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쾌거’ 골프 인식 바뀌어야 할 때

입력 2009.08.17 (14:30)

17일 새벽 제주도 가난한 농부의 아들 양용은(37)이 '골프 황제'로 불리는 타이거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당당히 승리해 세계 최고의 골퍼들만이 출전하는 미국프로골프투어(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국민에게 우리가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을 준 쾌거였다. 더구나 이날 양용은의 우승은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고 한 번도 우승을 뺏겨 본 적이 없는 타이거 우즈의 신화를 무너뜨린 것이며 마지막 라운드 맞대결에서는 늘 상대를 위압하던 우즈를 오히려 압도했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골프팬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이날 우승은 또 지금까지 한국에 앞서 세계 정상에 도전했던 아오끼 형제 등 일본과 타이완 인도 태국 등 아시아권 선수들이 한 번도 이뤄보지 못한 메이저 대회 우승이라는 점에서 전 아시아인의 경사라고도 할 수 있다.

양용은의 쾌거는 지난 1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00여 년 만에 골프를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기로 결정 한 직후여서 그 값어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IOC는 이날 집행위원회에서 골프와 럭비를 2016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고 오는 10월 총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국 골프는 이미 여자는 세계 정상을 휩쓸고 있고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2016년까지 정상 유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대회로는 최고인 올 US오픈에서 우승한 지은희(23)를 비롯하여 신지애(21) 김인경(21) 최나연(22) 등 이미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들이 이제 20대 초반인데다 올해 국내 4개 대회를 석권한 유소연, 최혜용 서희경 등은 아직 10대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남자는 이제 시작이다. 최경주(39)가 단신으로 PGA투어에 진출해 개척자가 되고 양용은이 최고의 꽃을 피운 셈이다.

우리 골프는 이처럼 세계 정상을 달리고 있지만 지금도 국내에서는 사치성 운동으로 치부돼 특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 이는 골프장의 면적이 넓고 골프클럽이나 볼 등 사용하는 장비의 값이 비싸며 골프장 이용료가 일반인들에게는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남해안 간척지와 시골의 쓸모없는 야산이 골프장으로 개발되면서 골프에 대한 인식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이외 지역의 골프장에 대해 조세감면 특례법을 시행하면서 4-5시간의 라운딩에 7만 5천 원을 받는 골프장이 생겨났고 골프클럽도 70만 원 이내에 골프가방과 보스턴백까지 함께 주는 클럽이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골프가 국익에 이바지하는 효과는 적지않다. 이번 양용은의 승리는 특별하긴 하지만 한번 승리로 135만 달러의 상금을 챙겼고 올 시즌 3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기록했다. 여자선수들의 우승 상금은 이에는 못 미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선수들이 국외에서 골프를 통해 벌어오는 상금액은 한 해 천만 달러를 넘는다. 이 밖에 PGA와 LPGA는 물론 유럽과 일본 아시안 등의 골프투어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국가 홍보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되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골프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도 현재 비싼 요금을 받는 수도권 요지의 골프장에 대해서는 계속 규제를 하되 시골과 간척지의 쓸모없는 땅을 개발하는 골프장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며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특히 골프장은 기업들의 영리 목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선진국에서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퍼블릭) 골프장으로 개발해 노인 복지시설 등으로 운영할 때 자치단체의 예산확보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고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환경오염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통해 더 많은 양용은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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