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두 개의 양심]㉜ ‘합의 비밀’ 입다문 원세훈 재판장…“검사 억측” 반발도

입력 2020.10.12 (10:00) 수정 2021.02.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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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대화의 요모조모를 기록해 둡니다.

서른 두 번째 순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2020년 10월 7일 증인으로 출석한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9기)의 증언을 살펴봅니다.

김 부장판사는 댓글공작 등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5년 7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원세훈 사건이, 당시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이던 형사7부에 배당된 겁니다. 김 부장판사는 다만 2017년 2월 인사로 이 재판부를 떠날 때까지 원세훈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지 못했습니다. 8개월 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이는 이듬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됐습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가 아니라 ‘무죄’ 선고를 염두에 두고 원세훈 사건을 장기간 심리했고,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와 보조를 같이한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이같은 의심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원세훈 사건 판결의 영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 등을 압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정권의 정당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세훈 사건 판결 결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을 이용해,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 추진에 있어 청와대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상고법원 설립에 협조하면 원세훈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청와대에 암시하면서 시간을 끄는 방향 등으로―해당 재판을 활용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가정대로라면, 김 부장판사도 ‘재판 거래’ 의혹의 가담자가 되는 셈입니다.

2015년 2월 11일 정다주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보고한 ‘원세훈 前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의 마지막 쪽.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2015년 2월 11일 정다주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보고한 ‘원세훈 前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의 마지막 쪽.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1. 예고편

증인은 법정에 나오기 전부터 이같은 검찰의 프레임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증인신문기일 약 3주 전인 2020년 9월 14일 재판부에 미리 의견서를 제출한 건데요. 첨부자료 목록을 제외하더라도 28쪽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었습니다. 증인은 이후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증언을 마친 지 40분여 뒤, 법원 출입 기자들에게 이 의견서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의견서에서 의심의 단초가 된 법원행정처 문건들은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고, 문건이나 행정처 담당자들의 언행이 원세훈 사건 재판에 그 어떤 영향을 미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원세훈 사건을 배당받고 “통상적 방식에 따라 열심히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터무니없는 억측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검찰이 자신을 상대로 5번이나 압수수색을 했음에도 법원행정처 관련자와 원세훈 사건에 대해 주고 받은 이메일 자료를 단 1건도 압수하지 못했다며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도 했습니다.

증인은 또 검찰이 자신에 대해 계획하고 있는 증인신문은 위법하다면서, 자신에 대한 증인채택결정을 “다시 한 번 신중히 재검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메일을 압수하는 위법한 ‘별건 압수’ 등을 감행했고, 그렇게 수집된 압수물 내용을 전제로 해 증인신문을 시도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원세훈 사건 당시 재판부 내부의 합의 내용을 증인신문에서 묻는 것은 법원조직법이 규정하는 ‘합의 비공개의 원칙’에 반한다며, 증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합의 내용을 공개된 자리에서 증언한다면 법관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인채택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고, 증인은 결국 법정에 나왔습니다.

#2. 뒤적뒤적, 번쩍!

검찰은 증인을 불러 “법원행정처 문건의 대응방안에 맞춰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된 배경과 경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증인은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해달라는 검찰의 통보를 받고도 응하지 않았기에, 검사가 증인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건 법정에서가 처음이었는데요. 160항이 넘는 신문사항을 들고 온 검사, 진정성립(문서의 작성자가 증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문서의 증거력이 인정되기 위한 전제조건)부터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 검사: 증인은 2015년 10월 6일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 당시 서울고등법원 2015노1998호 사건의 심리방향 문건을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작성하게 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저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는데, 이 부분은 이 사건 해당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어서 진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10월 6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일부 심증과 재판 진행상황을 소개하며 문건 말미에 “재판장, 주심 판사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적었다. 재판장인 김시철 판사는 누군가와 이같은 대화를 한 적이 없고, 작성자와 작성 경위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임종헌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재판 과정에 불협화음이 있어 누군가에게 공판 진행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해 보고받은 문건”이라며, 작성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2015년 10월 6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일부 심증과 재판 진행상황을 소개하며 문건 말미에 “재판장, 주심 판사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적었다. 재판장인 김시철 판사는 누군가와 이같은 대화를 한 적이 없고, 작성자와 작성 경위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임종헌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재판 과정에 불협화음이 있어 누군가에게 공판 진행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해 보고받은 문건”이라며, 작성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질문이 공소사실과의 관련성이 있는지를 증인이 판단해 답변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며 재판장에게 적절히 지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증인은 법정에 들고 온 백화점 쇼핑백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검사의 이어진 질문에 답변하다 말고, 쇼핑백에서 꺼낸 두툼한 서류들을 머리 위로 번쩍 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증인: […] 검사님이 제 답변의 적절성에 대해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부득이 근거를 제시하고 제 입장을 설명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께 문건을 드리고… [경위가 받아서 재판장에게 갖다줌] 네 부씩이니까 검사님과 피고인 쪽에도 한 부씩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류의 정체는 2017년과 1976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문(2014도16080, 76도2703)이었습니다. 재판장은 증인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듯 “어떤 의미로 제출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는데, 증인의 말은 길게 이어졌습니다.

