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두 개의 양심]④ 법원을 사랑한 판사?…청와대 ‘하청’ 불사했다

입력 2019.05.04 (07:01) 수정 2019.06.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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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재판의 요모조모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네 번째 순서로, 그제(2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진행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2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살펴봅니다.

2015~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박상언 부장판사.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행정처 심의관 중, 이름이 가장 많이(60회 이상) 언급된 인물입니다. 그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다수의 '재판 거래' '재판 개입' '법관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지난해 이 일로 검찰에 10번 정도 불려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감봉 5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재판 업무에서도 반년 동안 배제됐다가, 지난 1월 창원지방법원에 복귀했습니다.

7시간 넘게 이어진 증인신문의 몇몇 대목을 살펴봅니다.

지난해 8월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박상언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지난해 8월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박상언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1.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전용 '하청업체'라니

- 검사: …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가면 판매를 중지시킬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였기 때문에 증인이 보고서에 이와 같은 내용을 기재했던 것입니까?
- 증인: 맞습니다.

- 검사: 증인은 2016년 11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재판연구관 검토 보고서를 취합한 237쪽 분량의 'VIP 관련 직권남용죄 등 법리모음' 파일을 작성해서 피고인에게 보고한 뒤, 이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전달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있습니다.

- 검사: 증인은 …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1월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에 이와 같은 자료를 보내준 사실이 국민들한테 알려졌을 땐 어땠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당시 의견을 물어보는 겁니다.
- 증인: 그 당시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이번 증인신문에서 참 많이 언급된 단어들인데요. 박 부장판사는 2015~16년 사이에 평소 친분이 있던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주로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에 요청한 자료를 보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청와대의 요청은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 "메르스 부실 대응 등을 이유로 정부가 소송을 당했다. 법리 검토를 해달라."
- "대통령과 가까운 중소기업이 특허분쟁 중인데, 상대 회사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전관예우를 받는 곳이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민원이 있다. 이 법무법인이 정말 전관예우를 받고 있는 건 없는지, 사건 수임 내역을 확인해달라."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토 타쓰야(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검토해달라."

법원행정처를 청와대와 대통령 개인의 법률자문기구로, 혹은 법무비서관실에서 해야 할 일을 하청받는 하청업체로 취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2015년 12월 자신의 선고공판일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2015년 12월 자신의 선고공판일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더 굴욕적인 사례는 이른바 '국정농단' 국면에서 나타납니다.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해오자, 청와대는 수사 대비를 위해 필요하다며 법원행정처 내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비슷한 사건을 다룬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좀 수집해달라는 건데요.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는 대법원 업무를 위해 재판연구관 등에게 사용·소지가 허용되어 있을 뿐, 목적 외로 이를 사용하거나 취득·반출하는 일은 금지돼 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은 박상언 부장판사는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사법지원실에서 받았습니다. 이후 학설과 판례 위주로 내용을 발췌해 'VIP 관련 직권남용죄 등 법리모음'이라는 237쪽짜리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 정도 자료라면 종합법률정보 사이트나 판결문 인터넷 열람으로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반인이 이런 양질의 자료를 이렇게 간편하게 확보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합니다.) 이 과정에서 박 부장판사가 청와대의 촘촘한 '오더'를 받은 사실이 증인신문에서 확인됐습니다. 청와대가 원하는 검토보고서를 '맞춤형'으로 건네준 겁니다.

- 판사(우배석): 아까 그 '직권남용 법리모음' 관련해서 진술을 하셨는데, 처음에 이제 사법지원실에 판례연구 보고서... 몇 가지 사건의 사건번호를 언급하시면서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요청하셨는데, 사건번호를 어떻게 특정 내지는 확정하셨는가요? 요청한 사건번호...
- 증인: 아, 지금 기억으론 처음에 한 두 개인지 두 세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피고인께 들었고. 그 이후 들으면서 이제 '법무비서관실에서 필요하다 하니까 협조해줘라'라는 말을 들은 이후에, 그 나머지 사건번호는 전부 법무비서관실에서 특정해주는...
- 판사(우배석): 아, 법무비서관실에서 특정을?
- 증인: 최초에 피고인께 특정받은 사건번호가 있고, 그 외에 사건번호를 법무비서관실에서 계속 추가적으로 요청하면서 특정한 겁니다. 증인이 검색하거나 포함시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증언으로 다시금 확인된 청와대와 행정처의 이상한 원청-하청 관계. 재판부가 여러 의문을 제기했지만, 증인은 그저 무덤덤하게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 판사(좌배석): 법무비서관실에서 왜 법원행정처에 법리검토를 맡기나요?
- 증인: 그건 증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 판사(좌배석): 자주 있는 일인가요?
- 증인: 오늘 나온 문건들처럼 종종 있었어요.
- 판사(좌배석): 행정처 내에서 그것을 검토해주어서는 안 된다는 논의는 없었나요?
- 증인: 뭐, 증인은 종전부터 해오던 업무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7월 분석한 청와대 최대 관심사는 이러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7월 분석한 청와대 최대 관심사는 이러했다.

