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흥겨운 인터뷰, 마테라치는 줄행랑

입력 2006.07.10 (08:40)

승자와 패자의 희비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탈리아-프랑스의 2006 독일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베를린 월드컵경기장. 승부차기 끝에 짜릿한 우승을 가져간 이탈리아 선수들의 여흥은 믹스트존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믹스트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미카엘 실베스트르와 파비앵 바르테즈 등 단복을 차려 입은 프랑스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승부차기에서 단 하나의 슈팅도 막아내지 못한데 대해 자책이라도 하듯 골키퍼 바르테즈는 단복 상의를 팔에 건 채 자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손을 들어 거부 의사를 밝히며 믹스트존을 총총히 빠져 나갔다.
티에리 앙리와 승부차기를 실축한 다비드 트레제게는 담담히 인터뷰를 가졌다. 프랑스 선수들의 목에는 준우승 메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앙리가 인터뷰를 갖는 동안 갑자기 이탈리아 공격수 루카 토니가 들뜬 모습으로 들어섰다. 토니는 자국 취재진에 "우리가 챔피언"이라고 첫 인사를 건넨 뒤 목에 건 우승 메달도 자랑스레 보여줬다.
토니와 함께 믹스트존에 나타난 수비수 마시모 오도는 갑자기 들고 있던 맥주병을 들어 한 자국 기자의 머리 위에 부었다. 이탈리아 기자들 사이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졸지에 봉변을 당한 기자도 그리 기분 나쁜 모습은 아니었다.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과 공격수 빈첸초 이아퀸타도 맥주병을 들고 나온 걸 보면 라커에서 그들만의 축승 파티라도 벌인 모양이다.
공격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는 평소 친분이 있던 기자와 포옹을 하며 기쁨을 나눴고, 프란체스코 토티도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채 인터뷰를 했다.
잠시 뒤 이날 동점골의 주인공이자 연장 후반 프랑스 지네딘 지단의 퇴장과 연루됐던 중앙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가 들어섰다.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탈리아 기자들이 "마르코"를 외치며 마테라치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하지만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속사정이라도 있었을까. 마테라치는 모든 취재진과 인터뷰를 피한 채 믹스트존을 휑하니 떠났다. 들고 있던 작은 오디오를 통해 흥겨운 음악만을 들려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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