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월드컵 신고식 ‘빛바랜 데뷔골’

입력 2010.06.17 (23:05)

수정 2010.06.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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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으로 가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을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

이청용(22.볼턴)이 월드컵 본선 무대 데뷔골을 터뜨렸지만, 예상 밖의 대패에 빛이 바랜 아쉬운 경기였다.

이청용은 17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0-2로 끌려가던 전반 45분 만회골을 넣었다.

골키퍼 정성룡(성남)이 길게 차준 공을 박주영(AS모나코)이 머리로 떨어뜨려 놓자 아르헨티나 수비수 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가 공을 잡았지만, 이것이 약간 길게 컨트롤됐다.

빈틈을 엿보던 이청용은 재빨리 달려들어 만회골을 터뜨렸다.

박주영의 자책골과 곤살로 이과인(레알 마드리드)의 득점이 이어지며 두 골 차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분위기를 바꿔놓는 한 방이었다.

공격 점유율이 한때 8-2까지 밀릴 만큼 수세에 몰려 있던 한국은 이청용의 재치있는 득점으로 후반에는 한층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후반에도 이청용은 13분쯤 염기훈(수원)에게 절묘한 패스를 내줘 2-2 동점을 만들 기회를 만들었으나 '왼발의 달인' 염기훈의 왼발슛이 빗나가 동점골을 어시스트 할 기회를 놓쳤다.

끝내 기대했던 동점골 대신 이후 이과인에게 두 골이나 더 내줘 무릎을 꿇었지만, 이청용의 이날 득점은 의미가 있었다.

1988년에 태어난 '젊은' 이청용은 월드컵 데뷔골을 터뜨리면서 큰 무대 신고식을 치러 더 밝은 미래를 기약했다.

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진출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볼턴 홈팬들에게 첫해부터 눈도장을 받았던 이청용이 월드컵 무대에서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며 대형 선수로 가는 첫 걸음을 뗀 셈이다.

'영원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월드컵 첫 골을 터뜨렸지만 이청용은 경기 후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골로 1-2로 따라붙어 후반 반전을 기대했지만 찬스를 살리기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대는 쉽게 패스게임을 했지만 우리는 볼을 많이 소유하지 못해 뛰어다니는 처지라 힘들었다"고 밝혔다.

대표팀에 발탁된 뒤로 A매치에서 이번과 같은 대패는 처음 경험한 이청용은 "초반에는 좀 버거운 느낌도 들었지만, 점점 해볼 만했다. 상대도 지친 모습이 보인 후반에는 우리 플레이도 조금 할 수 있었다"며 축구 인생에서 좋은 경험으로 삼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날 크게 졌지만 한국은 아직 16강 진출 가능성이 남아있다. 오는 23일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 여부는 가려진다.

이청용은 "오늘 패했지만 16강으로 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마지막 경기로 결정이 된다. 나이지리아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면서 "빨리 잊고 내일을 대비하겠다. 한국도 웃고 우리 선수들도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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