#2. "나는 청와대 아닌 법원을 도운 것"

청와대에 수차례 이런 문건을 납품하고도, 박 부장판사는 어찌 이리 담담할 수 있을까.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청와대가 아닌 법원을 위해 이런 일을 했다는 게 그의 일관된 논리였습니다. 자신이 한 일은 굴욕적인 하청업무가 아니라, 사법부에 도움이 되는 업무였다는 겁니다.

- 변호인: 증인은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 혜택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이 보고서(메르스 소송 관련)를 작성한 것도 아니죠?
- 증인: 증인은 법무비서관의 발언력을 높여주기 위해서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 검사: 증인이 이민걸 기조실장에게까지 (청와대에 직권남용 법리모음 자료를 보냈음을) 재차 보고한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 증인: … 제가 무슨 청와대나 대통령 개인을 도와주려 하는 게 아니고, 법무비서관이 법원 관련해서 행정부나 청와대에 대해 우호적인 발화 내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이었는데, 이런 자료가 민감할 수가 있어서 실장에게 좀 더 허가를 문의했던 건 맞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을 지원했다는 건데,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실의 입지가 튼튼해야 사법부가 원하는 정책 추진도 유리하다는 주장입니다.

- 판사(좌배석): 법무비서관실의 발언력 높이기 위해 수행하였다고 증언하셨는데요, 법무비서관실의 발언력을 높이면 무엇이 좋은가요?
- 증인: … 행정부 차원에서 법원에 대해서 안 좋은 인식 있거나 비판적... (예를 들어 사법부 관련 입법이 잘못 진행될 때) … "이거는 이렇지 않다"라고, 누군가 말해줄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법원 입장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변호인: 증인이 이 문건(대통령 가면 판매 관련)을 작성할 때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를 획득한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죠?
- 증인: … 유일하게 법원 입장을 설명 내지 백브리핑해줄 수 있는 포스트가 법무비서관이었기 때문에, 법무비서관의 발언력을 높이기 위해서 …

박상언 전 심의관이 2015년 4월 작성한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과 대응방향 검토’ 문건의 일부.박상언 전 심의관이 2015년 4월 작성한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과 대응방향 검토’ 문건의 일부.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법부를 위해 '전략적으로' 청와대에 협조했다 할지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 부장판사의 논리대로라면, 사법부는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의 장이나 기관 대 기관의 파워게임에서 특정 입장을 가진 하나의 참여자(player)로 위치 지어집니다. 그러나 사법부는 사법부라는 개별 조직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재판이 비밀스럽게 '언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 일 겁니다.

이 때문에 박 부장판사도 자신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인정한 것처럼 보입니다.

- 검사: [ 박 부장판사가 작성한 '메르스 사태 관련 국가배상책임 등 검토' 보고서를 제시하며] 일방 당사자인 국가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해야 하는 법무부와 달리,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하는 사법부가, 국가가 일방 당사자인 사건에서 국가의 입장에서 법리를 검토하는 것에 대하여 증인은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았습니까?
- 증인: 그런 비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검사: 직권남용 법리검토 관련.. 증인, 일반인이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검토 문건 같은걸) 작성해준 게 있습니까?
- 증인: 그 내용 자체의 뭐 공식성이나 이런 걸 떠나서, 그런 요청이 온다면 작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증인이 떠난 직후 임 전 차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법원행정처가 '기관 협조'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법무비서관실의 요청을 수행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임종헌: … 주장이 아니고 사실을 말씀드리는 건데요. 법무비서관실에는 자체적으로 인력이 3명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법무부나 행정처나 이런 유관기관에 여러 가지 업무 협조를 많이 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 때문에 종결이 안 됐던 것입니다.

