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MVP ‘가을에 더 신난 원맨쇼’

입력 2008.10.23 (22:54)

수정 2008.10.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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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치고 잘 달리고 잘 받았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붙박이 선두타자 이종욱의 플레이오프 활약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종욱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팀이 삼성 라이온즈에 5-2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을 결정지은 직후 플레이오프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그만큼 이종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4승2패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종욱은 작년 한화 이글스와 플레이오프에서도 타율 0.545에 홈런 1개 3타점으로 MVP로 선정된 바 있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최고 수훈선수가 된 셈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이종욱의 성적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 29타수 15안타로 팀에서 가장 높은 0.517의 타율을 기록했다. 득점도 6개나 됐고 2루타 2개에 3루타도 1개를 치면서 장타율도 팀에서 가장 높았다. 이런 가운데 삼진은 2개에 불과해 `무조건 살아나가야 한다'는 선두 타자의 역할을 200% 이상 해냈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는 2-1로 쫓긴 4회말 우전 적시타로 타점을 올려 팀의 3-1 리드를 이끌었고 8회말에는 1사 1,3루에서 1루쪽 기습 번트로 3루주자를 불러들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종욱은 또 플레이오프 내내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단타로 끝날 타구도 전력 질주해 2루타로 만드는가 하면 출루하면 쉴 새 없이 베이스를 훔치면서 삼성 투수들을 흔들었다.
1차전에서 4-4로 팽팽하게 맞서던 7회말 무사 만루의 상황에서 김동주의 짧은 우익수 플라이 때 삼성 우익수 최형우의 포구 자세가 좋지 않은 점을 틈타 홈으로 파고든 것은 이종욱의 센스와 빠른 발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점수를 계기로 두산은 단번에 3점을 뽑아내 7-4로 달아나면서 승기를 자신 쪽으로 가져갔다.
이번 시리즈에서 도루 3개로 팀 동료 고영민(4개)에 이어 가장 활발하게 베이스를 훔쳤다.
이종욱은 빠른 발을 이용해 수비에서도 팀에 결정적 기여를 많이 했다. 그의 빠른 발이 아니었다면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가 많았다.
특히 한국시리즈 진출 여부에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팀이 4-6으로 쫓기던 7회말 보여준 수비는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구해낸 명수비라는 극찬을 받았다.
2사 만루에서 삼성 진갑용이 엉덩이를 뒤로 빼며 친 공이 2루수와 중견수 가운데 지점으로 떨어지자 20m가까이를 전력 질주, 다이빙캐치로 건져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최소한 동점 상황을 막아냈다. 이종욱은 8회 1사 1루에서 박한이의 좌중간 깊은 타구를 20m 이상을 쫓아가 잡아내는 폭넓은 수비 능력을 보여줬다.
이런 이종욱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신뢰는 깊다. 플레이오프 6차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기자들에게 "테이블세터인 종욱이와 오재원이 절반 이상을 살아나가 많은 찬스를 만들어줬다"라며 "매우 잘한 것 아니냐"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을 보면서 두산의 기동력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기동력의 핵심은 바로 `육상부'의 맏형격인 이종욱인 만큼 이종욱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승부의 향방을 가를 `키 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이종욱도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어차피 한국시리즈를 생각했기 때문에 (시리즈에 진출했다고 해서) 그렇게 흥분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한국시리즈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플레이오프 MVP에게는 부상으로 300만원과 40인치 LCD TV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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