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리포트] ⑱ “말만 청년, 청년 하지말고 기부터 살려주세요”

입력 2016.04.06 (07:03) 수정 2018.07.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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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청년, 청년 하지말고 청년들의 기부터 좀 살려주세요"


KBS 디지털뉴스부가 지난 두 달 간 청년 시리즈를 통해 만난 많은 청년들은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저 성장의 굴레 속에 줄어든 일자리, 높은 등록금과 치솟는 전세 값 속에서 좀처럼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호소였다. 청년들은 요구는 간단했다.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것, 청년에 대한 투자를 미래투자로 생각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정책을 펴 달라고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는 최근 ‘청년큐브’ 이름의 청년 창업 공간을 열었다.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 광덕종합시장 3층이다.

인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상가 공실이 늘어나자 아예 이 곳을 청년들을 위한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와 안산시 지원으로 청년들은 이 공간을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재 전체 30개실에 30팀 100여명의 청년 창업자들이 입주해 창업 열기로 가득하다. 임대료 걱정이 없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안산시의 '창업 큐브'같은 모델이 평가는 받는 것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맞춤형 정책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죽어가는 골목 상권의 활력 엔진으로 청년 창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선영 센터장은 “창업 큐브는 청년들의 자립과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기도 하지만 청년창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해 도시 재생을 도모하는 개념이기도 하다"면서 "청년과 지역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청년 실업률이 최악으로 치솟자 정부와 지방지치단체들은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3년간 투입한 청년 창업 지원예산만 해도 2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투입한 돈 만큼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겉도는 창업 정책

중소기업청만해도 지난해 1조5393억원의 예산을 각종 청년 창업 사업에 투입했다. 창업아카데미, 창업선도대학, 청년창업학교, 창업보육센터 등 21개 사업을 벌였다.

그럼에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2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조사 결과’ 청년 10명 중 6명은 청년 지원정책이 ‘10개 이하’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이용해야할 청년들은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한 대학의 경우도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창업 캠프, 창업 경진대회 같은 창업 관련 행사를 열고 있지만, 막상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였다.

그렇다면 창업 지원 정책이 겉도는 이유는 뭘까.

청년들은 청년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와 홍보가 부족하고(67.2%), 정책 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12.9%)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예비창업가들은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한 송진석(29)씨는 “서류 준비나 정산 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정작 사업 아이템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거나 역량을 가진 사람보다는 요구하는 서류를 잘 갖춰 제출하는 사람이 유리한 것 같다.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자들은 또 실제 자금 지원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승건(34, 앱 창업자)씨는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대한 금융계의 보수적 시각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담보부터 따지는 은행의 경직된 사고로는 청년 창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질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 정부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은 또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용역발주한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사업 개선방안’을 보면 정부가 지원금을 나눠주면서 너무 항목별 한도를 엄격히 적용해 창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의 지원 정책이 부처 별로 난립하면서 수요자들로서는 뭐가 어디서 이뤄지는지 알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은 모두 9개 부처에서 모두 94개 사업(융자보증 포함시 99개)에 달한다. '창조경제'의 깃발 아래 각 부처들이 너도 나도 예산 확보에만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창업지원 사업 개선안을 발표했다. 즉 100개 가까이 되는 창업지원사업 중 유사한 목적, 방식의 사업을 통합해 72개 사업으로 줄이고, 이름도 가지각색인 정부 창업 사업을 단일 브랜드(K-스타트업)로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래부 고경모 창조경제기획국장은 “앞으로 정부 창업지원의 정책은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창업 지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스펙에 집착하는 기업들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취업 대책은 청년 대책의 핵심이다.

최근 정부는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스펙과 학벌 위주의 채용방식을 능력 중심으로 뽑는 채용 문화 확산에 쏟고 있다.

너도 나도 대학에 가고, 대학 입학 후에는 각종 자격증과 어학 공부에 매달리면서 청년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관기사] ☞ [청년 리포트] ⑦ 대학 대신 내 길 갔지만…“고졸로 살기 쉽지 않아요”

[연관기사]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까지 230개 공공기관에 대해 능력중심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민간 기업과는 능력 중심 채용 문화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변화의 조짐도 조금씩 보인다.

정부의 드라이브에 따라 내년까지 320여개 모든 모든 공공기관에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직무 능력 중심 채용제도가 도입된다.

또 민간 기업들의 채용시장에서도 조금씩 탈 스펙 바람은 불고 있다. 학점이나 어학성적은 물론 사진까지 못 붙이게 하는가 하면,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는 회사도 증가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주요 21개 기업의 대졸 공채 제도를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20개 그룹은 지원서류에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등의 항목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했다. 또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10개 그룹은 면접에서 학교, 전공 등의 신상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대기업 22곳, 공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22개 민간 대기업 중 20개사(90.9%)가 대졸(예정)자로 학력을 제한해 채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2곳도 공고상 학력 제한은 없지만 입사 지원서에 학력 가입란을 둬 사실상 학력 제한을 두고 있다.

