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군단 ‘승부차기 악몽 씻었다’

입력 2006.07.10 (06:42)

수정 2006.07.1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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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마침내 승부차기의 악몽을 씻어냈다.
그 무대는 바로 월드컵 결승이었다.
이탈리아는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축구 결승에서 '레 블뢰' 프랑스를 맞아 전.후반과 연장 120분 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신(神)의 잔인한 룰렛게임'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어떤 선수든 강한 중압감에 짓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주리 전사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1∼4번 키커 안드레아 피를로, 마르코 마테라치, 다니엘레 데로시,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와 마지막 승부를 결정지은 킥을 꽂아넣은 5번 키커 파비오 그로소까지 단 한 명도 실수가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승부차기는 결승까지 네 번이나 나왔다. 16강 스위스-우크라이나전, 8강 독일-아르헨티나전, 포르투갈-잉글랜드전 승패가 승부차기로 갈렸다. 하지만 다섯 명이 모두 킥을 성공시킨 건 처음이다.
이탈리아 키커들의 힘은 그들의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는 '거미손' 잔루이지 부폰이 있기 때문이었다. 부폰은 비록 직접 선방을 펼치진 못했지만 이탈리아 키커들에게 힘을 줬고 반대로 프랑스 키커들을 압박했다.
반면 프랑스 선수들은 정신적인 리더였던 지네딘 지단이 연장 후반 초반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는 '돌발행동'으로 퇴장당한 뒤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 듯 했다.
결국 2번 키커 다비드 트레제게의 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불운하게도 골라인 밖에 튀어나왔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유난히 승부차기와 악연이 많았다.
1990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징크스가 시작됐다.
아르헨티나와 준결승에서 득점왕 살바토레 스킬라치의 선제골로 앞서간 이탈리아는 후반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던 '바람의 아들' 클라우디오 카니자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아 연장을 거친 뒤 승부차기에 들어갔지만 3-4로 패했다.
우승컵은 아르헨티나까지 꺾은 '전차군단' 독일에 넘겨줘야 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이 가장 가슴아픈 승부차기의 순간으로 남았다.
나이지리아, 스페인, 불가리아를 연파하고 결승까지 진군한 이탈리아는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구장에서 삼바군단 브라질을 맞아 선전했다. 하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고 우승컵은 이번 대회처럼 승부차기에 의해 가려졌다.
'꽁지머리' 로베르트 바조의 실축으로 이탈리아는 2-3으로 져 눈물을 떨어뜨렸다. 바조는 한동안 승부차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는 악몽에 시달렸다.
8강에서 맞이한 상대는 개최국 프랑스였다. 생드니 스타디움에서 두 팀은 공방을 펼쳤지만 결국 득점없이 연장을 마쳤고 승부차기에서 다시 3-4로 져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탈리아는 이토록 지긋지긋하게 반복돼온 승부차기와의 악연을 깨끗하게 끊어냈다.
12년 전 결승에서 패한 한을 풀었고 프랑스를 상대로는 1998년에 당한 프랑스월드컵 승부차기 패배와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결승 역전패를 동시에 설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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