- 증인: 검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해당 공소사실의 관련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건 재판부가 맞습니다. 그러나 검사님의 주장 취지가 검찰의 공권력 행사 절차에 따라서 절차 대상자가 그 부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가 없다든가, 증인의 판단에 의해서 후속 대응 행위를 할 수 없다든가 하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면 […] 그거는 지금 현재 대법원 판례에 명백하게 저촉되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절차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법률가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그 공권력 행사의 적법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을 통해 후속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지금 검찰에서 저한테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나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하는 거 자체가 공권력 행사인데, 절차 대상자의 지위에서 저는 그 공권력 행사가 적법한지에 대해 제가 스스로 판단했고 그에 대해 제가 후속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전혀 이상한 게 아니고, 모든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검사의 이의를 예상하고 미리 근거 자료까지 준비해 온 셈인데요. 재판장은 “검사는 지금 진정성립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정리했고, 증인은 “진정성립이라면 저는 이 문건 작성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재판장은 판례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증인이 건넨 서류를 다시 돌려줬습니다.

#3. 평행선

검사는 3시간 동안의 신문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의심을 분명하게 드러냈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법정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몇 가지만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주심판사 휴가 복귀도 기다리지 못하고 (원세훈 사건) 기록을 먼저 검토해야 할 이유가 따로 있었던 거 아닌가요?”
- “증인은 기록과 법리 검토만으로 심증을 형성한 게 맞습니까?”
- “증인은 이미 (무죄로) 결론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그 결론이 유도될 수 있게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선 재판부 합의가 필요한데, 증인은 주심인 최현종 판사가 증인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주심을 배제하고 재판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무죄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던 것인가요?”
- “(다음 주심 판사인) 최승원도 이에(무죄 판결 논리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증인은 선고하지 않고 추가 심리가 필요한단 명분으로 재판을 지연시켰죠?”
- “이런 정도의 중요 사건에 대해 상당기간 ‘신건 배당중지’ 배려까지 받으면서 약 1년 6개월 동안 심리를 진행했다면, 판결 선고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지 않나요?”
- “공소사실 기재 국정원 사이버 활동이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라는 증인의 무죄판결 논리는, 피고인들과 여당 정치인들, 여권에서 주장했던 논리였고, 이 사건 재판에 관여한 1·2심 법관들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모두 수긍할 수 없는 논리였는데 증인이 손자병법까지 원용하며 이 논리를 지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하지만 증인은 끄떡없었습니다. 증언은 미리 제출했던 의견서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제시된 이메일이 적법한 절차로 압수됐는지 의문”이라며 증언을 거부하거나, “재판부 내부의 합의 과정과 관련된 부분이라 진술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라며 답을 하지 않는 식이었습니다. 원세훈 사건 재판 진행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의견을 교환한 적이 없으며 검사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했고, 질문 취지를 알 수 없다면서 헛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습니다.


