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근한 리더십 돋보이고 유머 감각도 뛰어나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최강희(52) 전북 현대 감독은 올해 K리그를 제패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명장 자리에 오른 지도자다.
2005년 7월 전북 사령탑에 취임, 2009년과 2011년 국내 프로축구 정상으로 팀을 이끌었다. 2006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우신고를 나와 1984년 현대 호랑이 축구단에 입단해 1992년까지 선수로 뛰며 205경기 10골, 22도움의 성적을 남겼다.
28세이던 1987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해 대표팀의 든든한 수비수로도 활약했다.
1986년 프로축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히고 현역 시절 베스트 11에 네 차례 선정됐다. 특히 모범상을 두 번이나 받아 현역 때도 반듯한 그라운드 매너가 돋보였다는 평을 듣는다.
1995년 수원 삼성의 트레이너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1998년 수원 코치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 등을 거쳐 2005년 전북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2006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지도자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했지만, 한동안 K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현역 시절 뒤늦게 태극 마크를 달았던 것처럼 지도자로서도 50세가 다 돼서야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
2009년과 2011년 국내 리그를 제패하며 전북을 명문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로써 그는 K리그 통산 7번째로 한 팀에서 두 차례 이상 우승하며 11번째로 100승 달성의 업적을 남겼다.
특히 지난 9월18일 224경기 만에 100승을 쌓아 고(故) 차경복 전 성남 감독과 함께 최단 기간 100승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전북 선수단 숙소가 있는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지명을 딴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이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최 감독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푸근한 리더십이 돋보인다.
실제로 2009년 '한물갔다'는 평을 들었던 이동국과 김상식을 영입해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줘 '재활공장장'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국가대표 유망주로 떠오른 미드필더 서정진도 최 감독 체제의 전북에서 기량을 키워온 선수로 꼽힌다.
또 지난 시즌 경남에서 2골로 부진했던 스트라이커 김동찬이 올해 전북에서 10골을 기록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올해 프로축구 정규리그에서 67골을 터뜨려 경기당 2.23골을 기록한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킬 정도로 무서운 공격력을 과시했다.
대표팀에서는 지도 스타일이 다소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유로운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것이 최 감독의 색깔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특유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 조 편성 결과 올해 일본 우승팀인 가시와 레이솔 및 중국 우승팀인 광저우와 한 조로 묶이면서 '죽음의 조'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자 최 감독은 "우리에게 죽음의 조가 아니고 상대에게 죽음의 조"라고 말해 축구계에서 화제의 말이 됐다.
또 최근 구단 인터넷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중국 상하이도 아넬카(프랑스)를 영입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며 "회장님, 드로그바(첼시 공격수) 좀 사주세요"라고 익살을 부려 인터넷 공간에서 검색 상위 랭킹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두 어깨에 걸머지게 된 최 감독이 대표팀에서 어떤 축구 스타일을 보여줄지, 어떤 재미있는 입담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