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하면서 올 시즌을 마감했다.
정규 시즌에서 65승61패를 거둬 2년 연속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롯데 자이언츠를 3전 전승으로 따돌리고 사상 첫 '4위팀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으나 두산의 빠른 발과 집중력 있는 공격, 탄탄한 마운드에 막혀 2승4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삼성의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에 이은 선발 투수진의 붕괴로 요약된다. 그러나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 젊은 사자들이 타선의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세대교체를 이룬 것은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초장에 어긋난 공격 야구와 선발 마운드
삼성 지휘봉을 잡은 지 4년째를 맞은 선동열 감독은 외국인 투수를 2명 뽑던 예년과 달리 처음으로 타자 1명, 투수 1명으로 용병을 꾸렸다.
지난해 한화에서 검증된 좌타자 제이콥 크루즈를 영입, 양준혁, 심정수와 함께 파워 넘친 중심 타선을 구성해 공격 야구를 펼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투수 웨스 오버뮬러가 6승8패 방어율 5.82로 기대에 못 미쳤고 팔꿈치 수술에서 돌아온 배영수 역시 제 구위를 찾지 못하면서 당장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다. 정현욱, 윤성환 등이 분전했지만 이상목과 조진호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하면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크루즈가 타율 0.282로 괜찮았으나 홈런 2방, 21타점에 그치자 결국 그를 5월 하순 내쫓고 톰 션이라는 투수를 데려와 마운드를 강화했다.
심정수가 시즌 초반부터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끝에 무릎 수술로 시즌을 일찍 접었고 양준혁도 2군을 오르내린 끝에 타율 0.278에 그치면서 선 감독은 공격 야구 구상을 일찍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운드 보강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션이 7경기에서 6패 평균자책점 10.73에 머물자 선 감독은 7월 중순 두 용병을 모두 집에 돌려보내고 사실상 올해보다는 내년을 기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삼성은 당시 41승48패로 한화와 롯데에 3-4위 자리를 내주고 5위 KIA에 밀려 6위를 달리고 있던 때다.
토종의 힘을 앞세운 삼성은 그때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용병을 뺀 뒤 10승1패로 7월을 마친 삼성은 베이징올림픽 휴식기 후 14승11패로 힘을 내면서 급추락한 한화로부터 4위 자리를 빼앗고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윤성환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0승11패로 선전했고 불펜의 핵 권오준이 허리 통증과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사이 정현욱이 10승4패 11홀드를 올리며 '마당쇠'로 분전했다. 5승1패 9홀드를 올린 안지만이 필승계투조의 일원으로 가세했고 2년 연속 40세이브를 돌파한 오승환은 39세이브(1승1패)로 뒷문을 잠갔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영입한 새 용병 존 에니스가 1승3패로 부진해 선발진 구성에 실패하면서 삼성은 가을 잔치에서 불펜 야구를 펼칠 수밖에 없었고 체력 저하로 결국 플레이오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분패했다.
◇박석민.최형우.채태인 급성장..미래는 밝다
지난해 2군리그에서 타격 1위(0.391), 타점 1위(76개)에 오른 최형우와 홈런 1위(22개), 타점 2위(75개)를 차지한 박석민이 각각 경찰청과 상무를 제대한 뒤 팀에 복귀하면서 삼성 라인업은 젊어졌다.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찬 좌타자 최형우는 타율은 0.276에 그쳤지만 홈런(19개)과 타점(71개)은 팀 내 최다를 기록하며 '늦깎이 신화'를 열었다. 그는 역대 최고령 신인왕을 바라보고 있다.
심정수를 대신해 4번 타자로 기용된 박석민은 타율 0.279에 홈런 14방, 64타점을 올리며 거포 이미지를 심어줬다.
투수에서 지난해 타자로 전향한 '해외파' 채태인은 보직 변경 2년 만인 올해 타율은 0.266에 그쳤으나 홈런 10개 42타점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박석민과 최형우가 4-5번, 채태인이 6번 또는 7번 타순에 기용되면서 양준혁, 진갑용, 박진만, 박한이 등 기존 선수들과 신구조화를 이룬 타선이 완성됐다.
내년을 한국시리즈 우승 탈환의 적기로 삼은 삼성 코칭스태프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경기 경험을 안겨주고자 꼭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박석민과 채태인은 롯데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맹타로, 최형우는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쐐기 스리런포를 때려내며 주인공으로 발돋움, 가을 잔치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삼성은 내년 심정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공격성은 더욱 나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 감독은 내년 시즌 용병은 일본프로야구를 거친 투수 2명으로 채워 공수 균형으로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