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어진 ‘재난 생존자’들의 상처…보듬는 노력 필요

입력 2021.06.25 (21:34) 수정 2021.06.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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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또는 재난에서 살아남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재난 생존자'라고 합니다.

KBS는 ​ 재난 생존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앞서 전해드린 부산 지하차도 침수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전달받아 일부를 방송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해자들을 대하는 시선과 보듬으려는 노력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재난 생존자의 요청 때문입니다.

신방실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에 취직한 딸을 마중 나갔다, 함께 집으로 오던 길이었습니다.

["큰 길로 가면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거든요. 누가 시내로 막히는 길로 가겠어요. 다 이쪽으로 가는 길이에요. 평상시에도."]

이 순간까지도 몰랐습니다.

차가 오도 가도 못하더니, 물이 금세 차올랐습니다.

겨우 차 밖으로 나온 딸과 엄마,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김영일/유가족 : "처음에 물에서 걸어 나올 때 딸이 자꾸 112에 신고를 하더래요. 그런데 30~40분을 매달려 있어도 안 오더라는 거예요."]

물살은 모녀의 생과 사를 갈라놓습니다.

[김영일/유가족 : "힘도 자꾸 빠지고 물살은 세지, 내가 이렇게 있다가는 물 속에 딸을 데리고 들어가겠다, 너라도 살아라 하면서 손을 놓은 거래요."]

결국, 엄마는 딸을 잃었습니다.

119 안전센터를 코앞에 둔 지하차도에서 차량 5대가 고립됐고, 3명이 끝내 숨졌습니다.

그날 이후 처음 찾은 사고 현장.

[김영일/유가족 : "그날은 제대로 된 게 아무 것도 없죠. 119신고가 안돼서 112에 했는데 112는 핀잔을 주고..."]

유가족 조일환 씨도 그곳에서 형을 잃었습니다.

[조일환/유가족 : "무슨 단어를 써야지 슬픔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상처가 아문다는 게 1,2년 지나서 아물어지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고 더 깊어지는 거 같아요."]

남은 이들은 사고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싸워야했습니다.

[변성완/당시 부산시장 권한대행 :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점이 저녁 8시인데, 매뉴얼 상으로는 차단하도록 돼있는데 못했다,"]

검찰은 이 사고가 무사안일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고 보고, 공무원 11명을 기소하고, 1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날, 그 시간에 갇혀 있는 재난생존자들.

책임과 제도 개선 못지않게, 사회적 지지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조일환/유가족 : "매일 매일이 7월 23일 그날로 잡혀있는 상태거든요.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KBS 뉴스 신방실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그래픽:이근희

[앵커]

​지난해 부산 집중호우 당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 역시 인명피해를 미연에 막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재난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더욱 선제적이고 예방적 재난방송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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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깊어진 ‘재난 생존자’들의 상처…보듬는 노력 필요
    • 입력 2021-06-25 21:34:09
    • 수정2021-06-30 16:08:00
    뉴스 9
[앵커]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 또는 재난에서 살아남았지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재난 생존자'라고 합니다.

KBS는 ​ 재난 생존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앞서 전해드린 부산 지하차도 침수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전달받아 일부를 방송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피해자들을 대하는 시선과 보듬으려는 노력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현실을 알리고 싶다는 재난 생존자의 요청 때문입니다.

신방실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에 취직한 딸을 마중 나갔다, 함께 집으로 오던 길이었습니다.

["큰 길로 가면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거든요. 누가 시내로 막히는 길로 가겠어요. 다 이쪽으로 가는 길이에요. 평상시에도."]

이 순간까지도 몰랐습니다.

차가 오도 가도 못하더니, 물이 금세 차올랐습니다.

겨우 차 밖으로 나온 딸과 엄마, 두 손을 꼭 잡았습니다.

[김영일/유가족 : "처음에 물에서 걸어 나올 때 딸이 자꾸 112에 신고를 하더래요. 그런데 30~40분을 매달려 있어도 안 오더라는 거예요."]

물살은 모녀의 생과 사를 갈라놓습니다.

[김영일/유가족 : "힘도 자꾸 빠지고 물살은 세지, 내가 이렇게 있다가는 물 속에 딸을 데리고 들어가겠다, 너라도 살아라 하면서 손을 놓은 거래요."]

결국, 엄마는 딸을 잃었습니다.

119 안전센터를 코앞에 둔 지하차도에서 차량 5대가 고립됐고, 3명이 끝내 숨졌습니다.

그날 이후 처음 찾은 사고 현장.

[김영일/유가족 : "그날은 제대로 된 게 아무 것도 없죠. 119신고가 안돼서 112에 했는데 112는 핀잔을 주고..."]

유가족 조일환 씨도 그곳에서 형을 잃었습니다.

[조일환/유가족 : "무슨 단어를 써야지 슬픔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상처가 아문다는 게 1,2년 지나서 아물어지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고 더 깊어지는 거 같아요."]

남은 이들은 사고 원인과 책임을 밝히기 위해 싸워야했습니다.

[변성완/당시 부산시장 권한대행 :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점이 저녁 8시인데, 매뉴얼 상으로는 차단하도록 돼있는데 못했다,"]

검찰은 이 사고가 무사안일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고 보고, 공무원 11명을 기소하고, 1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날, 그 시간에 갇혀 있는 재난생존자들.

책임과 제도 개선 못지않게, 사회적 지지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합니다.

[조일환/유가족 : "매일 매일이 7월 23일 그날로 잡혀있는 상태거든요. 언제 끝날지 모르겠습니다."]

KBS 뉴스 신방실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그래픽:이근희

[앵커]

​지난해 부산 집중호우 당시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 역시 인명피해를 미연에 막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재난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더욱 선제적이고 예방적 재난방송을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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