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고미영 추락 믿기지 않아”

입력 2009.07.13 (14:12)

수정 2009.07.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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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영 대장의 추락 소식을 듣고 한동안 숨이 막혔습니다. 불과 하루 전 정상에 오르던 고 대장에게 잘 다녀오라고 격려했는데..."
여성 산악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고미영(41)씨가 하산 도중 추락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소식에 오은선(43)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오씨 후원사인 블랙야크가 13일 전했다.
오씨는 10일 오후 1시47분(이하 파키스탄 현지시간) 해발 8천126m 높이의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을 밟았으며 고씨는 불과 5시간24분 뒤인 오후 7시11분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 도중 사고를 당했다.
오씨는 "정상에서 베이스캠프로 내려와 사고소식을 들었다"며 "불과 얼마 전 인사를 나눴던 고 대장이 그렇게 됐단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오씨가 마지막으로 고씨를 만난 건 정상에서 캠프4로 내려오는 도중이었다.
고씨는 "정상 등정을 축하한다. 조심해 내려가라"며 오씨에게 인사를 건넸고 오씨도 "조심해 올라 갔다 오라"며 후배를 격려했다.
하지만 고씨는 하산을 하던 중 11일 오후 7시40분께 해발 6천200m의 능선에서 발을 헛디뎌 1천500~2천m나 되는 협곡 밑으로 떨어져 사실상 사망했다.
오씨는 "고 대장은 등반 의지가 강해 누구보다 잘해낼 것이라고 믿었다"며 "나도 안전하게 내려와 고 대장 역시 무사히 내려올 것이라는데 한 치의 의심도 없었는데 그렇게 될 줄이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산악인은 이번 등정을 앞두고 베이스캠프에 머물면서 낭가파르밧을 오르는 길을 함께 고민하고 날씨 얘기도 나누던 선의의 경쟁자였다.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르면서 오씨는 히말라야 14좌 중 12개 봉, 고씨는 11개 봉 등정에 성공해 여성 산악인 최초 세계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각각 2,3개만 남겨 둔 상황이었다.
오 씨는 사고가 없었다면 곧바로 가셔브룸 1봉(8천68m)으로 이동해 13좌 등정에 도전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이후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룬 채 구조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 씨는 "아직 구조 헬기는 뜨지 않았다"며 "구조를 위해 각국 베이스캠프에서 필요한 최소량만 남기고 고 대장의 캠프에 식량과 연료, 물을 모두 넘겼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우선 구조 작업에 매진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일쯤에는 식량이 다 떨어져 인근 마을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씨의 사고로 올가을 두 사람이 손잡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8천91m)을 오르기로 한 약속도 영원히 지킬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 두 여성 산악인은 한국여성산악회 회원과 함께 올가을 안나푸르나봉을 함께 오르기로 지난해 초 약속했다.
국내 여성 산악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천848m)에 오른 지현옥씨가 1999년 안나푸르나봉을 오르다 실종된 지 10년째가 되는 올해 둘이 함께 안나푸르나봉에 올라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였다.
오 씨는 그러나 "안나푸르나 등정은 국내에 들어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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