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천 ‘KS 이끈’ 빗 속의 삼진쇼

입력 2008.10.2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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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굵었다 가늘기를 반복한 23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6차전에서 진정한 승자는 두산 베어스 좌완투수 이혜천(29)이었다.
이혜천이 '불펜 혈전'으로 불린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한국시리즈에 비견될 만한 명승부로 펼쳐진 이번 PO에서 6차전 선발로 나와 빗속을 뚫고 삼진쇼를 벌인 이혜천의 역투장면은 오래도록 야구팬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19일 3차전에서 선발로 등판 5이닝 동안 76구를 뿌려 산발 4안타 2실점으로 비교적 호투하고도 패전 투수가 됐던 이혜천은 나흘만인 이날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는 게임에서 필승 카드로 나선 셈이었다.
피로를 풀기엔 시일이 촉박했음에도 불구, 이혜천은 이날 1회부터 혼신의 역투를 펼쳤다.
1회초 삼성 톱타자 신명철을 3구 삼진으로 솎아내고 화끈하게 출발한 이혜천은 2사 1루에서 다시 진갑용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쾌투를 예감케 했다.
최고 시속 147㎞짜리 광속구를 장착한 이혜천은 낮게 휘어져 들어가는 130㎞대 중반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삼성 타선을 쉽게 요리했다. 비가 내려 체감온도가 떨어지면서 무르팍을 낮게 파고드는 이혜천의 빠른 볼은 삼성 타자들에게 공포심을 안겨줬다.
3회까지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잡아낸 삼진은 5개. 1회 타선이 2점을 벌어준 덕분에 편안하게 던진 이혜천은 초반 두산이 주도권을 확실히 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의 진가는 4회 빛을 발했다. 3회말 두산 공격 때 장대비가 퍼붓는 바람에 51분이나 중단된 뒤 경기가 재개됐고 김경문 두산 감독은 4회초에도 이혜천을 마운드에 올렸다.
달궈졌던 어깨가 식을 법도 했으나 이혜천은 볼넷과 2루타로 허용한 1사 2,3루 위기에서 박진만에게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줬을 뿐 채태인을 2루 땅볼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그만큼 이혜천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1시간 가까운 공백이 있었지만 무서운 집중력으로 1-3회 때와 동일한 밸런스를 유지했다.
팀이 공수 교대 후 2점을 추가해 4-1로 앞선 5회 초에는 2사 후 회심의 빠른 볼이 연속 볼 판정을 받는 바람에 연속 볼넷을 줬고 박석민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점을 더 허용한 1,3루에서 강판했다. 무려 90개를 던진 뒤였다.
구원 정재훈이 양준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이혜천의 자책점은 2점(4⅔이닝)에 그쳤다. 볼넷이 5개로 많은 편이었으나 고비마다 삼진을 6개나 낚고 승리의 귀중한 발판을 놓았다. 그는 한국야구위원회가 선정한 데일리 MVP로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3차전 승리투수였던 삼성의 윤성환과 리턴 매치에서 이겨 호투는 더욱 빛났다. 사자군단의 마지막 보루였던 윤성환은 이날 선발로 나서 1⅓이닝 동안 2점을 주며 조기 강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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