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츠펠트 교체카드 묘수 ‘대역전극 연출’

입력 2014.06.16 (03:33)

수정 2014.06.16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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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축구를 강호로 탈바꿈시킨 30년 경력의 '명장' 오트마르 히츠펠트(65) 스위스 감독의 묘수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의 첫 경기에서 팀의 짜릿한 역전극을 연출했다.

히츠펠트 감독이 이끄는 스위스는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국립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적인 역전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날 전반전까지만 해도 경기의 주도권은 22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에콰도르 쪽에 있었다.

탄탄한 수비에 이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경기를 이끌어간 에콰도르 앞에서 스위스는 월드컵 본선에서 200분 넘게 이어진 무득점 행진을 답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풍부한 경험의 노장 감독은 적벽 앞에서 바람의 방향이 바뀌길 기다리는 제갈공명처럼 흐름의 분기점을 놓치지 않고 탁월한 교체 카드를 내밀었다.

히츠펠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발렌틴 슈토커(헤르타 베를린)를 아드미르 메메디(프라이부르크)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메메디는 3분 만에 골을 터뜨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스위스의 본선 266분 무득점 행진을 깬 득점이기도 했다.

이후로도 메메디의 활발한 움직임은 주도권을 스위스 쪽으로 돌려놓았다.

경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후반 중반 이후, 히츠펠트 감독은 다시 하리스 세페로비치(레알 소시에다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또 적중했다.

후반 20분 경기장에 들어선 세페로비치는 추가시간 2분이 지나 심판이 마지막 휘슬을 준비하던 시기에 단 한 번의 역습 기회에서 통렬한 왼발 슛으로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마치 각본을 짜 놓기라도 한 듯 히츠펠트 감독이 카드를 꺼내 드는 족족 그 의도대로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였던 셈이다.

히츠펠트 감독은 1983년부터 스위스 클럽팀을 맡으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사령탑 경력을 쌓은 백전노장이다.

스위스 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를 거치며 여러 차례 리그 우승을 거머쥐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까지 정복하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8년부터 스위스 대표팀을 맡아 연달아 2번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고, 1995년 이후 10년 만에 스위스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권으로 끌어올려 다시 한 번 지도력을 증명했다.

이런 화려한 경력 덕에 히츠펠트 감독은 '장군'이나 '갓(Gott·神)트마르' 등의 별명을 얻었다.

이번 월드컵은 '히츠펠트 장군'의 은퇴 무대이기도 하다.

그의 마지막 무대에서 벌인 첫 경기는 녹슬지 않은 명장의 판단력을 잘 드러낸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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