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11m의 승부, PK 속설과 법칙

입력 2006.07.10 (17:08)

수정 2006.07.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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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축 필승..다음 경기는 패배..스타가 실축

2006년 독일월드컵축구대회는 과거 어느 대회보다도 승부차기가 많이 나온 대회로 기록됐다.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결승이 승부차기로 이어져 1994년 미국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승부차기 우승팀'이 나왔다.
이번 대회에는 16강 우크라이나-스위스전, 8강 독일-아르헨티나전과 포르투갈-잉글랜드전, 결승 프랑스-이탈리아전 등 모두 네 차례 '11m 룰렛 게임'인 승부차기가 펼쳐졌다.
독일월드컵의 승부차기에는 묘한 법칙과 속설이 작용했다. 과거 대회와 유사한 면도 있고 다른 점도 있었다.
◇선축은 필승
이번 대회 네 차례 승부차기에서 먼저 킥을 한 팀은 100% 승리했다.
우크라이나는 16강에서 선축을 해 1번 키커 안드리 솁첸코가 실축했지만 스위스의 마르코 슈트렐레, 트란퀼로 바르네타, 리카르도 카바나스가 모두 실축한 덕분에 3-0으로 손쉽게 승리했다.
독일도 먼저 킥을 차 아르헨티나를 4-2로 눌렀다. 독일은 4명이 모두 킥을 꽂았고 후축을 한 아르헨티나는 4번째 키커 에스테반 캄비아소가 실축하면서 2-4로 무릎을 꿇었다.
포르투갈도 시망 사브로사가 선축을 시원하게 넣고 기선을 잡은 끝에 잉글랜드를 3-1로 눌렀다.
이탈리아는 결승에서 안드레아 피를로가 선축했고 5번 파비오 그로소까지 전원이 킥을 성공시켰다. 후축을 하면서 스코어를 따라가던 프랑스는 2번 키커 다비드 트레제게가 실축했다.
통상 페널티킥은 선축이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하지만 선축을 한 팀이 네 번이나 연속해서 승리한 것도 드문 일이다.
◇승부차기 승리 다음엔 반드시 진다
승부차기로 토너먼트를 한 단계 통과하고 나면 반드시 '후유증'이 찾아왔다.
우크라이나는 스위스와 연장 혈투를 벌인 뒤 승부차기 끝에 8강에 진출했지만 이탈리아에 0-3으로 완패해 진군을 멈췄다.
독일도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에서 돌려세웠지만 준결승에서는 이탈리아와 다시 승부차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가 연장 종료 1분을 남겨놓고 그로소와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에게 연속골을 허용하고 무너졌다.
포르투갈도 잉글랜드와 8강에서 승부차기를 이겼지만 준결승에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에게 페널티킥 결승골을 내주고 주저앉았다.
승부차기를 이긴 팀은 승부차기까지 가기 위해 연장 혈투를 치른 탓에 체력 소모가 심해 아무래도 다음 경기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이탈리아는 결승에서 승부차기를 이겼지만 다음 경기가 없으니 증명할 길이 없다.
◇항상 스타가 실축한다
승부차기에서는 항상 실축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과거 월드컵에서도 미셸 플라티니(프랑스), 소크라테스(브라질), 로베르토 바조(이탈리아) 등 당대를 풍미한 스타들이 번번이 페널티킥을 어이없이 차 버리곤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크라이나는 팀의 주장이자 득점 기계인 솁첸코를 1번 키커로 내세웠지만 긴장한 탓인지 킥에 힘이 없어 골키퍼 품에 안겼다. 다행히 솁첸코는 스위스 선수들의 어처구니없는 연속 실축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독일에 패한 아르헨티나도 A매치 107경기에 출전한 백전 노장 아얄라가 실축을 하고 말았다. 더구나 아얄라는 이 경기에서 선제골까지 넣은 뒤였다.
잉글랜드도 킥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양대 병기' 프랭크 램퍼드와 스티븐 제라드가 연속 실축을 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결승에서 실축한 프랑스의 트레제게도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왕 출신의 특급 스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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