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바람까지 지배한 ‘오조준 능력’

입력 2012.08.04 (22:05)

<앵커 멘트>

오진혁 선수의 화살이 오른쪽에서 부는 바람을 타고 왼쪽으로 흐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과녁의 정중앙이 아니라 바람이 불어오는 3시 방향으로 오조준 하게 되는데요.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오조준 포인트를 탁월하게 잡아내는 능력으로 우리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이진석 기자가 심층보도합니다.

<리포트>

오진혁이 4강전에서 쏜 7점과 8점이 오조준 포인트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자 오진혁은 3시 방향의 8점과 9점 사이 선을 조준해 연이어 10점을 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더 과감한 전략을 썼습니다.

바람 방향과 세기는 거의 같았지만 조준점을 9점과 10점 사이로 옮겼습니다.

대신 더 강한 슈팅으로 바람을 극복해 12발 가운데 7발을 10점에 명중시켰습니다.

자신의 오조준 능력에 대한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인터뷰> 오진혁 : "4강전에서 8점 쏘면서 오조준 포인트를 잡아서 결승전까지 잘 쏠 수 있었다."

바람이 수시로 변하는 런던에선 선수들의 탁월한 감각도 한몫했습니다.

화살을 놓으면서 활을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잡아채는 모습은 마지막 순간 바람의 변화를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동작입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표팀은 선발전 때도 런던 경기장과 똑같은 바람 방향으로 과녁을 놓고 선수를 뽑았습니다.

기존 대표 선수들이 탈락할만큼 혹독한 선발과정과 훈련으로 오조준 능력을 미리 검증한 겁니다.

<인터뷰> 장영술(총감독) : "혹독한 훈련을 우리도 시키고 싶었겠어요? 다 이런 날을 위해서..."

자연의 영역인 바람까지 지배한 대한민국 궁사들은 세계 정상을 넘어 전설로 우뚝 섰습니다.

KBS 뉴스 이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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