공기업 채용 방식도 사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스펙을 요구하거나 까다로운 방식으로 채용한다.

공기업은 29개 사 중 4개사(지역난방공사, 중부발전, 서부발전, 동부발전) 정도만 채용공고와 입사 지원서에 학력 기입란을 아예 없앴다.

공기업들은 대체로 전공, 시사상식, 한국사 시험, 논술과 같은 단답형 문제나 서술형 고사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김회주(25. 대전대 서예학과)씨는 “정부가 채용과정에서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도록 강력한 정책을 썼으면 좋겠다"며 "대학교가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한 존재다 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실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 투자는 미래 투자"

청년들은 정부에 대해 창업, 취업 지원에서 더 나아가 미래 투자 관점에서 지원 범위를 더 넓혀 달라고 주문했다.

이준형(28, 토스트 굽는 대학 수석졸업생)은 "정부가 창업지원, 취업 지원만 생각하지말고 기본적인 복지를 더 챙겨줬으면 한다. 기본적인 생활비 지원이 이뤄진다면 청년들이 좀 더 많은 도전을 실행에 옮겨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거비와 등록금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청년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는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이 사회 문제화된 2012년 이른바 ‘반 값 등록금 제도’를 도입했다. 전국의 대학 등록금 총 규모인 14조원 중 절반인 7조원을 정부와 학교가 나눠 부담하는 제도다.



물론 이 제도 시행 이후 체감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용어와는 달리 등록금을 반으로 깎아주는 정책은 아니고 정확히는 ‘소득연계형 국가 장학금 제도’기 때문이다. 소득을 감안해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 시행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많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이 같은 '소득연계형 반 값 등록금 제도'를 시행한 뒤 학생들의 근로시간이 감소하고, 이를 통해 학업 시간이 증가하고 일반휴학률은 감소했다고 한다.