증인은 특히 “합의 비공개 원칙”을 들어 63회가량 증언을 거부했는데, 답을 거부한 질문 중에는 “판결문 등 자료 및 기록 검토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냐” “무죄 판결문 초안을 주심과 공유하지 않고 재판연구원과만 공유했던 게 맞냐”는 등 재판부의 합의와 직결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는 지금까지 모두 60명 안팎의 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동원 대법관을 포함한 다수의 법관들이 과거 재판부 합의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증언을 한 바 있습니다. 합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증인처럼 그 범위를 넓게 설정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검사는 합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형사소송법 147조 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증언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재판부에 5번이나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4. 최후의 일격?

증인신문의 마지막 순서에는 지난 재판에서 잠시 언급됐던 ‘검찰 의견서 전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관련 기사: 양승태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 판사 증인들에게 넘어가)

- 검사: 증인은 의견서를 작성하시면서 “검찰의 2020. 8. 12.자 의견서의 문제점 등”이라고 해서 검찰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언급했는데, 이 사건 소송서류인 의견서 첨부 서류를 입수해서 검토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 저에 대한 증인 채택 결정이 있은 후에 검찰이 2020년 8월 12일자로 서울중앙지법 형사제35부에 제출한 형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이런 의견서를 제가 읽어본 적은 있습니다.
[…]
- 검사: 그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입수하셨습니까?

증인은 즉답을 피했습니다.

- 증인: 제가 본 문건에 따르면, 검찰의 저에 대한 증인 신청의 입증 취지는...
- 검사: [말 끊으며] 아니, 어떻게 입수하셨냐고요.
- 증인: [아랑곳않고 계속 말함] 법원행정처 내부에 있었던 일에 관해서 해당 공소사실 증명하는 내용인데요. 제가 그 5년도 넘은 뒤에 2020년 8월 이후에 그거를 어떤 경위로 입수했는지에 대한 부분이 해당 공소사실 증명과는 아무런 관련없기 때문에 진술할 이유 없다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이 부분이 저는 검찰 신청 증인이거든요. 검찰에서 저에 대해서 어떤 입증 취지와 어떤 증인신문 필요성 때문에 증인 신청을 한 건지 확인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증인의 ‘신빙성’과 관련해 물어봐야 할 질문이라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증인이 피고인 측을 통해 검찰 의견서를 받아봤다면 문제를 삼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자 증인은 본인이 양보하겠다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 증인: 자, 그럼 이 부분까지 해서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법정에 있는 우리 피고인, 변호인, 재판부 구성원, 검사님들한테 제가 받은 적은 없습니다.

검사는 ‘양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였습니다.

- 검사: 제가 그걸 묻지 않았습니다. 누구냐고 여쭤봤습니다.

이에 증인은 검찰에 대한 못마땅함을 가감없이 드러냈습니다.

- 증인: 제가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증명이나 입증과 관계없다고 말씀드렸고요! 제가 9월 14일자 의견서에서도 누차 말씀드렸지만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사님들이 저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여러 차례 하면서 헌법과 관련 법률과 판례의 취지를 그대로 준수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생각하고 있고요. 또 이 사건 공판 과정에 관해서도 검사의 객관의무를 그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상당히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상태에서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 부분에 대해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도 검사는 “검찰 관계자한테 받았냐” “법원 관계자한테 받았냐” “(재판 관계인에게 받은 게 아니라면) 더더욱 문제이지 않냐”라고 따졌지만 증인은 답하지 않았고, 재판장은 “이 정도 답변했으면 됐다”라며 질문을 마치도록 했습니다. 처음부터 김시철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해 온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반대신문 사항이 없다며 증인을 신문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증인이 예고하고 바라던 대로 된 걸까요? 이날 증언으로 특별히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었습니다. 증인은 “대단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귀가하셔도 됩니다”라는 재판장의 말에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네!”라고 답하고는 서류들을 챙겨 법정을 빠져 나갔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증인과 함께 원세훈 사건을 심리했던 최현종 고등법원 판사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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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사와 두 개의 양심]㉜ ‘합의 비밀’ 입다문 원세훈 재판장…“검사 억측” 반발도
    • 입력 2020-10-12 10:00:05
    • 수정2021-02-01 10:55:35
    취재K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

선서서에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기재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157조 2항)

양심에 따라 재판 업무를 수행하는 판사들. 최근 또 다른 이유로 양심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증인’으로서의 양심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최대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증인으로 나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법대에서 이젠 증언대로 내려와 양심을 발휘해야 하는 판사들. 이 이례적인 법정에서 나온 ‘양심적 증언’과, 대화의 요모조모를 기록해 둡니다.

