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두 개의 양심]㉟ ‘물의야기 법관’ 의혹에…“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평가” 반박

입력 2021.07.05 (07:01) 수정 2021.07.0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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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진 겁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따라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대화의 요모조모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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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 번째 순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재판에 2019년 12월 13일과 2020년 4월 29일, 6월 3일까지 총 3번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연학 전 판사(사법연수원 27기·現 변호사)의 증언을 두 번에 나눠 살펴봅니다.

김연학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2월부터 2년 동안, 법관 인사 실무를 책임지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으로 일했습니다. 평판사이던 2009년부터 2년 동안 인사담당관·심의관으로 일한 경력도 있어, 법원 내에선 인사제도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혔습니다.

법원 내에서 대표적인 ‘엘리트 법관’으로 평가받던 그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18년 6월과 이듬해 5월 두 차례 징계에 회부됐습니다. 법원행정처 수뇌부의 지시를 받아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위축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는 점(1차 청구),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라는 인사실 보고서에 특정 판사들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점(2차 청구)이 각각 핵심 징계 청구 사유였습니다.

특히 두 번째 징계 청구 사유는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부담을 주는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불이익을 검토·부과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과 직결되는 내용입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1차 징계 청구에 대해선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불문 처분을 내렸고, 2차 청구 건에 대해선 판단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징계절차 중에 있던 김 전 판사가 법관 생활 21년차인 올해 연임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고, 임기 만료로 지난 5월 1일 퇴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김 전 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전반적인 의혹에 대한 그의 상세한 증언 또는 주장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1. ‘물의야기 법관’의 진실은?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부 비판적 성향의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불이익한 인사조치를 검토·부과함으로써 판사들을 통제하려 했다고 주장합니다. 1지망 임지에 부임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희망하지 않은 법원 또는 격오지에 배치하거나, 지원장에 보임하지 않는 등의 인사불이익을 변칙적인 징계·문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인사 실무를 총괄했던 김연학 전 판사(이하 ‘증인’)는 일관되게 반대되는 증언을 내놨습니다.

- 박병대 피고인 측 변호인: 인사총괄심의관실(인사실)에서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를 비판한다거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지를 기준으로 물의야기 인사조치 검토대상자를 선별한 적이 있나요?
- 증인: 판사근무성적 등 평정규칙이라든지 법관윤리에 반하는 사항이 있을 경우에 검토를 한 것이지, 지금 말씀하신 것과 같은 사유로 검토한 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동의 여부에 대한 법관 상대 설문조사를 법원내부망에 긴급 제안한 송승용 판사가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데 대해, 검찰은 송 판사가 대법원의 사법정책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봤지만 증인 생각은 달랐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법관 후보의 거취를 정하자는 송 판사의 제안은 판사들의 집단적 의사표시를 유도한 것이라 “여러 법관윤리에 관련되는 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매우 높았다”는 것입니다.

2016년 8월 1일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2016년 8월 1일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증인은 또 윤리감사관실에서 제공하는 물의야기 법관 명단과 근무평정 중 특이사항 기재, 인사실이 확보한 정보 등을 토대로 매년 60~70명 가량의 판사를 물의야기 법관으로 보고한 것으로 기억하고, 언론에 보도된 판사는 미담이 아니라면 통상 물의야기로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의야기 법관 선별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 박병대 측 변호인: 증인이 당시 결재를 받는 과정에서 처장으로부터, 특정인을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서 제외하라거나 추가하라는 지시를 받은 경우가 있었나요?
- 증인: 그런 지시는 박병대 처장뿐만 아니라 어떤 분으로부터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서) 넣거나 빼거나 하는 것은 인사권자 분들의 결재사항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관행상. 거기 기재돼 있는 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인사)조치를 할지에 관해서만 결정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증인이 이끌던 인사실은 연말 인사배치 작업을 할 때,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판사들을 어디로 발령낼지 검토해 2~3개의 안을 만든 뒤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 대법원장에게 차례로 결재를 받았습니다.

인사실은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인사조치를 1안으로 올렸는데, 증인은 양 전 대법원장이 거의 대부분 인사실 의견을 따라 1안을 선택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또 통상적인 인사패턴에서 벗어난 인사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전체 물의야기 법관 중 3분의 1 정도였던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2. 법적 개념과 주관적 개념

증인은 물의야기 법관 관련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증언을 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물의야기 법관 분류자에게 불이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인사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이는 인사권자의 재량권 행사 범위 내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증언했습니다.