행정부인 법무부는 그렇다 치고, 삼권분립 국가에서 사법권을 수호해야 하는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게 협조해야 하는 '유관기관'이라는 주장이 크게 설득력 있게 들리진 않았습니다.

#3. "그래도 '대통령 가면'은 너무해…하기 싫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가면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가면

박 부장판사가 청와대에 써서 보내준 문건 중에는 '유명인 형상 가면 판매에 따른 법적책임 검토'라는 문건도 있었습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 검사: (제목에)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쓰기 부담스러워서 '유명인'이라고 기재한 것입니까?
- 증인: 네, 뭐 대통령 개인에 관한 법률검토를 도와준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 저렇게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꿔서 제목을 잡았습니다.

대통령 가면 사건,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2015년 봄 박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가면이 유통되기 시작하자, 청와대의 심기는 불편해졌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풍자하는 사례가 있는데, 민정수석은 관련자를 색출하고 수사해서 반드시 엄단하라"고 지시한 걸로 전해집니다. 이에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은 법원행정처에 '대통령 가면 판매자에게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부과하여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황당한 '발주'를 받은 사람이 바로 박상언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이었습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 당시 "이 부분 검토는 정말 해주기 싫었는데, 실장님이 지시한 거라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입니다. 전 청와대가 알아서 검토할 사항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작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했고, 앞서도 이와 같은 취지로 말씀하셨는데 맞습니까?
- 증인: 네. 기본적으로 … 법무비서관의 업무를 상당히 편의를 주려고 도와주려 했던 것이 맞고 그런 상황에서 증인은 저런 검토 업무를 몇 번 했었는데, 저것은 뭐 국정운영 관련된 법리검토 이런 것도 아니고 약간 대통령 개인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저 부분까지 법률 검토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내키지 않았던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법원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일했지만, 가끔은 이렇게 기분이 상하는 하는 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그밖에...

○ 잊고 싶은 노동이었나…'하청 결과물' 담긴 USB 버려 = 박 부장판사는 청와대에 보낸 여러 문건을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뿐 아니라 개인 USB에도 보관했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잔업을 처리하기 위해 주로 보고서 초안을 다수 저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7월 말, 8월 초 무렵 이 USB를 버렸다고 합니다. 검사가 USB를 버린 이유를 묻자,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 자체조사가 있을 무렵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업무수첩을 버렸다면서 USB도 "업무수첩과 마찬가지로 버리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달까,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해서 버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박 대통령을 '할매'라고 한 이유? = 지난번 시진국 부장판사에 대한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박 부장판사가 심의관 시절 동료이던 시 부장판사에게 보낸 메일에는 "특히 할매 불신 원인은 정말 소설입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원인이 터무니없다는 의미인데요. 이를 두고 임 전 차장 측은, 박 부장판사가 '대통령 가면' 관련 문건 작성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박 전 대통령을 싫어해서 아니었냐는 취지로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할매' 단어의 사용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기획조정심의관 일을 하다 보면 언론인들, 기자들하고 자주 접촉을 하게 되는데 기자들이 보통 '박 여사' '할매' 둘 중의 하나로 표현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활용했던 것이고, 호감도 여부랑 관련있는 건 아닙니다."

○ 차장님의 소심한(?) 전화 = 박 부장판사의 증언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7월쯤 그의 휴대전화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알고 보니 임 전 차장. 임 전 차장은 박 부장판사에게 "이거 차명폰 아니에요"라고 하더니, "내가 지시한 내용 등에 대한 진술을 신중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며칠 뒤, 임 전 차장은 또다시 박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말한 것에 대해서, 좀 전에 한 말 신경 쓸 것 없다. 그 말은 없었던 걸로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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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와 두 개의 양심]④ 법원을 사랑한 판사?…청와대 ‘하청’ 불사했다
    • 입력 2019-05-04 07:01:26
    • 수정2019-06-04 07:10:44
    취재K
●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재판의 요모조모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네 번째 순서로, 그제(2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서 진행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2기,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살펴봅니다.

