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김성근 감독의 걱정은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전부터 줄곧 SK 선수들의 실전감각 부족을 걱정했다. 정규리그 2위 두산은 삼성과 플레이오프 6경기를 치르면서 중심타선의 타격감이 급속히 살아나는 등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 1위 SK는 지난 5일 정규리그가 끝나고서 실제 경기를 치른 적이 없어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SK가 그동안 훈련을 하지 않고 쉰 건 아니었다.
정규리그 종료 후 이틀 쉰 SK 선수들은 8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지옥 훈련'에 참가했다. 계획했던 히어로즈와 평가전은 무산됐지만 2군 선수들까지 참가하는 자체 홍백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특히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예상하고 모든 훈련 내용을 발 빠른 두산과 대결에 철저히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실전 같은 훈련을 한다고 한들 실제 경기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SK 선발 투수 김광현은 좌우 폭이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볼넷을 남발했고,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윤길현, 정우람, 조웅천, 이승호 등 불펜 투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타자들의 방망이도 헛돌았다. 연습 경기에서 부진했다는 최정은 물론이고 컨디션이 좋았다는 박재홍(4타수1안타)이나 이진영(4타수 1안타), 박경완(4타수 무안타)도 제대로 공을 맞히지 못했다. 김재현도 2회 솔로홈런으로 체면을 차리긴 했지만 삼진을 두 번이나 당했다.
`지옥훈련' 내내 하루 3시간씩 연습했다는 수비 연습도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규리그 도루 저지율 1위인 `안방마님' 박경완의 견제 덕에 두산 도루를 `0'개로 묶었지만 8회 어이없는 수비 실책 때문에 빛이 바랬다.
실책은 2-4로 끌려간 1사 1,2루에서 두산 타자 이종욱이 2루수 앞 땅볼을 쳤을 때 나왔다. SK 2루수 정근우가 이 공을 잡아 병살을 만들 욕심에 자기 앞쪽으로 달려가는 1루 주자 전상렬 태그를 시도하다 공을 글러브 밖으로 빠트리고 만 것이다. 덕분에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면서 1사 만루 위기를 맞고야 말았다.
SK 투수 이승호가 오재원과 김현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낸 덕분에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정규리그에서도 보기 어려운 실책이 나오는 것을 보고 SK 벤치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