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첫 총감독으로 金 3개 조련
화려한 경력 뒤로하고 '올림픽과 작별'
어느 때보다 심한 견제 속에서도 한국 양궁은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로 최강 지위를 지켰다.
항상 일선에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수만큼이나 속을 태우며 구슬땀을 쏟은 이는 장영술(52) 한국 총감독이었다.
총감독은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양궁에 도입된 새로운 스타일의 직책이다.
종전에는 남녀부의 감독이 따로 있어 두 감독이 공동으로 선수단을 대표하는 체제였다.
남자 선수들의 힘과 저돌성, 여자부 선수들의 섬세함과 끈기를 융합해 상승효과를 끌어내는 '마에스트로'의 개념이 총감독이다.
장 감독은 남자부 오선택 감독, 박성수 코치, 여자부 백웅기 감독, 박채순 코치의 보고를 토대로 큰 틀의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선수들의 훈련 내용을 일일이 분석하고 객관적 시각으로 비판하며 조화로운 처방을 제시하는 해결사 역할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최고의 무대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지도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남자 코치), 2000년 시드니(여자 감독), 2004년 아테네(남자 코치), 2008년 베이징(남자 감독), 올해 런던 대회(총감독) 등 5차례나 올림픽을 치러냈다.
시드니 대회에서는 여자 감독으로서 윤미진, 김남순, 김수녕의 개인전 금·은·동메달 싹쓸이와 단체전 우승 쾌거를 이뤘다.
남자 감독으로 출전한 베이징 대회에서는 박경모의 개인전 준우승과 임동현, 박경모, 이창환의 단체전 우승을 지휘했다.
장영술 감독은 감독·코치에게도 호랑이 같은 관리자였지만 양궁 경기가 열린 영국 런던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두 차례나 눈물을 쏟았다.
첫 눈물은 이성진(전북도청), 최현주(창원시청), 기보배(광주광역시청)가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였다.
원활하지 않은 세대교체와 선수들의 부상 등으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안고 런던으로 건너온 선수들이 우려를 일축해 감격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두 번째 눈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딸의 편지를 받고서 터져 나왔다.
올림픽에서 우승하려고 선수와 지도자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는데 양궁 금메달은 왜 '세계 최강'이라는 말의 틀에 갇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느냐는 내용에 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 욕심보다 모자란 게 하나 있다고 했다.
장 감독은 "시드니에서 여자 감독으로서 시상대에 태극기 세 개를 올렸다"며 "이번에는 총감독으로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모두 따보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런던올림픽을 위해 기획한 훈련을 모두 소화했지만 딱 한 가지가 빠졌다"며 "봉사활동으로 매사에 감사하는 '긍정의 힘'을 얻으려 했지만 빠듯한 훈련일정 때문에 실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기량이나 컨디션을 고려할 때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99%라고 예상한 남자 단체전에서 3위가 된 것이 그 때문이 아닐까 되돌아보기도 했다.
장 감독은 더 나은 후배 지도자들을 위해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를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한국 양궁의 발전을 위한 그의 연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장 감독은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임동현, 김법민이 세계기록을 능가하고도 본선에서 그 기량이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그 좋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훈련법을 개발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그의 양궁철학은 '무결점 훈련'이다.
"물은 99도가 아니라 100도에서 끓지 않습니까. 마지막 1도를 끝까지 찾아내는 무결점 훈련이 계속돼야 한국은 최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