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돌 독일-미국 “‘히혼의 수치’ 다시 없다”

입력 2014.06.24 (10:49)

수정 2014.06.24 (10:50)

"32년 전 '히혼의 수치' 같은 일은 다시 없을 겁니다."

1982년 6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히혼에서 열린 독일(당시 서독)-오스트리아의 스페인 월드컵 조별리그 2조의 3차전 마지막 경기. 앞선 경기까지 독일은 1승1패, 오스트리아는 2승을 거둔 채 3차전을 맞이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같은 조의 알제리는 첫 경기에서 독일을 2-1로 꺾는 등 파란을 일으키며 2승1패로 전날 조별리그 경기를 모두 마친 상태였다.

알제리는 오스트리아가 독일을 꺾거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석 점 차 이상으로 이겨주면 2라운드에 진출하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독일은 오스트리아를 맞아 전반 10분 호르스트 흐루베쉬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이후 월드컵 역사의 한 페이지를 부끄러움으로 가득 채운 80분간이 이어진다.

양팀은 마치 짜고 나오기라도 한 듯 공격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독일이 1-0으로 승리하면 두 팀은 나란히 2라운드에 나선다.

그러자 독일 공영방송 ARD의 해설가는 중계 도중 시청자들에게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하지 않더라도 이해해달라"면서 "이것은 축구라고 할 수 없다"고 해설을 거부하기도 했다. 관중석에서는 "조작됐다"며 분노한 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경기는 결국 독일의 1-0 승리로 끝났다. 독일, 오스트리아, 알제리는 나란히 2승1패가 됐지만 골득실차에서 밀린 알제리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후 이 경기는 '히혼의 수치'(disgrace of Gijon), '히혼의 불가침 조약'(Gijon non-aggression pact) 등으로 불리며 감추고 싶은 월드컵 역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또한 이 경기는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치르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32년이 흘러 우리 시각으로 오는 27일 오전 1시에 독일과 미국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G조 3차전에서 격돌한다.

G조에서는 독일과 미국이 1승1패로 조 1,2에 올라 있고 가나와 포르투갈이 1무1패로 각각 3,4위에 처져 있다.

독일과 미국이 비기면 두 팀 모두 16강 무대에 오른다.

독일 대표팀 감독은 요아힘 뢰브, 미국 대표팀 사령탑은 독일축구 스타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이다. 뢰브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이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그를 보좌한 코치였다.

사정이 이렇자 축구팬들은 다시 32년 전의 일을 떠올린다.

하지만 AFP 통신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수십 년이나 지난 일이다"라면서 "우리는 독일을 꺾으려고 모든 것을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다"라고 잘라 말했다.

뢰브 감독에 대해서도 여전히 좋은 친구임을 강조하고서 "요아힘은 그의 일을 할 것이고 나는 나의 일을 할 것"이라며 "나의 일은 16강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대표팀의 한지 플릭 코치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승리만을 원한다"며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중앙 수비수 마츠 후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32년 전의 일은) 반스포츠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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