2015~2017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을 지낸 박상언 부장판사.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등장하는 행정처 심의관 중, 이름이 가장 많이(60회 이상) 언급된 인물입니다. 그는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다수의 '재판 거래' '재판 개입' '법관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지난해 이 일로 검찰에 10번 정도 불려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감봉 5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재판 업무에서도 반년 동안 배제됐다가, 지난 1월 창원지방법원에 복귀했습니다.

7시간 넘게 이어진 증인신문의 몇몇 대목을 살펴봅니다.

지난해 8월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박상언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1.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전용 '하청업체'라니

- 검사: …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가면 판매를 중지시킬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하였기 때문에 증인이 보고서에 이와 같은 내용을 기재했던 것입니까?
- 증인: 맞습니다.

- 검사: 증인은 2016년 11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재판연구관 검토 보고서를 취합한 237쪽 분량의 'VIP 관련 직권남용죄 등 법리모음' 파일을 작성해서 피고인에게 보고한 뒤, 이를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에 전달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있습니다.

- 검사: 증인은 … (탄핵 정국이던) 2016년 11월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청와대에 이와 같은 자료를 보내준 사실이 국민들한테 알려졌을 땐 어땠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당시 의견을 물어보는 겁니다.
- 증인: 그 당시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이번 증인신문에서 참 많이 언급된 단어들인데요. 박 부장판사는 2015~16년 사이에 평소 친분이 있던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과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았습니다. 주로 청와대가 법원행정처에 요청한 자료를 보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청와대의 요청은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 "메르스 부실 대응 등을 이유로 정부가 소송을 당했다. 법리 검토를 해달라."
- "대통령과 가까운 중소기업이 특허분쟁 중인데, 상대 회사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전관예우를 받는 곳이라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민원이 있다. 이 법무법인이 정말 전관예우를 받고 있는 건 없는지, 사건 수임 내역을 확인해달라."
-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토 타쓰야(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어떤 절차가 필요한지 검토해달라."

법원행정처를 청와대와 대통령 개인의 법률자문기구로, 혹은 법무비서관실에서 해야 할 일을 하청받는 하청업체로 취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가토 타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2015년 12월 자신의 선고공판일에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더 굴욕적인 사례는 이른바 '국정농단' 국면에서 나타납니다.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해오자, 청와대는 수사 대비를 위해 필요하다며 법원행정처 내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대통령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와 비슷한 사건을 다룬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좀 수집해달라는 건데요.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는 대법원 업무를 위해 재판연구관 등에게 사용·소지가 허용되어 있을 뿐, 목적 외로 이를 사용하거나 취득·반출하는 일은 금지돼 있습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은 박상언 부장판사는 1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사법지원실에서 받았습니다. 이후 학설과 판례 위주로 내용을 발췌해 'VIP 관련 직권남용죄 등 법리모음'이라는 237쪽짜리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임 전 차장 측은 이 정도 자료라면 종합법률정보 사이트나 판결문 인터넷 열람으로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반인이 이런 양질의 자료를 이렇게 간편하게 확보할 수 없다는 건 명백합니다.) 이 과정에서 박 부장판사가 청와대의 촘촘한 '오더'를 받은 사실이 증인신문에서 확인됐습니다. 청와대가 원하는 검토보고서를 '맞춤형'으로 건네준 겁니다.

- 판사(우배석): 아까 그 '직권남용 법리모음' 관련해서 진술을 하셨는데, 처음에 이제 사법지원실에 판례연구 보고서... 몇 가지 사건의 사건번호를 언급하시면서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요청하셨는데, 사건번호를 어떻게 특정 내지는 확정하셨는가요? 요청한 사건번호...
- 증인: 아, 지금 기억으론 처음에 한 두 개인지 두 세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피고인께 들었고. 그 이후 들으면서 이제 '법무비서관실에서 필요하다 하니까 협조해줘라'라는 말을 들은 이후에, 그 나머지 사건번호는 전부 법무비서관실에서 특정해주는...
- 판사(우배석): 아, 법무비서관실에서 특정을?
- 증인: 최초에 피고인께 특정받은 사건번호가 있고, 그 외에 사건번호를 법무비서관실에서 계속 추가적으로 요청하면서 특정한 겁니다. 증인이 검색하거나 포함시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증언으로 다시금 확인된 청와대와 행정처의 이상한 원청-하청 관계. 재판부가 여러 의문을 제기했지만, 증인은 그저 무덤덤하게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 판사(좌배석): 법무비서관실에서 왜 법원행정처에 법리검토를 맡기나요?
- 증인: 그건 증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 판사(좌배석): 자주 있는 일인가요?
- 증인: 오늘 나온 문건들처럼 종종 있었어요.
- 판사(좌배석): 행정처 내에서 그것을 검토해주어서는 안 된다는 논의는 없었나요?
- 증인: 뭐, 증인은 종전부터 해오던 업무 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2015년 7월 분석한 청와대 최대 관심사는 이러했다.
#2. "나는 청와대 아닌 법원을 도운 것"

