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52) ‘아들 입시비리’도 첫 유죄…조국 부부 재판 빨간불?

입력 2021.01.31 (07:00) 수정 2021.01.3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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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조국 부부 '아들 입시비리'도 첫 유죄…"12분짜리 인턴은 없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벌써 1달이 지났습니다. 정 교수와 검찰은 나란히 판결에 항소했고 사건은 이제 2심 재판부로 넘어갔습니다.

정 교수와 조국 전 장관이 함께 기소된 아들 입시비리 등의 사건도 본격적인 심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재판이 미뤄진 뒤, 2월 법관 인사이동을 앞둔 지금은 기일을 잡지 않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재판이 멈춰 있는 사이, 눈여겨볼 판결이 하나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27일,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줬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거짓 인턴 확인서로 조 전 장관 아들이 지원한 대학원들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앞서 법원이 정 교수 딸의 '7대 허위 스펙'을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엔 아들의 '스펙'마저 허위라고 본 셈입니다.


재판부는 최 대표가 써준 인턴활동 확인서가 실제 있었던 일을 조금 '과장'한 정도를 넘어서, 아예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발목을 잡은 건 '9개월 동안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근무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최 대표 측은 조 전 장관 아들이 9개월을 통틀어 누적 16시간을 일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그렇게 치면 한번 출근할 때마다 고작 12분씩 인턴 활동을 한 셈이 돼, 말이 안 된다고 봤습니다.

또 인턴활동을 뒷받침할 목격자 진술이나 자료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거의 매일 밤 9~10시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왔다는 해당 법무법인 소속 남 모 변호사가, 2017년에 조 전 장관 아들로 추정되는 사람을 겨우 2번 본 적 있다고 진술한 겁니다. 다른 직원들도 대체로 인턴을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최 대표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확인서를 발급해줘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 입시에 최종 합격하게 하는 등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 결정타 된 '그날의 문자'…"정경심 등과 공모 인정"

정경심 교수의 공모 사실 역시 판결문에 직접적으로 언급됐습니다. 2017년 10월 16일 오후, 정 교수와 최 대표가 통화했고 그날 밤 정 교수가 최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과, 다음날인 17일 정 교수가 '서류를 잘 받았고 감사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최 대표에게 보낸 사실 등이 증거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최 대표가 조국 전 장관 아들의 합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점, 정 교수가 직접적으로 해당 서류가 연·고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점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최 대표가 이 인턴활동 확인서가 조 전 장관 아들의 대학원 입시에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2017년 5월 최 대표가 정경심 교수에게 '오랜만에 조0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을 두고는, 당시 조 전 장관 아들이 꾸준히 근무하고 있었다면 보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조국-정경심 부부 재판에 '빨간불'…확인서 1장 더 있다?

이 판결, 조국 전 장관 부부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두 사람은 최강욱 대표가 써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 공범으로 기소된 최 대표가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업무방해' 혐의,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도 유죄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물론 독립된 재판부인 만큼 다른 판단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확인서의 허위성과 입시를 방해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 만큼 이를 뒤집는 결론이 나오려면 그에 부합하는 증거나 진술 등이 추가로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조 전 장관 부부는 '사문서위조'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2017년 최 대표에게 받은 확인서를 재료 삼아, 2018년에 활동 기간을 대폭 늘린 또 다른 확인서를 만들어 낸 혐의입니다.

이 확인서엔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기간이 '2017. 1. 10.부터 2018. 2. 28.까지 주당 8시간씩 46주간 총 368시간'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최 대표의 인장 부분만 캡처한 뒤 오려 붙여 확인서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 대표 측도 재판 과정에서 2018년 확인서는 최 대표가 작성한 게 아니라며,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부분은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이는 곧 조 전 장관 부부에겐 불리한 진술이죠. 진실은 앞으로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 가려지게 될 겁니다.

■ 실패로 끝난 '검찰 저격'…"수사도, 기소도 문제없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최 대표 1심 판결문의 상당 부분은 인턴활동 확인서 발급 의혹 자체보다도, 검찰 '공소권 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에 할애됐습니다. 최 대표가 그동안 검찰 수사와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재판부도 검찰청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 인권보호수사규칙,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이를 조목조목 들여다본 건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 대표의 주장은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과정에서 형사 절차상 피고인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실질적 불이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공소제기는 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연관 기사] 최강욱 대표 기소 막전막후…법원의 판단은? (2021.01.30.)

