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 아버지 영전에 바치는 KS 첫 승

입력 2008.10.26 (13:50)

수정 2008.10.26 (18:09)

KBS 뉴스 이미지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이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불참하고 등판한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선발승을 따내는 투혼으로 구단 관계자와 팀 동료들로부터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랜들은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삼진 4개를 뽑으며 홈런 1개를 포함해 3안타, 1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작년 10월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1년여만의 한국시리즈 선발승이다.
특히 랜들은 2회말 SK 김재현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팀이 1점을 만회해 경기가 1-1 원점이 된 5회말 1사 1,3루 위기에서 기막힌 견제 동작으로 2루로 뛰던 주자 조동화를 잡아내 스스로 위기를 해결하는 노련한 모습까지 보이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이날 승리는 두산에나 랜들 본인에게나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산으로서는 적진에서 먼저 1승을 거두면서 작년 2연승한 뒤 4연패하며 왕좌를 뺏긴 SK에게 설욕할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잡았다. 또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에서 `7차전과 같은 6차전'을 치르면서 불펜진이 많이 소비된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6이닝 가까이를 소화해줌으로써 향후 시리즈에서 중간계투 운용에 여유를 갖게 됐다.
또한 랜들에게 이날 승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랜들은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다음날인 22일 미국 시애틀에 사는 아버지 로이 랜들(68)씨가 수 년간의 투병 끝에 폐암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러나 랜들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구단에 먼저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SK에 설욕한 이후에 미국을 찾겠다고 말했다.
랜들은 그러면서 걱정하는 구단측에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중요한 상황인 만큼 혹시나 그 기간에 돌아가시더라도 바로 찾아뵙지 못하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양해까지 구했다며 오히려 구단측을 안심시켰다는 것이 프런트의 전언.
이날 랜들은 경기를 앞두고 고인이 된 아버지도 장례식에 참석하기 보다는 팀을 위해 기여하는 것을 더 바라실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랜들이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듣고도 한 명의 선발투수가 아쉬운 팀의 사정을 감안해 장례식 참석을 연기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김경문 감독 등 코치진과 두산 선수들은 모두 랜들의 마음씀씀이를 높게 평가했다.
두산에서 뛴 지 4년째. 올해(9승9패)를 제외하고 매년 10승 이상의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랜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단순히 돈만 보고 뛰는 `용병'이 아니라 진정 팀을 위해 하나 될 수 있는 `동료'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