또 일부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특수한 인사조치를 검찰이 ‘인사불이익’이라고 표현한 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객관적 법령에 기초한 인사권 행사에 따른 ‘인사조치’를 주관적인 수용 여부에 따른 ‘인사불이익’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판례 검색 결과까지 들어가며 검찰 측 논리 구성이 잘못됐다고 주장했습니다.

- 증인: […] 인사조치, 인사불이익이라는 것을 한 번 판례에서 찾아봤더니 딱 1건 나옵니다. 그 1건이 안 모(안태근) 전 검사장에 관한 판결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검색되는 1심 판결을 포함해서 모든 법원의 판결 중에 인사불이익이라는 것이 나오는 판결이 안 모 검사장에 대한 판결을 포함해서 7개입니다. 그러니까 인사불이익이라는 것은 법적인 용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사조치를 찾아봤더니 판결 중에 2,800여 개가 나옵니다. 그것은 법적으로 판단의 대상이 되는 법적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법적인 개념이 아닌 것을 들어서 법적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 무리가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에 대해 단 1건도 불이익한 조치라고 생각한 적이 없냐는 검사의 반문엔 이렇게 답했습니다.

-증인: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느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인사조치를 받아들이는 법관 입장에서는 그것이 불이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의 법적 개념을 판단함에 있어서 인사조치의 객관적인 측면, 그러니까 인사조치가 객관적으로 불이익하냐 아니냐를 판단해야지 대상자인 분이 이것은 이익이다, 불이익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인사조치의 적법성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사조치를 받은 당사자는 인사불이익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법률가인 검사가 공소사실을 구성함에 있어 “인사불이익 처분” 같은 용어를 핵심어로 사용한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2018년 12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직원들이, 차량을 타고 법원행정처 건물을 빠져 나오고 있다.2018년 12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직원들이, 차량을 타고 법원행정처 건물을 빠져 나오고 있다.

#3. “주객 전도” “단순한 억측”

증언 과정에서는 검찰 공소장에 대한 노골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도 몇 번 등장했습니다.

신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넘어서는 증인의 견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래와 같은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 박병대 측 변호인: 위 문건(‘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은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판사들을 위주로 검토한 것이 아니고, 주된 검토 대상은 법관의 품위손상이나 근무태도 불량, 개인비위 등의 사유가 있는 판사들이지요?
- 증인: 예, 그렇습니다. 근무평정 등의 기재에 의해서 검토 대상이 된 많은 판사들을 개별 검토한 것이고, 그 중에 극히 소수의 인원에 대해서 근무평정 등에 사법행정에 부담을 주었다고 기재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사법행정에 부담을 주었다는 이유로 검토했다고 하는 것은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두꺼운 문건인데 그 중에 몇 사람에 대해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인사조치 검토가 “법관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 정당한 비판을 할 권리,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검찰 공소장의 문구에 대해서도, 난센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증인: […] 그것(인사조치 검토)으로 인해서 자유로운 의견표명과 정당한 비판을 할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그게 법률적인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말하자면 자연적 인과관계,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는 무슨 나비효과 같은 것인데.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법에 의한 정당한 감독권의 행사도 전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만약에 그런 가능성마저 배제한다고 한다면 국민에 의한 감시, 감독이나 법에 의해서 주어지는 사법행정권자의 감시, 감독은 전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얘기하고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에게 인사불이익을 부과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인 반례를 들면서 “단순한 억측”이라고 말했습니다.

- 양승태 피고인 측 변호인: 증인은 당시 인사 업무 처리를 처리한 경험과 기억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양승태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해 이를 해체시키겠다,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의사를 비친 적은 없었다는 것인가요?
- 증인: 예, 그렇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그 해에 인사총괄심의관실에 새로 전입한 인사심의관 2명이 성○○, 이◇◇ 판사인데, 두 명 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고 성○○ 판사의 경우는 상당히 활동 경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불이익을 주려고 했다는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인사심의관 두 명을 전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보임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억측임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증언에 임한 김연학 전 판사는,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다”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며 자신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구하기도 했는데요. 다음 기사에서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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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와 두 개의 양심]㉟ ‘물의야기 법관’ 의혹에…“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평가” 반박
    • 입력 2021-07-05 07:01:41
    • 수정2021-07-05 07:02:57
    취재K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진 겁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따라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대화의 요모조모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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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 번째 순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재판에 2019년 12월 13일과 2020년 4월 29일, 6월 3일까지 총 3번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연학 전 판사(사법연수원 27기·現 변호사)의 증언을 두 번에 나눠 살펴봅니다.