서른 두 번째 순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에 2020년 10월 7일 증인으로 출석한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9기)의 증언을 살펴봅니다.

김 부장판사는 댓글공작 등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을 맡았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5년 7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원세훈 사건이, 당시 김 부장판사가 재판장이던 형사7부에 배당된 겁니다. 김 부장판사는 다만 2017년 2월 인사로 이 재판부를 떠날 때까지 원세훈 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지 못했습니다. 8개월 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4년을 선고했고, 이는 이듬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확정됐습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가 아니라 ‘무죄’ 선고를 염두에 두고 원세훈 사건을 장기간 심리했고,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와 보조를 같이한 것이라고 의심합니다. 이같은 의심은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원세훈 사건 판결의 영향과 향후 대응 방향을 검토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 등을 압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가 정권의 정당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세훈 사건 판결 결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을 이용해,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 추진에 있어 청와대에 대한 ‘주도권’을 쥐기 위해―상고법원 설립에 협조하면 원세훈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청와대에 암시하면서 시간을 끄는 방향 등으로―해당 재판을 활용하려 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의 가정대로라면, 김 부장판사도 ‘재판 거래’ 의혹의 가담자가 되는 셈입니다.

2015년 2월 11일 정다주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보고한 ‘원세훈 前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의 마지막 쪽.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이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1. 예고편

증인은 법정에 나오기 전부터 이같은 검찰의 프레임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증인신문기일 약 3주 전인 2020년 9월 14일 재판부에 미리 의견서를 제출한 건데요. 첨부자료 목록을 제외하더라도 28쪽으로 적지 않은 분량이었습니다. 증인은 이후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증언을 마친 지 40분여 뒤, 법원 출입 기자들에게 이 의견서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의견서에서 의심의 단초가 된 법원행정처 문건들은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고, 문건이나 행정처 담당자들의 언행이 원세훈 사건 재판에 그 어떤 영향을 미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원세훈 사건을 배당받고 “통상적 방식에 따라 열심히 업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며, 검찰이 “터무니없는 억측을 전제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검찰이 자신을 상대로 5번이나 압수수색을 했음에도 법원행정처 관련자와 원세훈 사건에 대해 주고 받은 이메일 자료를 단 1건도 압수하지 못했다며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도 했습니다.

증인은 또 검찰이 자신에 대해 계획하고 있는 증인신문은 위법하다면서, 자신에 대한 증인채택결정을 “다시 한 번 신중히 재검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는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메일을 압수하는 위법한 ‘별건 압수’ 등을 감행했고, 그렇게 수집된 압수물 내용을 전제로 해 증인신문을 시도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원세훈 사건 당시 재판부 내부의 합의 내용을 증인신문에서 묻는 것은 법원조직법이 규정하는 ‘합의 비공개의 원칙’에 반한다며, 증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합의 내용을 공개된 자리에서 증언한다면 법관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인채택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고, 증인은 결국 법정에 나왔습니다.

#2. 뒤적뒤적, 번쩍!

검찰은 증인을 불러 “법원행정처 문건의 대응방안에 맞춰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된 배경과 경위”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증인은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출석해달라는 검찰의 통보를 받고도 응하지 않았기에, 검사가 증인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건 법정에서가 처음이었는데요. 160항이 넘는 신문사항을 들고 온 검사, 진정성립(문서의 작성자가 증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로, 문서의 증거력이 인정되기 위한 전제조건)부터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 검사: 증인은 2015년 10월 6일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 당시 서울고등법원 2015노1998호 사건의 심리방향 문건을 작성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작성하게 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저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는데, 이 부분은 이 사건 해당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어서 진술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15년 10월 6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일부 심증과 재판 진행상황을 소개하며 문건 말미에 “재판장, 주심 판사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적었다. 재판장인 김시철 판사는 누군가와 이같은 대화를 한 적이 없고, 작성자와 작성 경위를 모른다는 입장이다. 임종헌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에 “재판 과정에 불협화음이 있어 누군가에게 공판 진행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해 보고받은 문건”이라며, 작성자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질문이 공소사실과의 관련성이 있는지를 증인이 판단해 답변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적절치 않은 것 같다”라며 재판장에게 적절히 지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증인은 법정에 들고 온 백화점 쇼핑백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검사의 이어진 질문에 답변하다 말고, 쇼핑백에서 꺼낸 두툼한 서류들을 머리 위로 번쩍 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증인: […] 검사님이 제 답변의 적절성에 대해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부득이 근거를 제시하고 제 입장을 설명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께 문건을 드리고… [경위가 받아서 재판장에게 갖다줌] 네 부씩이니까 검사님과 피고인 쪽에도 한 부씩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류의 정체는 2017년과 1976년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문(2014도16080, 76도2703)이었습니다. 재판장은 증인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듯 “어떤 의미로 제출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는데, 증인의 말은 길게 이어졌습니다.

