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안치’ 베이스캠프 울음 바다

입력 2009.07.17 (10:27)

수정 2009.07.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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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한국시간) 히말라야 낭가파르밧(8천126m)을 오른 뒤 내려오다 실족한 지 닷새만인 16일 오후 사망이 확인된 여성산악인 고미영(41)씨의 시신이 임시 안치됐던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는 말 그대로 울음바다였다.
생존에 한 가닥 희망을 가졌던 구조대와 원정대원들은 고씨의 주검이 베이스캠프(해발 4천300m)로 들어오자 곳곳에서 울음과 탄식이 터졌다.
특히 죽음을 무릅쓰고 13시간의 사투 끝에 고인의 시신을 수습한 김재수(46) 원장대장의 슬픔이 누구보다 컸다.
산악계 선배인 김 대장은 이번에 낭가파르밧을 함께 오른 뒤 나란히 하산하다 고인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김 대장은 2006년 초오유(8천201m)를 제외하고는 8천m 고봉 10개를 함께 오르며 고인과 생사를 함께 한 누구보다 가깝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동지였다.
김 대장은 고미영씨 시신을 베이스캠프로 운구한 뒤 고인의 오빠 석균(43)씨와 전화통화에서 "살아서 데리고 가야 했는데.."라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고 석균씨가 전했다.
김 대장은 이어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라면서 "미영이의 시신은 얼굴을 제외하고는 다른 곳은 깨끗하다. 다만 (기온이 너무 낮아) 동상에 걸렸다"라고 동생의 마지막 모습을 자신에게 전해왔다고 석균씨는 덧붙였다.
한국여성산악회 기형희 명예회장도 석균씨와 전화통화에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한 채 울먹였다.
기 명예회장은 애초 고인이 낭가파르밧 등정에 성공한 뒤 오르기로 했던 가셔브룸 Ⅰ(8천68m)에 먼저 가 캠프를 설치해놓은 상태였지만 이번 사고를 접하고 서둘러 낭가파르밧 베이스캠프로 넘어왔다.
석균씨는 "평소 기 회장이 미영이를 막내 동생같이 예뻐했다"라며 "기 회장이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더라"라고 전했다.
고씨의 시신은 히말라야에서 마지막 밤을 베이스캠프에서 보낸 뒤 이날 오전 헬기 편으로 이슬라마바드로 운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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