김연학 전 판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2월부터 2년 동안, 법관 인사 실무를 책임지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으로 일했습니다. 평판사이던 2009년부터 2년 동안 인사담당관·심의관으로 일한 경력도 있어, 법원 내에선 인사제도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혔습니다.

법원 내에서 대표적인 ‘엘리트 법관’으로 평가받던 그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18년 6월과 이듬해 5월 두 차례 징계에 회부됐습니다. 법원행정처 수뇌부의 지시를 받아 판사들의 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위축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는 점(1차 청구),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라는 인사실 보고서에 특정 판사들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점(2차 청구)이 각각 핵심 징계 청구 사유였습니다.

특히 두 번째 징계 청구 사유는 사법행정에 비판적이거나 부담을 주는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불이익을 검토·부과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과 직결되는 내용입니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1차 징계 청구에 대해선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처분을 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불문 처분을 내렸고, 2차 청구 건에 대해선 판단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징계절차 중에 있던 김 전 판사가 법관 생활 21년차인 올해 연임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고, 임기 만료로 지난 5월 1일 퇴직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김 전 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과정에서, 전반적인 의혹에 대한 그의 상세한 증언 또는 주장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1. ‘물의야기 법관’의 진실은?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부 비판적 성향의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불이익한 인사조치를 검토·부과함으로써 판사들을 통제하려 했다고 주장합니다. 1지망 임지에 부임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희망하지 않은 법원 또는 격오지에 배치하거나, 지원장에 보임하지 않는 등의 인사불이익을 변칙적인 징계·문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인사 실무를 총괄했던 김연학 전 판사(이하 ‘증인’)는 일관되게 반대되는 증언을 내놨습니다.

- 박병대 피고인 측 변호인: 인사총괄심의관실(인사실)에서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를 비판한다거나 사법행정에 비판적인지를 기준으로 물의야기 인사조치 검토대상자를 선별한 적이 있나요?
- 증인: 판사근무성적 등 평정규칙이라든지 법관윤리에 반하는 사항이 있을 경우에 검토를 한 것이지, 지금 말씀하신 것과 같은 사유로 검토한 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동의 여부에 대한 법관 상대 설문조사를 법원내부망에 긴급 제안한 송승용 판사가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데 대해, 검찰은 송 판사가 대법원의 사법정책을 비판했기 때문이라고 봤지만 증인 생각은 달랐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법관 후보의 거취를 정하자는 송 판사의 제안은 판사들의 집단적 의사표시를 유도한 것이라 “여러 법관윤리에 관련되는 법령에 위반될 소지가 매우 높았다”는 것입니다.

2016년 8월 1일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증인은 또 윤리감사관실에서 제공하는 물의야기 법관 명단과 근무평정 중 특이사항 기재, 인사실이 확보한 정보 등을 토대로 매년 60~70명 가량의 판사를 물의야기 법관으로 보고한 것으로 기억하고, 언론에 보도된 판사는 미담이 아니라면 통상 물의야기로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의야기 법관 선별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습니다.

- 박병대 측 변호인: 증인이 당시 결재를 받는 과정에서 처장으로부터, 특정인을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서 제외하라거나 추가하라는 지시를 받은 경우가 있었나요?
- 증인: 그런 지시는 박병대 처장뿐만 아니라 어떤 분으로부터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물의야기 법관 명단에서) 넣거나 빼거나 하는 것은 인사권자 분들의 결재사항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관행상. 거기 기재돼 있는 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인사)조치를 할지에 관해서만 결정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증인이 이끌던 인사실은 연말 인사배치 작업을 할 때,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판사들을 어디로 발령낼지 검토해 2~3개의 안을 만든 뒤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 대법원장에게 차례로 결재를 받았습니다.

인사실은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인사조치를 1안으로 올렸는데, 증인은 양 전 대법원장이 거의 대부분 인사실 의견을 따라 1안을 선택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또 통상적인 인사패턴에서 벗어난 인사조치가 취해지는 경우는 전체 물의야기 법관 중 3분의 1 정도였던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2. 법적 개념과 주관적 개념

증인은 물의야기 법관 관련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증언을 했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을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우선 물의야기 법관 분류자에게 불이익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인사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이는 인사권자의 재량권 행사 범위 내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증언했습니다.

