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진짜 목표는 아시아시리즈 제패다"
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은 지난 6월말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런 말을 꺼냈다.
시즌 중반에 이런 말을 꺼냈으니 어지간히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우승과 아시아시리즈 동시 제패를 목표로 내건 셈이지만 사실 김 감독이 아시아 정상을 꿈꾸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부터였다.
감독 생활 24년 만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 숙원을 이룬 그는 같은 해 11월 한.중.일.대만 4개국 야구리그 우승팀이 격돌하는 아시아시리즈 도전을 선언했다. 2005, 2006년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가 그다지 열성을 보이지 않은 것과 달리 SK는 처음으로 일본프로야구 정상팀과 맞붙어 이긴다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SK는 11월8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2007 아시아시리즈 예선 1차전에서 당시 프로 신인이던 김광현의 역투 속에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 드래곤스를 6-3으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사흘 뒤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은 주니치에 5-6, 1점차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지만 SK는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을 받았다. 이쯤 되면 만족할 만도 했지만 욕심 많은 노 감독은 이 순간 새로운 결심을 했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아 "내년엔 도쿄돔에 다시 와서 우승하자"라는 다짐을 했다. 그 순간부터 SK는 한국시리즈 첫 우승과 아시아시리즈 준우승 감격에 젖을 틈도 없이 지옥훈련에 들어갔다.
SK가 전지훈련 때 가장 많은 힘을 쏟은 건 다름 아닌 수비훈련이었다. 김 감독은 "결승에서 역전패할 때 저지른 수비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같은 동작을 수백 번이나 되풀이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은 패배를 부끄럽게 여기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어지간한 팀이라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나태해질 법도 했지만 SK 선수들은 차츰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자신의 목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올해 6∼7할대 승률, 2할8푼∼2할9푼의 팀 타율을 과시하면서도 SK가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단독 선두를 질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더 높은 목표를 내걸고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시아시리즈는 내달 13∼16일 다시 도쿄돔에서 열린다. 한국 대표팀은 2년 연속 SK로 정해졌고, 일본 대표팀은 1∼9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세이부 라이온스간 대결의 승자로 정해진다.
김성근 감독은 일찌감치 "올해 일본 대표팀은 요미우리 아니겠느냐"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기간에 벌써 두산의 승리를 예상하고 거기에 맞춰 연습했다는 게 SK 야구다. 이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하고 아시아시리즈를 기다리는 SK 선수들의 가슴은 이미 요미우리와 한판 대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