- 증인: 검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해당 공소사실의 관련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건 재판부가 맞습니다. 그러나 검사님의 주장 취지가 검찰의 공권력 행사 절차에 따라서 절차 대상자가 그 부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가 없다든가, 증인의 판단에 의해서 후속 대응 행위를 할 수 없다든가 하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라면 […] 그거는 지금 현재 대법원 판례에 명백하게 저촉되는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 절차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법률가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그 공권력 행사의 적법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그 판단을 통해 후속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지금 검찰에서 저한테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나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하는 거 자체가 공권력 행사인데, 절차 대상자의 지위에서 저는 그 공권력 행사가 적법한지에 대해 제가 스스로 판단했고 그에 대해 제가 후속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전혀 이상한 게 아니고, 모든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검사의 이의를 예상하고 미리 근거 자료까지 준비해 온 셈인데요. 재판장은 “검사는 지금 진정성립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정리했고, 증인은 “진정성립이라면 저는 이 문건 작성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재판장은 판례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증인이 건넨 서류를 다시 돌려줬습니다.

#3. 평행선

검사는 3시간 동안의 신문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의심을 분명하게 드러냈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법정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몇 가지만 꼽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주심판사 휴가 복귀도 기다리지 못하고 (원세훈 사건) 기록을 먼저 검토해야 할 이유가 따로 있었던 거 아닌가요?”
- “증인은 기록과 법리 검토만으로 심증을 형성한 게 맞습니까?”
- “증인은 이미 (무죄로) 결론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그 결론이 유도될 수 있게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선 재판부 합의가 필요한데, 증인은 주심인 최현종 판사가 증인 결론에 동의하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예 주심을 배제하고 재판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무죄 판결문 초안을 작성했던 것인가요?”
- “(다음 주심 판사인) 최승원도 이에(무죄 판결 논리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증인은 선고하지 않고 추가 심리가 필요한단 명분으로 재판을 지연시켰죠?”
- “이런 정도의 중요 사건에 대해 상당기간 ‘신건 배당중지’ 배려까지 받으면서 약 1년 6개월 동안 심리를 진행했다면, 판결 선고까지 책임지는 것이 맞지 않나요?”
- “공소사실 기재 국정원 사이버 활동이 국정원의 정당한 업무라는 증인의 무죄판결 논리는, 피고인들과 여당 정치인들, 여권에서 주장했던 논리였고, 이 사건 재판에 관여한 1·2심 법관들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모두 수긍할 수 없는 논리였는데 증인이 손자병법까지 원용하며 이 논리를 지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하지만 증인은 끄떡없었습니다. 증언은 미리 제출했던 의견서의 내용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제시된 이메일이 적법한 절차로 압수됐는지 의문”이라며 증언을 거부하거나, “재판부 내부의 합의 과정과 관련된 부분이라 진술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라며 답을 하지 않는 식이었습니다. 원세훈 사건 재판 진행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와 의견을 교환한 적이 없으며 검사의 억측에 불과하다고 했고, 질문 취지를 알 수 없다면서 헛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습니다.