청와대에 수차례 이런 문건을 납품하고도, 박 부장판사는 어찌 이리 담담할 수 있을까.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청와대가 아닌 법원을 위해 이런 일을 했다는 게 그의 일관된 논리였습니다. 자신이 한 일은 굴욕적인 하청업무가 아니라, 사법부에 도움이 되는 업무였다는 겁니다.

- 변호인: 증인은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 혜택이라는 목적의식을 갖고 이 보고서(메르스 소송 관련)를 작성한 것도 아니죠?
- 증인: 증인은 법무비서관의 발언력을 높여주기 위해서 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 검사: 증인이 이민걸 기조실장에게까지 (청와대에 직권남용 법리모음 자료를 보냈음을) 재차 보고한 이유가 무엇이었습니까?
- 증인: … 제가 무슨 청와대나 대통령 개인을 도와주려 하는 게 아니고, 법무비서관이 법원 관련해서 행정부나 청와대에 대해 우호적인 발화 내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이었는데, 이런 자료가 민감할 수가 있어서 실장에게 좀 더 허가를 문의했던 건 맞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을 지원했다는 건데,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실의 입지가 튼튼해야 사법부가 원하는 정책 추진도 유리하다는 주장입니다.

- 판사(좌배석): 법무비서관실의 발언력 높이기 위해 수행하였다고 증언하셨는데요, 법무비서관실의 발언력을 높이면 무엇이 좋은가요?
- 증인: … 행정부 차원에서 법원에 대해서 안 좋은 인식 있거나 비판적... (예를 들어 사법부 관련 입법이 잘못 진행될 때) … "이거는 이렇지 않다"라고, 누군가 말해줄 사람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법원 입장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변호인: 증인이 이 문건(대통령 가면 판매 관련)을 작성할 때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청와대의 협조를 획득한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아니죠?
- 증인: … 유일하게 법원 입장을 설명 내지 백브리핑해줄 수 있는 포스트가 법무비서관이었기 때문에, 법무비서관의 발언력을 높이기 위해서 …

박상언 전 심의관이 2015년 4월 작성한 ‘성완종 리스트 영향 분석과 대응방향 검토’ 문건의 일부.
하지만 궁극적으로 사법부를 위해 '전략적으로' 청와대에 협조했다 할지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 부장판사의 논리대로라면, 사법부는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정치의 장이나 기관 대 기관의 파워게임에서 특정 입장을 가진 하나의 참여자(player)로 위치 지어집니다. 그러나 사법부는 사법부라는 개별 조직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재판이 비밀스럽게 '언급'됐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 일 겁니다.

이 때문에 박 부장판사도 자신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점을 조금이나마 인정한 것처럼 보입니다.

- 검사: [ 박 부장판사가 작성한 '메르스 사태 관련 국가배상책임 등 검토' 보고서를 제시하며] 일방 당사자인 국가를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해야 하는 법무부와 달리,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하는 사법부가, 국가가 일방 당사자인 사건에서 국가의 입장에서 법리를 검토하는 것에 대하여 증인은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았습니까?
- 증인: 그런 비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검사: 직권남용 법리검토 관련.. 증인, 일반인이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검토 문건 같은걸) 작성해준 게 있습니까?
- 증인: 그 내용 자체의 뭐 공식성이나 이런 걸 떠나서, 그런 요청이 온다면 작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증인이 떠난 직후 임 전 차장은 발언 기회를 얻어, 법원행정처가 '기관 협조'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법무비서관실의 요청을 수행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임종헌: … 주장이 아니고 사실을 말씀드리는 건데요. 법무비서관실에는 자체적으로 인력이 3명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법무부나 행정처나 이런 유관기관에 여러 가지 업무 협조를 많이 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계 때문에 종결이 안 됐던 것입니다.