우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패싱'한 채 검찰청법을 위반해 최 대표 기소를 지휘했다는 주장, 검찰 인사 하루 전 소환조사도 없이 무리한 보복 기소를 했다는 주장 등은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위법하다거나 최 대표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차별적·선별적 기소 주장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 대표는 정경심 교수 등이 자녀 입시와 관련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각종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오직 최 대표 자신만 차별적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정 교수에게 허위 확인서를 발급한 것으로 인정된 단국대 장영표 교수나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장, KIST 다원물집융합연구소장 등은 "대상 허위서류의 작성·교부 시기와 이에 따른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 대상 허위서류의 용도에 대한 인식의 정도 등에 대해 이 사건과 사실관계와 입증의 정도 등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검사에겐 피의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단순히 공소가 제기된 사람과 같거나 다소 중한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음에도 불기소된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론, 그 공소의 제기가 평등권이나 조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조국 전 장관 부부 재판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 역시 재판에서 검찰이 차별적 수사와 정치적 기소로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이 일종의 악의를 품고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해 법에 어긋나는 기소를 했다고 말한 최 대표. 법원은 일단 그런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1심 선고 직후 취재진 앞에서 판결에 유감을 드러내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1심 선고 직후 취재진 앞에서 판결에 유감을 드러내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최강욱 "재판부가 검찰에 현혹돼"…선고 당일 항소

최 대표는 이날 선고 뒤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힌 대로, 곧바로 항소했습니다. 사건은 이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는데요. 최 대표는 1심 재판부가 '검찰에 현혹됐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항소심에서 다시 사실관계를 다퉈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의 인식과 판단에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일단 재판부가 사용하는 용어 자체에서부터 그간에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포한 용어와 사실관계에 현혹되고 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소환이라는 부적절한 용어, 또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힌 점, 피의자의 요건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완화해서 판단한 점 등은 과연 검찰의 폭주를 견제할 기관으로서 우리 법원이 어떤 인식과 위상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진실을 밝힘으로써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견제하고 또 그 역할을 법원이 가진 권한으로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봤지만 1심 재판에서는 허사였던 것 같습니다."

■ 조범동 2심, 달라진 것은?…이번에도 "정경심 공모 입증 안 돼"

한편, 지난 29일엔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 원이 선고됐는데, 72억여 원에 달하는 조 씨의 횡령과 배임 혐의는 이번에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세부적인 판단에는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블루펀드 투자 약정액을 금융위원회에 거짓으로 변경 보고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입니다. 이 펀드에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14억 원인데, 여기엔 정경심 교수의 9억 5천만 원, 정 교수 동생의 2억 5천만 원, 그리고 이들의 자녀 4명 명의로 각 5천만 원이 들어가 있었죠. 하지만 조 씨는 금융위에 출자 약정 총액을 99억 4천만 원으로, 자녀들의 최소출자가액도 3억 5천5백만 원으로 부풀려 보고했습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조 씨가 출자 약정 총액을 실제 출자액인 14억 원이 아닌 99억 4천만 원으로 부풀려 보고한 점은 고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조 씨가 유한책임사원(LP)의 최소출자가액을 3억 5천5백만 원으로 보고한 건 거짓 보고, 즉 위법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조 씨가 정 교수 자녀 등의 경우 각각 비과세 범위인 5천만 원씩만 투자할 것을 알고도, 자본시장법상 LP의 최소출자가액인 3억 원을 넘기기 위해 이처럼 거짓으로 보고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이 범행에 정 교수가 공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교수는 지난달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코링크PE 회삿돈 횡령 혐의에 대한 정 교수의 공모 혐의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공모관계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법인 자금을 받은 사정 뿐 아니라 횡령을 적극적으로 공모하는 것이 필요한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가 조 씨와 공모한 것으로 인정된 부분은 코링크PE 직원들을 시켜 정 교수 남매 이름이 등장하는 자료들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 뿐입니다.

조 씨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우선 판결문을 검토해보겠다며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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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의 시간](52) ‘아들 입시비리’도 첫 유죄…조국 부부 재판 빨간불?
    • 입력 2021-01-31 07:00:12
    • 수정2021-01-31 12:42:47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조국 부부 '아들 입시비리'도 첫 유죄…"12분짜리 인턴은 없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벌써 1달이 지났습니다. 정 교수와 검찰은 나란히 판결에 항소했고 사건은 이제 2심 재판부로 넘어갔습니다.

