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승리 기쁨’ 팬과 함께 불꽃축제

입력 2008.10.31 (22:20)

승자는 마음껏 환호했고, 패자는 허탈한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31일 잠실구장.
오후 6시9분에 시작한 경기는 어느덧 3시간50분이 흘러 전광판 시계는 오후 9시5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SK가 2-0으로 앞선 가운데 9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타석엔 김현수가 들어섰다. 한국시리즈에선 부진한 김현수였지만 정규리그 수위 타자인 그가 한방 쳐주리라고 굳게 믿은 두산 팬들이나 `이 고비만 넘기면'이라고 기도하던 SK 팬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선 채 긴장한 순간, 김현수가 친 공은 힘없이 투수 채병용에게로 굴러갔고, 포수 박경완과 1루수 이진영에게로 이어지며 순식간에 스리아웃을 완성했다.
SK가 두산을 2-0으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 4승1패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는 순간이었다.
두산이 이렇게 어이없이 무너지리라고는 믿지 않았던 두산 팬들이나 선수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는 순간 가장 먼저 1루쪽 SK 응원단석 불꽃이 반응했다.
화려한 불꽃이 솟아오르고 SK 팬들이 함성을 지른 다음 순간 잠실구장 상공에서도 수십 발 화려한 불꽃이 터지기 시작했다. SK 선수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이겼다는 사실을 실감한 듯 벤치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마운드 위엔 어느새 채병용이 두 팔을 치켜들며 감격을 못 이기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고, 그 위로 26명 선수들이 한명씩 포개졌다.
이 순간만큼은 한국시리즈 내내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불펜 투수 김원형이나 백업 포수 정상호, 내야수 박정환도 마음껏 우승 감격을 만끽했다. 이만수 수석코치와 이광길, 김태균 주루코치, 그리고 일본인 이세 다카오, 가토 하지메, 후쿠하라 미네오 코치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연패를 이끈 승부사 김성근 감독은 빨간 점퍼 차림으로 천천히 마운드 쪽으로 걸어나갔고, 어느새 2연패 자축용 흰색 티셔츠로 갈아입은 선수들의 헹가래를 세차례 받은 뒤 선수들을 힘껏 끌어안았다.
SK 선수들은 3루쪽 관중석으로 걸어가 팬들에게 샴페인을 뿌렸고, 서로의 머리에도 쏟아부으며 샴페인보다 더 달콤한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대형 구단 기를 펼쳐든 SK 선수들은 3루쪽 관중석 앞을 출발해 외야 그라운드를 돈 뒤 1루쪽 두산 응원단 앞에서도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했다.
2년 연속 SK에 무릎을 꿇은 두산 선수들은 이때까지도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병살타를 친 김현수는 아무 말도 눈물을 글썽이며 이승학의 위로를 받았고,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올 기회만 엿보고 있던 이종욱도 침통한 표정으로 두산 벤치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20여분후 그라운드 한가운드에서 시상식이 열릴 때에도 두산 선수들은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3만500석 드넓은 관중석에도 승패는 분명하게 엇갈렸다.
9회말이 시작될 때부터 자리에서 일어서 있던 3루쪽 SK 팬들은 빨간색 SK 와이번스 응원기 100여개를 일제히 흔들었고, 최우수선수(MVP) 영광을 안은 최정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반면 자리에서 일어선 채 앉을 줄 모르던 두산 관중들은 패배를 쉽게 받아들지 못하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다 쓸쓸히 구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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