또 일부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특수한 인사조치를 검찰이 ‘인사불이익’이라고 표현한 점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는데요. “객관적 법령에 기초한 인사권 행사에 따른 ‘인사조치’를 주관적인 수용 여부에 따른 ‘인사불이익’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판례 검색 결과까지 들어가며 검찰 측 논리 구성이 잘못됐다고 주장했습니다.

- 증인: […] 인사조치, 인사불이익이라는 것을 한 번 판례에서 찾아봤더니 딱 1건 나옵니다. 그 1건이 안 모(안태근) 전 검사장에 관한 판결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검색되는 1심 판결을 포함해서 모든 법원의 판결 중에 인사불이익이라는 것이 나오는 판결이 안 모 검사장에 대한 판결을 포함해서 7개입니다. 그러니까 인사불이익이라는 것은 법적인 용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사조치를 찾아봤더니 판결 중에 2,800여 개가 나옵니다. 그것은 법적으로 판단의 대상이 되는 법적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법적인 개념이 아닌 것을 들어서 법적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 무리가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에 대해 단 1건도 불이익한 조치라고 생각한 적이 없냐는 검사의 반문엔 이렇게 답했습니다.

-증인: 어떤 측면에서 접근하느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인사조치를 받아들이는 법관 입장에서는 그것이 불이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의 법적 개념을 판단함에 있어서 인사조치의 객관적인 측면, 그러니까 인사조치가 객관적으로 불이익하냐 아니냐를 판단해야지 대상자인 분이 이것은 이익이다, 불이익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서 인사조치의 적법성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인사조치를 받은 당사자는 인사불이익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법률가인 검사가 공소사실을 구성함에 있어 “인사불이익 처분” 같은 용어를 핵심어로 사용한 건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2018년 12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직원들이, 차량을 타고 법원행정처 건물을 빠져 나오고 있다.
#3. “주객 전도” “단순한 억측”

증언 과정에서는 검찰 공소장에 대한 노골적이고 강도 높은 비판도 몇 번 등장했습니다.

신문사항에 대한 답변을 넘어서는 증인의 견해라고 볼 수 있는데, 아래와 같은 대목이 대표적입니다.

- 박병대 측 변호인: 위 문건(‘물의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은 사법행정에 부담을 준 판사들을 위주로 검토한 것이 아니고, 주된 검토 대상은 법관의 품위손상이나 근무태도 불량, 개인비위 등의 사유가 있는 판사들이지요?
- 증인: 예, 그렇습니다. 근무평정 등의 기재에 의해서 검토 대상이 된 많은 판사들을 개별 검토한 것이고, 그 중에 극히 소수의 인원에 대해서 근무평정 등에 사법행정에 부담을 주었다고 기재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을 사법행정에 부담을 주었다는 이유로 검토했다고 하는 것은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두꺼운 문건인데 그 중에 몇 사람에 대해서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물의야기 법관에 대한 인사조치 검토가 “법관들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 정당한 비판을 할 권리,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는 검찰 공소장의 문구에 대해서도, 난센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증인: […] 그것(인사조치 검토)으로 인해서 자유로운 의견표명과 정당한 비판을 할 권리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은 그게 법률적인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말하자면 자연적 인과관계, 그럴 가능성이 있다라는 무슨 나비효과 같은 것인데.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법에 의한 정당한 감독권의 행사도 전부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만약에 그런 가능성마저 배제한다고 한다면 국민에 의한 감시, 감독이나 법에 의해서 주어지는 사법행정권자의 감시, 감독은 전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얘기하고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에게 인사불이익을 부과하려고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인 반례를 들면서 “단순한 억측”이라고 말했습니다.

- 양승태 피고인 측 변호인: 증인은 당시 인사 업무 처리를 처리한 경험과 기억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양승태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해 이를 해체시키겠다,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의 의사를 비친 적은 없었다는 것인가요?
- 증인: 예, 그렇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그 해에 인사총괄심의관실에 새로 전입한 인사심의관 2명이 성○○, 이◇◇ 판사인데, 두 명 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고 성○○ 판사의 경우는 상당히 활동 경력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불이익을 주려고 했다는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인사심의관 두 명을 전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으로 보임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것은 단순한 억측임을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이처럼 매우 적극적인 태도로 증언에 임한 김연학 전 판사는,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다”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며 자신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구하기도 했는데요. 다음 기사에서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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