만점이지만 내용에서는 불안한 모습이 적지 않았다.
기보배는 결승전에서 상대의 슛오프 실책으로 금메달을 낚았고,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세계기록을 능가한 임동현과 김법민은 입상권 문턱에서 탈락했다.
챔피언의 굴욕이나 언더독의 맹활약 등 이변으로 스포츠 팬들의 흥미가 배가되기는 했으나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희미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황 부회장은 "운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스포츠의 정신이 아니다"며 "그러나 경기 규칙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에 완벽히 적응할 방안을 여러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트제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한 훈련법을 마련하고 세트제에 강한 선수를 골라내기 위해 선발전 방식을 쇄신하는 등 총체적 변혁이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승승장구를 위협하는 일련의 규정 개정뿐만 아니라 각국의 전력 평준화 또한 피할 수 없는 난제로 확인됐다.
런던올림픽 양궁에 출전한 40개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하고 한국인 지도자가 감독인 곳은 무려 11개국에 이른다.
이들 지도자는 각국의 문화와 풍습에 한국식 지도법을 적용해 선수들의 기술을 한국 선수 못지않은 수준으로 조련해냈다.
남자 단체전에서 4강에 오른 국가는 한국, 멕시코, 미국, 이탈리아로 지도자는 모두 한국인 감독이다.
특히 미국은 한국을 준결승전에서 완파했다.
여자 개인전의 4강 출전자도 기보배(한국), 아이다 로만, 마리아나 아비티아(이상 멕시코), 카투나 로리그(미국) 등 모두 한국 지도자 아래서 담금질한 선수들이었다.
국내 지도자가 해외로 진출해 한국을 위협한다는 시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한국도 이 같은 ‘부메랑 효과'에 정면으로 맞서온 지 오래다.
이웅 멕시코 감독은 "세계 각국의 양궁이 급속도로 평준화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뿐만 아니라 한국도 새로운 훈련법을 연구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정상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