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신기(神氣) 들린 대타, 대주자 기용으로 대표팀을 금메달로 이끈 김경문 두산 감독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도 과감한 대타 작전으로 첫 판을 잡았다.
김 감독은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1로 맞선 6회초 2사 1,3루 이대수 타석 때 대타 최준석을 집어넣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우투수에는 유재웅을, 좌투수에는 최준석을 대타로 기용하겠다고 공언했고 승부처로 여긴 6회 최준석을 조기에 투입했다.
삼성과 플레이오프(PO) 6경기에서 주전 유격수로 나선 이대수는 타율 0.261로 타격감이 썩 나쁘지 않았고 '메이저리거도 울고 갈' 박진만(삼성)과 유격수 수비 전쟁을 펼칠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기에 그를 라인업에서 빼기는 쉽지 않았다.
이대수 대신 김재호가 대수비로 준비했으나 큰 경기에서는 올해 PO 2경기에 나선 게 전부였다. 김재호가 시즌 초반 발목을 다친 이대수를 대신해 붙박이 유격수로 좋은 수비 실력을 보였지만 큰 경기 경험이 적어 경기 후반 두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0-1로 뒤진 5회 상대 포수 박경완의 패스트볼에 편승, 어렵게 동점을 만든 점을 고려한 듯 찬스가 왔을 때 대타의 한 방으로 확실히 뒤집는 전략을 택했다.
최준석이 대기 타석에서 준비하자 SK 벤치도 바빠졌다. 가토 하지메 SK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흔들리는 선발투수 김광현을 다독였다. 두산을 상대로 4승1패로 잘 던져 기대를 모았던 김광현은 이날 제구력 난조로 볼넷을 6개나 남발하며 고전했고 6회 2사 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
2006년 5월 포수 김진수와 함께 2:2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준석은 이전 팀 롯데에서는 가을 잔치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선수였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3타수 무안타를 비롯해 전날까지 포스트시즌 타율은 9경기에서 0.091(22타수2안타)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광현을 상대로는 시즌 중 제법 잘 때렸다. 김광현과 10타수 이상 맞붙은 타자 중에서는 팀 내 제일이었고 타율 0.364(11타수4안타)로 주포 김동주(0.250)보다도 좋았다.
정규 시즌 데이터와 큰 경기 경험 등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 선수가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는 김 감독의 직감은 최준석에게 그대로 꽂혔다.
최준석은 볼카운트 1-3에서 좌선상을 타고 흐르는 주자일소 적시타로 김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SK 3루수 최정이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최준석의 육중한 몸이 뿜어낸 타구는 크게 바운드 되면서 잡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뻗어갔다.
3-1로 역전하면서 이후 흐름은 두산쪽으로 흘렀다. PO에서 화끈한 방망이로 삼성을 제친 두산은 김감독은 절묘한 대타작전이 성공하면서 사기마저 하늘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