즉 이 정책을 수혜한 학생의 학기 중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11년 2학기 8시간 18분이었지만, 2015년 1학기 6시간 18분으로 2시간 감소했다. 대신 주당 평균 학업시간은 2011년 2학기 16시간 12분에서 2015년 1학기 17시간 36분으로 1시간 24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학재단 곽병선 이사장은 “반 값 등록금 정책이 학비 벌던 학생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 교육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이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런 정부의 등록금 지원과 병행해 대학이 걷는 학비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최근에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이 대학 입학금이다. 청년단체인 청년참여연대가 발표한 입학금 관련 청보공개 청구 결과를 보면 대학마다 받는 입학금은 천차만별이다. 100만원 넘는 대학이 있는 반면, 10만원만 받는 곳도 있다. 대학의 자의적 입학금 책정이 가능한 것은 입학금 징수 목적과 산정 기준을 규정하는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김민지(22, H대 4학년, 가명)씨는 "대학이 받는 입학금이라는게 도대체 산정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입학금은 뭐고, 등록금은 뭔지, 뭐 쓰는 건지 알고 나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학비 문제 뿐 아니라 청년들의 주거빈곤 문제 해결은 정부가 손 놓아서는 안되는 분야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주변 시세의 7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청년들이 공동주거할 수 있는 ‘달팽이집’을 공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달팽이집이라는 민간 비영리 단체의 사회주택 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성에 그치는 현금이나 현물지원보다는 이처럼 지속적인 사회적 투자 사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회(27, 청년연대은행 토닥 이사장)씨는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이나 각종 공공지원은 기본적으로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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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리포트] ⑱ “말만 청년, 청년 하지말고 기부터 살려주세요”
    • 입력 2016-04-06 07:03:25
    • 수정2018-07-20 11: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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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청년, 청년 하지말고 청년들의 기부터 좀 살려주세요" KBS 디지털뉴스부가 지난 두 달 간 청년 시리즈를 통해 만난 많은 청년들은 “희망을 갖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저 성장의 굴레 속에 줄어든 일자리, 높은 등록금과 치솟는 전세 값 속에서 좀처럼 탈출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호소였다. 청년들은 요구는 간단했다.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것, 청년에 대한 투자를 미래투자로 생각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맞춤형 정책을 펴 달라고 정부에 주문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는 최근 ‘청년큐브’ 이름의 청년 창업 공간을 열었다. 안산시 상록구 월피동 광덕종합시장 3층이다. 인근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상가 공실이 늘어나자 아예 이 곳을 청년들을 위한 창업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와 안산시 지원으로 청년들은 이 공간을 무상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재 전체 30개실에 30팀 100여명의 청년 창업자들이 입주해 창업 열기로 가득하다. 임대료 걱정이 없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안산시의 '창업 큐브'같은 모델이 평가는 받는 것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맞춤형 정책이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죽어가는 골목 상권의 활력 엔진으로 청년 창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선영 센터장은 “창업 큐브는 청년들의 자립과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기도 하지만 청년창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해 도시 재생을 도모하는 개념이기도 하다"면서 "청년과 지역이 윈윈할 수 있는 구조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청년 실업률이 최악으로 치솟자 정부와 지방지치단체들은 다양한 창업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3년간 투입한 청년 창업 지원예산만 해도 2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투입한 돈 만큼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겉도는 창업 정책 중소기업청만해도 지난해 1조5393억원의 예산을 각종 청년 창업 사업에 투입했다. 창업아카데미, 창업선도대학, 청년창업학교, 창업보육센터 등 21개 사업을 벌였다. 그럼에도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전국 2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 조사 결과’ 청년 10명 중 6명은 청년 지원정책이 ‘10개 이하’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이용해야할 청년들은 잘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한 대학의 경우도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창업 캠프, 창업 경진대회 같은 창업 관련 행사를 열고 있지만, 막상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였다. 그렇다면 창업 지원 정책이 겉도는 이유는 뭘까. 청년들은 청년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와 홍보가 부족하고(67.2%), 정책 내용에 대한 이해가 어렵기 때문(12.9%)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예비창업가들은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한 송진석(29)씨는 “서류 준비나 정산 등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정작 사업 아이템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거나 역량을 가진 사람보다는 요구하는 서류를 잘 갖춰 제출하는 사람이 유리한 것 같다. 말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창업자들은 또 실제 자금 지원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승건(34, 앱 창업자)씨는 "청년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대한 금융계의 보수적 시각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담보부터 따지는 은행의 경직된 사고로는 청년 창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질보다는 형식에 치중하는 정부 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은 또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용역발주한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지원사업 개선방안’을 보면 정부가 지원금을 나눠주면서 너무 항목별 한도를 엄격히 적용해 창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정부의 지원 정책이 부처 별로 난립하면서 수요자들로서는 뭐가 어디서 이뤄지는지 알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은 모두 9개 부처에서 모두 94개 사업(융자보증 포함시 99개)에 달한다. '창조경제'의 깃발 아래 각 부처들이 너도 나도 예산 확보에만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창업지원 사업 개선안을 발표했다. 