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우즈 무너뜨린 이글샷

입력 2009.08.17 (09:33)

수정 2009.08.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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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절대강자' 타이거 우즈(미국)를 무너뜨린 한방은 14번홀(파4)에서 터진 이글샷이었다.
17일(한국시간)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를 이루며 팽팽하게 맞서던 둘은 티샷으로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는 301야드 짜리 파4홀인 14번홀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먼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른 양용은은 그린을 향해 곧장 드라이버샷을 쏘아 올렸지만 그린 못 미친 오른쪽 가드 벙커로 날아갔다. 다행히 벙커에 빠지지 않았지만 공이 놓인 자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우즈 역시 드라이버를 꺼내 들었지만 볼은 벙커에 빠졌다.
워낙 벙커샷을 잘하는 우즈는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벙커에서 걷어올린 볼은 홀 옆 2m 거리에 멈춰섰다. 버디 찬스.
핀에서 약 20m를 남긴 양용은은 풀이 길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굴리는 칩샷으로 홀을 공략하기로 마음먹고 52도 웨지를 꺼내들었다. 살짝 떠올랐다가 그린에 떨어진 볼은 깃대를 향해 한참 굴러갔다.
무난하게 버디 기회는 만들어내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양용은의 얼굴에 내비치는 순간 볼은 거짓말처럼 깃대 사이를 파고 들며 컵 속으로 사라졌다.
양용은은 "우즈가 두번째 샷을 홀에 붙이는 것을 봤다. 나도 기회가 있었기에 바짝 붙인다는 생각으로 칩샷을 했는데 들어가 버렸다"고 말했다.
하늘을 향해 어퍼컷과 훅 펀치를 마구 휘두르며 환호성을 지르는 양용은을 보고 '황제' 우즈도 긴장하는 표정이 뚜렷했다. 버디 퍼트를 실패하면 졸지에 2타차 2위로 밀리는 위기 상황이었다.
우즈는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1타차로 따라 붙었지만 승부의 균형은 이미 양용은 쪽으로 기운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바로 앞 13번홀(파3)에서 우즈가 3m 버디 퍼트를 놓친 반면 티샷을 벙커에 빠트린 양용은이 2m 파파트를 성공시킨 것도 양용은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1타차 살얼음 승부는 막판까지 계속됐다. 17번홀(파3)에서 양용은은 클럽 선택을 잘못한데다 버디 퍼트마저 너무 짧게 쳐 보기 위기를 맞았지만 우즈 역시 클럽 선택 실수로 그린을 넘겨버린 뒤 두번째샷마저 좋지 않아 파세이브에 실패, 양용은을 도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용은은 "임팩트가 좋지 않아 실수했는데 다행히 우즈도 보기를 하더라"고 껄껄 웃었다.
승부는 사실상 18번홀(파4) 두번째샷에서 갈렸다. 206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은 양용은은 홀을 곧바로 노리는 공격적인 샷을 구사했고 볼은 홀 옆에 떨어져 2m 버디 기회가 됐다.
버디를 잡아야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던 우즈는 그린 왼쪽에 바짝 붙어 있는 핀을 향해 치다가 러프에 빠트리고 말았다.
그러나 양용은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작년 US오픈에서 우즈는 두번이나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 또 연장으로 몰고가며 끝내 우승컵을 가져가지 않았던가.
양용은은 "러프에서도 칩샷으로 버디를 잡아낼 수 있는 선수가 우즈라서 긴장됐다"고 털어놨다.
우즈가 러프에서 친 세번째샷이 홀을 비켜가자 비로소 양용은의 우승은 현실이 됐다. 두번의 퍼팅으로 파만 잡아도 우승이지만 양용은은 '황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멋진 버디 세리머니로 우승을 자축했다.
이글샷 한방으로 잡은 리드를 끝까지 지켜낸 양용은의 뚝심이 승부의 열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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