정 교수와 조국 전 장관이 함께 기소된 아들 입시비리 등의 사건도 본격적인 심리를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재판이 미뤄진 뒤, 2월 법관 인사이동을 앞둔 지금은 기일을 잡지 않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재판이 멈춰 있는 사이, 눈여겨볼 판결이 하나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27일, 조국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활동 확인서'를 발급해줬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거짓 인턴 확인서로 조 전 장관 아들이 지원한 대학원들의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앞서 법원이 정 교수 딸의 '7대 허위 스펙'을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엔 아들의 '스펙'마저 허위라고 본 셈입니다.


재판부는 최 대표가 써준 인턴활동 확인서가 실제 있었던 일을 조금 '과장'한 정도를 넘어서, 아예 '허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발목을 잡은 건 '9개월 동안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근무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최 대표 측은 조 전 장관 아들이 9개월을 통틀어 누적 16시간을 일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그렇게 치면 한번 출근할 때마다 고작 12분씩 인턴 활동을 한 셈이 돼, 말이 안 된다고 봤습니다.

또 인턴활동을 뒷받침할 목격자 진술이나 자료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거의 매일 밤 9~10시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왔다는 해당 법무법인 소속 남 모 변호사가, 2017년에 조 전 장관 아들로 추정되는 사람을 겨우 2번 본 적 있다고 진술한 겁니다. 다른 직원들도 대체로 인턴을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최 대표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확인서를 발급해줘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 입시에 최종 합격하게 하는 등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 결정타 된 '그날의 문자'…"정경심 등과 공모 인정"

정경심 교수의 공모 사실 역시 판결문에 직접적으로 언급됐습니다. 2017년 10월 16일 오후, 정 교수와 최 대표가 통화했고 그날 밤 정 교수가 최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과, 다음날인 17일 정 교수가 '서류를 잘 받았고 감사하다'는 취지의 문자를 최 대표에게 보낸 사실 등이 증거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최 대표가 조국 전 장관 아들의 합격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점, 정 교수가 직접적으로 해당 서류가 연·고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점 등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최 대표가 이 인턴활동 확인서가 조 전 장관 아들의 대학원 입시에 사용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2017년 5월 최 대표가 정경심 교수에게 '오랜만에 조0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을 두고는, 당시 조 전 장관 아들이 꾸준히 근무하고 있었다면 보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조국-정경심 부부 재판에 '빨간불'…확인서 1장 더 있다?

이 판결, 조국 전 장관 부부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두 사람은 최강욱 대표가 써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와 관련해 크게 두 가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우선 공범으로 기소된 최 대표가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업무방해' 혐의,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도 유죄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물론 독립된 재판부인 만큼 다른 판단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확인서의 허위성과 입시를 방해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 만큼 이를 뒤집는 결론이 나오려면 그에 부합하는 증거나 진술 등이 추가로 확인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조 전 장관 부부는 '사문서위조'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2017년 최 대표에게 받은 확인서를 재료 삼아, 2018년에 활동 기간을 대폭 늘린 또 다른 확인서를 만들어 낸 혐의입니다.

이 확인서엔 조 전 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기간이 '2017. 1. 10.부터 2018. 2. 28.까지 주당 8시간씩 46주간 총 368시간'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최 대표의 인장 부분만 캡처한 뒤 오려 붙여 확인서를 조작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 대표 측도 재판 과정에서 2018년 확인서는 최 대표가 작성한 게 아니라며,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부분은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이는 곧 조 전 장관 부부에겐 불리한 진술이죠. 진실은 앞으로 조 전 장관 부부 재판에서 가려지게 될 겁니다.

■ 실패로 끝난 '검찰 저격'…"수사도, 기소도 문제없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최 대표 1심 판결문의 상당 부분은 인턴활동 확인서 발급 의혹 자체보다도, 검찰 '공소권 남용' 주장에 관한 판단에 할애됐습니다. 최 대표가 그동안 검찰 수사와 기소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재판부도 검찰청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 인권보호수사규칙,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이를 조목조목 들여다본 건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 대표의 주장은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공소제기 과정에서 형사 절차상 피고인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실질적 불이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의 공소제기는 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연관 기사] 최강욱 대표 기소 막전막후…법원의 판단은? (2021.01.30.)