즉 100개 가까이 되는 창업지원사업 중 유사한 목적, 방식의 사업을 통합해 72개 사업으로 줄이고, 이름도 가지각색인 정부 창업 사업을 단일 브랜드(K-스타트업)로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래부 고경모 창조경제기획국장은 “앞으로 정부 창업지원의 정책은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창업 지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스펙에 집착하는 기업들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주는 취업 대책은 청년 대책의 핵심이다. 최근 정부는 일자리 대책의 일환으로 스펙과 학벌 위주의 채용방식을 능력 중심으로 뽑는 채용 문화 확산에 쏟고 있다. 너도 나도 대학에 가고, 대학 입학 후에는 각종 자격증과 어학 공부에 매달리면서 청년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관기사] ☞ [청년 리포트] ⑦ 대학 대신 내 길 갔지만…“고졸로 살기 쉽지 않아요” [연관기사]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까지 230개 공공기관에 대해 능력중심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민간 기업과는 능력 중심 채용 문화 확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변화의 조짐도 조금씩 보인다. 정부의 드라이브에 따라 내년까지 320여개 모든 모든 공공기관에 학벌이나 스펙이 아닌 직무 능력 중심 채용제도가 도입된다. 또 민간 기업들의 채용시장에서도 조금씩 탈 스펙 바람은 불고 있다. 학점이나 어학성적은 물론 사진까지 못 붙이게 하는가 하면,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는 회사도 증가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주요 21개 기업의 대졸 공채 제도를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차, SK, LG 등 20개 그룹은 지원서류에 학점, 어학성적, 자격증,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등의 항목을 삭제하거나 간소화했다. 또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등 10개 그룹은 면접에서 학교, 전공 등의 신상정보를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관련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대기업 22곳, 공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22개 민간 대기업 중 20개사(90.9%)가 대졸(예정)자로 학력을 제한해 채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2곳도 공고상 학력 제한은 없지만 입사 지원서에 학력 가입란을 둬 사실상 학력 제한을 두고 있다. 공기업 채용 방식도 사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스펙을 요구하거나 까다로운 방식으로 채용한다. 공기업은 29개 사 중 4개사(지역난방공사, 중부발전, 서부발전, 동부발전) 정도만 채용공고와 입사 지원서에 학력 기입란을 아예 없앴다. 공기업들은 대체로 전공, 시사상식, 한국사 시험, 논술과 같은 단답형 문제나 서술형 고사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김회주(25. 대전대 서예학과)씨는 “정부가 채용과정에서 기업들이 스펙을 보지 않도록 강력한 정책을 썼으면 좋겠다"며 "대학교가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한 존재다 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대책이 실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 투자는 미래 투자" 청년들은 정부에 대해 창업, 취업 지원에서 더 나아가 미래 투자 관점에서 지원 범위를 더 넓혀 달라고 주문했다. 이준형(28, 토스트 굽는 대학 수석졸업생)은 "정부가 창업지원, 취업 지원만 생각하지말고 기본적인 복지를 더 챙겨줬으면 한다. 기본적인 생활비 지원이 이뤄진다면 청년들이 좀 더 많은 도전을 실행에 옮겨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거비와 등록금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청년들은 입을 모았다. 정부는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대학 등록금이 사회 문제화된 2012년 이른바 ‘반 값 등록금 제도’를 도입했다. 전국의 대학 등록금 총 규모인 14조원 중 절반인 7조원을 정부와 학교가 나눠 부담하는 제도다. 물론 이 제도 시행 이후 체감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용어와는 달리 등록금을 반으로 깎아주는 정책은 아니고 정확히는 ‘소득연계형 국가 장학금 제도’기 때문이다. 소득을 감안해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이 제도 시행 이후 긍정적인 변화가 많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이 같은 '소득연계형 반 값 등록금 제도'를 시행한 뒤 학생들의 근로시간이 감소하고, 이를 통해 학업 시간이 증가하고 일반휴학률은 감소했다고 한다. 즉 이 정책을 수혜한 학생의 학기 중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11년 2학기 8시간 18분이었지만, 2015년 1학기 6시간 18분으로 2시간 감소했다. 대신 주당 평균 학업시간은 2011년 2학기 16시간 12분에서 2015년 1학기 17시간 36분으로 1시간 24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학재단 곽병선 이사장은 “반 값 등록금 정책이 학비 벌던 학생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 교육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이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런 정부의 등록금 지원과 병행해 대학이 걷는 학비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최근에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이 대학 입학금이다. 청년단체인 청년참여연대가 발표한 입학금 관련 청보공개 청구 결과를 보면 대학마다 받는 입학금은 천차만별이다. 100만원 넘는 대학이 있는 반면, 10만원만 받는 곳도 있다. 대학의 자의적 입학금 책정이 가능한 것은 입학금 징수 목적과 산정 기준을 규정하는 법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김민지(22, H대 4학년, 가명)씨는 "대학이 받는 입학금이라는게 도대체 산정근거가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입학금은 뭐고, 등록금은 뭔지, 뭐 쓰는 건지 알고 나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 학비 문제 뿐 아니라 청년들의 주거빈곤 문제 해결은 정부가 손 놓아서는 안되는 분야다.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주변 시세의 70%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청년들이 공동주거할 수 있는 ‘달팽이집’을 공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달팽이집이라는 민간 비영리 단체의 사회주택 사업에 투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성에 그치는 현금이나 현물지원보다는 이처럼 지속적인 사회적 투자 사업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회(27, 청년연대은행 토닥 이사장)씨는 "청년에 대한 주거지원이나 각종 공공지원은 기본적으로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 [청년 리포트] ① “내 청춘은 아직도 일용직” ☞ [청년 리포트] ②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③ 비싼 등록금에 “3년에 빚이 3000만 원” ☞ [청년 리포트] ④ “33살, 대학 3학년생”…빚 때문에 졸업도 못해 ☞ [청년 리포트] ⑤ “청춘은 슬픔? 백지?”…혼돈의 청년들 ☞ [청년 리포트] ⑥ “왜 모두 대학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 [청년 리포트] ⑦ 대학 대신 내 길 갔지만…“고졸로 살기 쉽지 않아요” ☞ [청년 리포트] ⑧ “취업 때까지는 연애하지 않을 겁니다” ☞ [청년 리포트] ⑨ “공감한다…청년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 [청년 리포트] ⑩ ‘대딩이냐 공딩이냐’…당신의 선택은? ☞ [청년 리포트] ⑪ 은행 고졸 채용 5년, 능력은 대졸 못지 않다지만… ☞ [청년 리포트] ⑫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당신이라면? ☞ [청년 리포트] ⑬ 청년 창업 증가한다지만…생존율은? ☞ [청년 리포트] ⑭ “내 방식대로 산다!”…꿈을 좇는 청년들 ☞ [청년 리포트] ⑮ “아가씨가 농사짓는다고요? 거짓말 말아요” ☞ [청년 리포트] ⑯ “영어에 주눅들지말고 당당하게 부딪쳐라” ☞ [청년 리포트] ⑰ “한 번도 불을 끄고 지내본 적이 없어요” ☞ 청년리포트 인터뷰 모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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