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영 마지막 말 ‘실종 동료 걱정’

입력 2009.07.25 (16:49)

수정 2009.07.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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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외국대원 사고없이 하산했으면..”

지난 11일 낭가파르밧(해발 8천125m) 설원에 히말라야 8천m 14좌 완등의 꿈을 묻고 영면한 `철녀' 고(故) 고미영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 동영상은 낭가파르밧을 포함, 고인과 히말라야 8천m 10개 봉을 함께 올랐던 김재수 원정대장 등이 함께 찍은 것으로 장례식 직후 후원업체인 코오롱스포츠가 전달받은 것을 연합뉴스가 25일 입수했다.
영상에는 고인이 베이스캠프(4천300m)를 출발해 캠프 1과 캠프 2(6천200m)와 캠프 3(6천700 m), 캠프 4(7천500m)를 차례로 거쳐 정상에 다다른 뒤 사고 약 12시간 전 하산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동영상 초반부에는 산소가 희박한 고산 지역 특성 때문에 고인이 산을 오르면서 거친 숨을 내쉬는 장면이 보인다.
그는 캠프 3에서 캠프 4를 오르는 도중 "컨디션은 좋습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고, 김재수 대장과 나란히 서서는 "햇빛이 안들어서 좀 춥기는 하지만 운행하기에는 좋을 것 같습니다. 파이팅!"이라며 미소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상에 오른 직후 찍은 동영상에서는 "낭가파르밧 정상입니다"라는 말 밖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불어 등정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인지 하산 과정에서 캠프 4까지 약 3시간 거리를 남겨둔 11일 오전 9시14분(이하 한국시간) 찍은 동영상에서 고인은 힘들어 보이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재수 대장이 사고 이후 밝혔던 대로 하산 도중 계속된 강한 바람과 고소증을 앓은 포터를 부축하느라 체력을 소진한 것이 원인인 듯했다.
고인은 이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낭가파르밧 정상에 어제 오후 10시30분에 섰지만 당시 너무 날씨가 안좋았기 때문에 바로 내려오기가 힘들었습니다"라며 "여기에서 30분만 가면 캠프 4입니다. 12시간 넘게 고생하면서 이곳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어제 정상에서 본 오스트리아 대원 한 분이 실종됐다고 합니다"라며 "우리는 7명이나 됐었기 때문에 날씨가 추웠어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지만 그분은 혼자였기 때문에.."라며 국가는 달랐지만 동료 산사람에 대한 걱정을 앞세웠다.
그는 이어 "(오스트리아 동료) 대원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라가고 있는데, 아무쪼록 아무 사고없이 하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고 고미영씨 영상에 담긴 마지막 말이었다.
물론 이는 실종된 오스트리아 대원의 안위를 걱정한 것이지만, 평소 `산에서 죽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던 고인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가는 비극적 사고를 전혀 예기치 못하고 던진 말이라는 점에서 더 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고인은 이 장면이 녹화된 뒤 약 12시간여 뒤인 이날 오후 10시30분께 캠프2를 30m를 앞두고 추락, 1천여m 아래 협곡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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