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귀국하면 ‘못 먹은 한 풀래!’

입력 2009.03.30 (11:09)

수정 2009.03.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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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09시즌은 김연아(19.고려대)의 13년 피겨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기억될 만하다.
2006-2007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이후 처음으로 부상 없는 완벽한 몸 상태에서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를 비롯해 4대륙선수권대회와 최고 권위의 세계선수권대회까지 석권했다.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했지만 한 시즌 동안 참가할 수 있는 모든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최상의 성적을 거둔 것만으로도 주저 없이 피겨 선수로서 최고봉에 올랐다는 인정을 받을 만하다.
김연아는 30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갈라쇼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지난 2년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놓쳤다. 누구라도 시상대 정상에 서고 싶어한다"라며 "이번에 우승하지 못했으면 실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금메달은 평생의 꿈

김연아가 시니어 무대에 오르고 나서 머릿속에 그려온 최고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었다. 하지만 꿈을 이룬 김연아의 또 다른 목표가 세워졌다. 바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은 모든 선수의 꿈"이라며 "아마 금메달을 목에 걸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이번보다 더 펑펑 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연아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김연아는 "아마 꿈꿔왔던 올림픽 무대 정상에 서고 나면 선수 생활을 더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며 "선수 생활을 끝내면 프로로 전향해 아이스쇼 무대에도 많이 나서야 한다. 선수 생활을 마치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피겨 뿐이다. 지도자로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덧붙였다.

◇귀국하면 마음껏 먹고파!

김연아는 피겨 무대에서 세계 최정상에 오른 '여왕'이지만 빙상장을 벗어나면 만 19세의 새내기 대학생이다. 힘든 한 시즌을 끝낸 김연아는 31일 귀국해 40여일 동안 짧은 휴가를 맛보게 된다.
김연아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김연아는 한 마디로 "아무거나 다 먹고 싶다. 그동안 제대로 못 먹은 '한'을 풀어야 한다"라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머물다 보니 매일 보던 사람만 본다. 한국에 가면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라며 "정말 한국에 가고 싶다. 매일 토론토에서 집과 빙상장을 오가는 생활을 거듭하다 보니 삶의 낙이 없다"라고 큰 소리로 웃어 보였다.

◇아사다는 라이벌이자 친구

이번 대회 직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러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한국이 일본에 패하면서 자연스럽게 '동갑내기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의 한일 피겨대전에 팬들의 관심이 쏠렸다.
이 때문에 한일 취재진을 비롯해 외신들도 두 선수의 라이벌 관계를 크게 부각했고, 관중석에서도 한국과 일본 교포들의 응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김연아가 207.71점으로 역대 최고점을 기록, 188.09점에 머문 아사다를 제치고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는 "어느 대회든 선수들은 서로 경계하기 마련"이라며 "아사다와 경기가 끝나고 나서 서로 인사를 했다.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고 수고했다고 서로 격려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유명인 '변장이 필수'

피겨선수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김연아는 이제 일반인이 아닌 공인이 됐다. 길거리에 나서면 사인 세례에 시달려야 해서 혼자서는 마음 놓고 거리를 돌아다니기도 어렵게 됐다.
김연아는 "한국에 갔을 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변장 수준이었다"라며 "그러지 않으면 내가 불편하다. 가끔 일반인처럼 다니고 싶을 때가 잦다"라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가끔 인터넷을 보다 보면 사소한 것까지 기사화돼 부담될 때도 있다"라며 "선수로서 좋은 점도 많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잃고 사는 게 아닐지에 대한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그러나 "항상 응원해주는 팬이 아니였다면 혼자서 외롭게 싸워야 했을 것"이라며 "항상 내가 잘되라고 빌어주는 팬들이 고맙다"라고 강조했다.

◇콤비네이션 점프는 러츠로!

'정석 점프', '교과서 점프'라는 찬사를 받아왔던 김연아는 이번 시즌 플립 점프에서 에지 사용에 주의를 요구하는 어텐션 마크가 계속 따라붙어 자존심이 상했다. 어떤 대회에서는 어텐션 마크가 붙었지만 그렇지 않은 대회도 있었다. 심판들 역시 일관성 없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11개월 앞둔 상황에서 김연아는 점프의 조합을 바꾸겠다는 선택을 내렸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연습해 왔는데 오히려 트리플 플립을 사용할 때보다 편하게 느껴졌다"라며 "트리플 플립을 단독 점프로 하고 트리플 러츠를 콤비네이션 점프에 포함하는 방법을 쓰는 게 유리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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