우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패싱'한 채 검찰청법을 위반해 최 대표 기소를 지휘했다는 주장, 검찰 인사 하루 전 소환조사도 없이 무리한 보복 기소를 했다는 주장 등은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위법하다거나 최 대표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차별적·선별적 기소 주장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 대표는 정경심 교수 등이 자녀 입시와 관련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각종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오직 최 대표 자신만 차별적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정 교수에게 허위 확인서를 발급한 것으로 인정된 단국대 장영표 교수나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장, KIST 다원물집융합연구소장 등은 "대상 허위서류의 작성·교부 시기와 이에 따른 공소시효의 완성 여부, 대상 허위서류의 용도에 대한 인식의 정도 등에 대해 이 사건과 사실관계와 입증의 정도 등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검사에겐 피의자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해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단순히 공소가 제기된 사람과 같거나 다소 중한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음에도 불기소된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론, 그 공소의 제기가 평등권이나 조리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조국 전 장관 부부 재판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 역시 재판에서 검찰이 차별적 수사와 정치적 기소로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검찰이 일종의 악의를 품고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과 관련해 법에 어긋나는 기소를 했다고 말한 최 대표. 법원은 일단 그런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지난 28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1심 선고 직후 취재진 앞에서 판결에 유감을 드러내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최강욱 "재판부가 검찰에 현혹돼"…선고 당일 항소

최 대표는 이날 선고 뒤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힌 대로, 곧바로 항소했습니다. 사건은 이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는데요. 최 대표는 1심 재판부가 '검찰에 현혹됐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항소심에서 다시 사실관계를 다퉈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의 인식과 판단에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일단 재판부가 사용하는 용어 자체에서부터 그간에 검찰이 일방적으로 유포한 용어와 사실관계에 현혹되고 있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소환이라는 부적절한 용어, 또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힌 점, 피의자의 요건이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완화해서 판단한 점 등은 과연 검찰의 폭주를 견제할 기관으로서 우리 법원이 어떤 인식과 위상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진실을 밝힘으로써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견제하고 또 그 역할을 법원이 가진 권한으로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봤지만 1심 재판에서는 허사였던 것 같습니다."

■ 조범동 2심, 달라진 것은?…이번에도 "정경심 공모 입증 안 돼"

한편, 지난 29일엔 조국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 대한 2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과 벌금 5천만 원이 선고됐는데, 72억여 원에 달하는 조 씨의 횡령과 배임 혐의는 이번에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다만 세부적인 판단에는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블루펀드 투자 약정액을 금융위원회에 거짓으로 변경 보고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입니다. 이 펀드에 실제로 투자된 금액은 14억 원인데, 여기엔 정경심 교수의 9억 5천만 원, 정 교수 동생의 2억 5천만 원, 그리고 이들의 자녀 4명 명의로 각 5천만 원이 들어가 있었죠. 하지만 조 씨는 금융위에 출자 약정 총액을 99억 4천만 원으로, 자녀들의 최소출자가액도 3억 5천5백만 원으로 부풀려 보고했습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조 씨가 출자 약정 총액을 실제 출자액인 14억 원이 아닌 99억 4천만 원으로 부풀려 보고한 점은 고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조 씨가 유한책임사원(LP)의 최소출자가액을 3억 5천5백만 원으로 보고한 건 거짓 보고, 즉 위법에 해당한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조 씨가 정 교수 자녀 등의 경우 각각 비과세 범위인 5천만 원씩만 투자할 것을 알고도, 자본시장법상 LP의 최소출자가액인 3억 원을 넘기기 위해 이처럼 거짓으로 보고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이 범행에 정 교수가 공모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정 교수는 지난달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코링크PE 회삿돈 횡령 혐의에 대한 정 교수의 공모 혐의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공모관계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법인 자금을 받은 사정 뿐 아니라 횡령을 적극적으로 공모하는 것이 필요한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가 조 씨와 공모한 것으로 인정된 부분은 코링크PE 직원들을 시켜 정 교수 남매 이름이 등장하는 자료들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 뿐입니다.

조 씨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우선 판결문을 검토해보겠다며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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