증인은 특히 “합의 비공개 원칙”을 들어 63회가량 증언을 거부했는데, 답을 거부한 질문 중에는 “판결문 등 자료 및 기록 검토에 시간이 얼마나 걸렸냐” “무죄 판결문 초안을 주심과 공유하지 않고 재판연구원과만 공유했던 게 맞냐”는 등 재판부의 합의와 직결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는 지금까지 모두 60명 안팎의 현직 판사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이동원 대법관을 포함한 다수의 법관들이 과거 재판부 합의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증언을 한 바 있습니다. 합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증인처럼 그 범위를 넓게 설정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검사는 합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형사소송법 147조 1항이 규정하는 정당한 증언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재판부에 5번이나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4. 최후의 일격?

증인신문의 마지막 순서에는 지난 재판에서 잠시 언급됐던 ‘검찰 의견서 전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관련 기사: 양승태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 판사 증인들에게 넘어가)

- 검사: 증인은 의견서를 작성하시면서 “검찰의 2020. 8. 12.자 의견서의 문제점 등”이라고 해서 검찰이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언급했는데, 이 사건 소송서류인 의견서 첨부 서류를 입수해서 검토한 사실이 있습니까?
- 증인: […] 저에 대한 증인 채택 결정이 있은 후에 검찰이 2020년 8월 12일자로 서울중앙지법 형사제35부에 제출한 형식으로 기재되어 있는 이런 의견서를 제가 읽어본 적은 있습니다.
[…]
- 검사: 그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입수하셨습니까?

증인은 즉답을 피했습니다.

- 증인: 제가 본 문건에 따르면, 검찰의 저에 대한 증인 신청의 입증 취지는...
- 검사: [말 끊으며] 아니, 어떻게 입수하셨냐고요.
- 증인: [아랑곳않고 계속 말함] 법원행정처 내부에 있었던 일에 관해서 해당 공소사실 증명하는 내용인데요. 제가 그 5년도 넘은 뒤에 2020년 8월 이후에 그거를 어떤 경위로 입수했는지에 대한 부분이 해당 공소사실 증명과는 아무런 관련없기 때문에 진술할 이유 없다고 생각하고요. 또 하나는 이 부분이 저는 검찰 신청 증인이거든요. 검찰에서 저에 대해서 어떤 입증 취지와 어떤 증인신문 필요성 때문에 증인 신청을 한 건지 확인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증인의 ‘신빙성’과 관련해 물어봐야 할 질문이라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증인이 피고인 측을 통해 검찰 의견서를 받아봤다면 문제를 삼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자 증인은 본인이 양보하겠다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 증인: 자, 그럼 이 부분까지 해서 답변드리겠습니다. 이 법정에 있는 우리 피고인, 변호인, 재판부 구성원, 검사님들한테 제가 받은 적은 없습니다.

검사는 ‘양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였습니다.

- 검사: 제가 그걸 묻지 않았습니다. 누구냐고 여쭤봤습니다.

이에 증인은 검찰에 대한 못마땅함을 가감없이 드러냈습니다.

- 증인: 제가요, 이 사건 공소사실에 관한 증명이나 입증과 관계없다고 말씀드렸고요! 제가 9월 14일자 의견서에서도 누차 말씀드렸지만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사님들이 저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여러 차례 하면서 헌법과 관련 법률과 판례의 취지를 그대로 준수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생각하고 있고요. 또 이 사건 공판 과정에 관해서도 검사의 객관의무를 그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상당히 저는 의문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상태에서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 부분에 대해 답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도 검사는 “검찰 관계자한테 받았냐” “법원 관계자한테 받았냐” “(재판 관계인에게 받은 게 아니라면) 더더욱 문제이지 않냐”라고 따졌지만 증인은 답하지 않았고, 재판장은 “이 정도 답변했으면 됐다”라며 질문을 마치도록 했습니다. 처음부터 김시철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해 온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반대신문 사항이 없다며 증인을 신문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증인이 예고하고 바라던 대로 된 걸까요? 이날 증언으로 특별히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없었습니다. 증인은 “대단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귀가하셔도 됩니다”라는 재판장의 말에 그 어느 때보다 힘차게 “네!”라고 답하고는 서류들을 챙겨 법정을 빠져 나갔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증인과 함께 원세훈 사건을 심리했던 최현종 고등법원 판사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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