행정부인 법무부는 그렇다 치고, 삼권분립 국가에서 사법권을 수호해야 하는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게 협조해야 하는 '유관기관'이라는 주장이 크게 설득력 있게 들리진 않았습니다.

#3. "그래도 '대통령 가면'은 너무해…하기 싫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가면
박 부장판사가 청와대에 써서 보내준 문건 중에는 '유명인 형상 가면 판매에 따른 법적책임 검토'라는 문건도 있었습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합니다.

- 검사: (제목에)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쓰기 부담스러워서 '유명인'이라고 기재한 것입니까?
- 증인: 네, 뭐 대통령 개인에 관한 법률검토를 도와준다는 게 내키지 않아서 저렇게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꿔서 제목을 잡았습니다.

대통령 가면 사건, 기억하실런지 모르겠습니다. 2015년 봄 박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가면이 유통되기 시작하자, 청와대의 심기는 불편해졌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근 대통령을 비난하거나 풍자하는 사례가 있는데, 민정수석은 관련자를 색출하고 수사해서 반드시 엄단하라"고 지시한 걸로 전해집니다. 이에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은 법원행정처에 '대통령 가면 판매자에게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부과하여 판매를 중지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이 황당한 '발주'를 받은 사람이 바로 박상언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이었습니다.

- 검사: 증인은 검찰 조사 당시 "이 부분 검토는 정말 해주기 싫었는데, 실장님이 지시한 거라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입니다. 전 청와대가 알아서 검토할 사항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작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했고, 앞서도 이와 같은 취지로 말씀하셨는데 맞습니까?
- 증인: 네. 기본적으로 … 법무비서관의 업무를 상당히 편의를 주려고 도와주려 했던 것이 맞고 그런 상황에서 증인은 저런 검토 업무를 몇 번 했었는데, 저것은 뭐 국정운영 관련된 법리검토 이런 것도 아니고 약간 대통령 개인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저 부분까지 법률 검토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내키지 않았던 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법원을 돕는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일했지만, 가끔은 이렇게 기분이 상하는 하는 일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그밖에...

○ 잊고 싶은 노동이었나…'하청 결과물' 담긴 USB 버려 = 박 부장판사는 청와대에 보낸 여러 문건을 자신의 사무실 컴퓨터뿐 아니라 개인 USB에도 보관했습니다. 주말에 집에서 잔업을 처리하기 위해 주로 보고서 초안을 다수 저장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7월 말, 8월 초 무렵 이 USB를 버렸다고 합니다. 검사가 USB를 버린 이유를 묻자, 그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법원 자체조사가 있을 무렵 문제가 될 수 있는 자신의 업무수첩을 버렸다면서 USB도 "업무수첩과 마찬가지로 버리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달까, 부담이 적을 거라고 생각해서 버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박 대통령을 '할매'라고 한 이유? = 지난번 시진국 부장판사에 대한 기사에서 살펴봤듯이, 박 부장판사가 심의관 시절 동료이던 시 부장판사에게 보낸 메일에는 "특히 할매 불신 원인은 정말 소설입니다"라는 문장이 등장합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원인이 터무니없다는 의미인데요. 이를 두고 임 전 차장 측은, 박 부장판사가 '대통령 가면' 관련 문건 작성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가 박 전 대통령을 싫어해서 아니었냐는 취지로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부장판사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할매' 단어의 사용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기획조정심의관 일을 하다 보면 언론인들, 기자들하고 자주 접촉을 하게 되는데 기자들이 보통 '박 여사' '할매' 둘 중의 하나로 표현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렇게 활용했던 것이고, 호감도 여부랑 관련있는 건 아닙니다."

○ 차장님의 소심한(?) 전화 = 박 부장판사의 증언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7월쯤 그의 휴대전화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알고 보니 임 전 차장. 임 전 차장은 박 부장판사에게 "이거 차명폰 아니에요"라고 하더니, "내가 지시한 내용 등에 대한 진술을 신중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며칠 뒤, 임 전 차장은 또다시 박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말한 것에 대해서, 좀 전에 한 말 신경 쓸 것 없다. 그 말은 없었던 걸로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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