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홈런’ 한국 프로야구사 바꿨다

입력 2013.06.20 (21:02)

수정 2013.06.2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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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통산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운 '아시아의 거포' 이승엽(37·삼성 라이온즈)의 대포는 유독 중요한 순간 터져 승리를 이끈 일이 많아 한국 야구팬들의 기억에 깊숙이 박혀 있다.

소속팀 삼성의 팬들은 물론이고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마음을 졸인 경험이 있는 야구팬이라면 가슴속에 하나쯤은 이승엽의 홈런과 관련한 추억을 품고 있다고 할 만하다.

이승엽의 등장은 그 자체로 한국 야구의 '스토리'를 바꿔 놓은 사건이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거포들의 힘이 그라운드를 지배하기 시작하던 프로야구에서 이승엽은 괴력의 외국인 선수들과 밀리지 않는 경쟁을 벌이며 '대포 전쟁'의 즐거움을 각인시켰다.

1998년 38개의 아치를 그려 홈런왕 타이론 우즈(전 두산·42개)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승엽은 이듬해 54개를 때려 1년 만에 우즈의 기록을 갈아치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3년에는 무려 56개의 홈런을 때려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까지 갈아치웠다.

56개째의 달성 여부를 놓고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이던 당시에는 이승엽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외야부터 관중이 들어차 잠자리채가 줄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승엽이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에서 터뜨린 홈런도 한국 야구에 숱한 이야깃거리를 쏟아냈다.

2002년 LG 트윈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6-9로 뒤지던 9회 극적인 동점포를 터뜨려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디딤돌을 놓았다.

일본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삼성에 복귀해서는 SK와의 1차전 1회 선제 투런포를 왼쪽 스탠드에 꽂아 10년을 건너뛴 한국시리즈 연타석 홈런이라는 진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국제대회에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이승엽은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야구팬들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일본과의 예선에서 마쓰자카 다이스케에게 뽑아낸 2점 홈런 등 이승엽의 대포 덕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비록 홈런은 아니지만, 같은 대회 3·4위 결정전 때에는 0-0으로 팽팽하던 8회 2사 1·3루에서 좌중간 2루타를 날려 한국에 동메달을 안겼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과의 1라운드 결승에서 나온 8회 역전 투런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4강에서 때린 8회 결승 2점포 등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야구의 대표 타자라는 책임감이 누구보다도 강한 이승엽은 거듭된 부진에 허덕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기대에 부응하고 마음고생을 털어버리는 굵은 눈물을 쏟아내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승엽의 홈런과 관련해 정리한 자료를 살펴보아도 이승엽의 홈런이 지닌 '드라마틱한 힘'을 읽을 수 있다.

이날까지 1천324경기에 출장한 이승엽이 홈런을 터뜨린 경기는 모두 315차례다.

5-2 승리를 거둔 이날 경기까지 이승엽의 소속팀 삼성은 216승 97패 2무의 전적으로 압도적인 승리를 기록했다.

삼성 팬들은 이승엽의 홈런이 나온 날이면 승리를 예감하고 기분 좋게 목청 터져라 응원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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