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만난 SK의 벽은 올해도 높았다.
창단 4번째 우승을 노렸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에게 패권을 내주면서 아쉬움 속에 한 해를 마쳤다.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SK에 0-2로 진 두산은 시리즈 전적 1-4로 완패하며 지난해에 이어 SK에 한국프로야구 최강팀 자리를 내줬다.
2005년과 지난해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이로써 4년 사이 세차례나 준우승에 머무는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정규리그에서는 SK에 8승10패를 거두면서 대등한 싸움을 펼쳐보인 두산은 막상 한국시리즈에 들어서는 단기전에 철저히 맞춘 SK의 전력에 완패했다.
장기인 기동력은 5경기에서 도루 3개를 뽑아내는 데 그치면서 SK 배터리를 흔드는 데 실패했고, 짜임새 있는 수비력으로 두산 공격을 봉쇄한 SK와 달리 두산 수비진은 고비마다 터져 나온 실책으로 상대에 기회를 줬다.
응집력이 장점이던 타선은 매 경기 숱한 기회를 잡았지만 SK의 절묘한 불펜 투수 운용을 넘어서지 못하고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지난해 에이스였던 다니엘 리오스가 빠진 선발 투수진은 매 경기 5이닝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부진한 선수들을 끝까지 믿는 한편 뚝심 있는 작전으로 팀의 색깔을 끝까지 지키려 했지만 SK는 올림픽에서 만났던 상대보다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부터 `삼세번'이라는 말을 유독 강조하면서 결의를 다진 김 감독이었지만 지난해보다 한층 다져진 짜임새로 `토털 야구' 색깔이 완전히 뿌리내린 SK 앞에서는 힘의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수확이 없던 한 해는 아니었다.
두산은 시즌 초반 베이징올림픽 예선전에 이은 시즌 중반 베이징올림픽에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데 따른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정규리그 2위의 성적을 거두며 강팀의 위상을 확고히 굳혔다.
올해 프로 입단 3년차의 젊은 나이에도 타격과 최다안타, 출루율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김현수(20)를 비롯해 매년 뛰어난 선수가 배출되는 육성 시스템은 두산이 올해도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강팀의 면모를 유지한 바탕이 됐다.
지난해부터 팀의 색깔로 자리 잡은 `기동력 야구'는 김현수와 오재원 등 도루 능력을 갖춘 타자들이 타선에 포진하면서 한층 빨라졌고 이재우와 김상현 등이 가세한 불펜도 한층 두터워졌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SK를 상대하면서 젊은 선수들이 얻게 된 경험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아쉬움 속에 한 해를 마감한 두산은 스토브 리그 기간 김경문 감독의 재계약 문제를 비롯해 자유계약(FA) 자격을 갖는 김동주,이혜천, 홍성흔의 거취 문제 등 변수를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두산은 매년 많은 변수 속에서도 강팀의 면모를 유지해 온 팀. 2007년과 2008년 실패를 디딤돌 삼아 SK의 아성에 다시 한 번 도전할 두산의 내년 시즌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